스포츠: 테니스, 골프...

살생부

cool2848 2005. 10. 21. 11:21

지난 2년 간 나에게는 살생부가 있었다.

 

진짜 죽일 사람이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테니스는 잘 알다시피 "zero-sum game"이다.

상대가 지면 내가 이기고, 상대의 에러는 나의 (은밀한!) 기쁨이다.

 

내가 30년이 넘는 테니스 구력에도 불구하고 동네나 직장 클럽에서

상대하기 쉬운 게임 상대였던 것은 좋은 포핸드나 멋진 백핸드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멋진 샷을 하기 위해 세개나 네개의 에러를 하는 영원한 초급 테니스 플레이어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테니스를 테니스답게 상대와의 승부 게임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검도의 "일살필도"의 구호처럼 하나의 완벽한 샷을 나의 목표로 (지금 생각하면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래서 파트너도 없이 테니스 생각이 나면 아무 때나 혼자 클럽에 가서 아무나하고 테니스를 했다.

나의 개인적인 성격이 이런 행태의 테니스 생활을 만들었다.

 

이년 전인가 우연히 작은 누나의 남편인 (대학 시절 테니스부에서 활동했고 촤근까지 정기적으로 테니스를 치는)자형이랑 먹고 여동생이랑 같은 클럽에서 같이 복식조로 테니스치는 경희씨라는 아줌마를 상대로 성대결(?) 복식게임을 하게됐다.

물론 말은 안했지만 내 생각은 당연히 우리가 쉽게 이기리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스코어는 생각이 안나지만, 게임 결과 우리가 내리 두세 세트를 졌다.

그것두 작은 누나가 옆에서 응원하는 옆에서.

 

나는 그것이 내가 전적으로 테니스치는 직장코트의 인조잔디에 반하여 내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여동생 동네의 클레이코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테니스를 잘 친다는 주관적 생각에 빠져있었다.

지금은 테니스공을 쎄게 한번 잘 칠 수 있다는 것과 테니스를 잘 한다는 것 사이에는 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 일년에 세번 정도씩 같은 팀으로 정식 시합을 했는데,

자형과 내 팀이 이긴 적이라고는 내 직장코트에서 이긴 한세트 뿐이 기억 안난다.

아마 한 두 세트 더 이기긴 이겼을 터이지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치기도 하다보니

정식 시합으로 인정되긴 어려운 게임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자형이 인도에 반도체회사를 하시러 나가게 됐고

그래서 한판 붙었고 최근 급향상된 나의 자신감과 객관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또 졌다.

 

10월초에 누나의 생일도 있고, 미국에서 큰누나의 딸인 조카가 여름에 결혼한 (미국인) 남편과 가족들과 더불어 한국의 친척들에게 인사도 드릴겸 여행온 시간도 겹쳐서 자형두 인도에서 며칠 들어오셨다.

해서 시간이 되는 날을 잡아 저녁에 레셉션이 있는토요일 아침에 한판을 했다.

불행히도 경희씨는 토요일이라 직장에서 일하느라 오지를 못해서 같은 클럽의 신**고문과 신##회장이 경희씨 대신에 여동생과 팀이 되어 공식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공식게임과 비공식게임을 나우어서 게임을 하게됐다.) 게임을 치루게 되었다.

결과는 생각이 정확히 안나지만, 우리가 이겼다.

(현재 인도의 자형에게 이메일을 통해서 확인 중)

 

동생이 신고문과 먹은 첫 세트와 두번째 세트는 우리가 이겼다. (2:0)

이어 동생이 신회장과 먹은 세번째 세트에서는 우리가 지고,

네번째 세트에서는 우리가 이겼다고 나는 기억한다. (1:1)

고로 승리!

와, 드디어 이겼다.

계속 지다가 드디어 2년여 만에 이겼다.

 

조금 전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확인해 보니 동생도 나도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두 나는 혹시라도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른 진실이 밝혀지어 나의 이 기쁨이 날라가는 것이 싫다.

그래서 확실하지 않아도 이렇게 쓴다.

(현재 인도에 계신 자형에게 이메일을 해서 게임 승부를 확인 중이다.)

 

지난 일년여 내가 "매니아"라는 호칭에 어울리게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 테니스를 친 원인인 바로 그 여동생네 팀에게 이겼다.

이제 나는 나의 살생부에서 내 여동생을 지웠다.

그렇지만, 그 살생부로 인해 나의 테니스는 지난 30여년의 나의 테니스보다 더 많이 발전했다고 믿는다.

 

살생부 만세!

 

 

복동이 다른 살생부가 등장을 해야 2년후에 살생부 찢어지는 소리 또 들을 수 있는거 아닌가요? 이제 후련하시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복동이님을 올려야 돼나? 생각 중인데요. 그러다가는 영원히 못 지울 명단이 되는 것 아닐까해서 현실적인 이름을 찾고 있읍니다...ㅎㅎ 수정 삭제 2005/10/21
온니테니스 ㅎㅎ 섬세하시네요..하나 하나의 샷이 모여서... 승리를 만드신거라 믿습니다. 저도 뻥뻥질러에서.. 요즘은 조금 달래는 스타일로~~~ 저는..한개 한개의 샷을 만들기 위해 뻥뻥 내지른 과정이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그냥 테니스를 하는 철학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보다 여러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테니스가 되었다는 점에서 발전이라면 발전. 수정 삭제 2005/10/21
테니스 보이 테니스 치다보면 살생부가 그때 그때 다르던데 이년만에 지웠다는 여동생이 알면 뭐라 말할까 궁굼하내요...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여동생이 늦게 박사학위를 해서 뒤늦게 안 제가 테니스라켓을 사주고, 누나와 자형이 새 테니스복을 사준 걸 그날 입고 쳤기 때문에 대접했다는 여동생의 항변입니다...(말두 안된다는 걸 본인두 알아요^^) 수정 삭제 2005/10/21
테니스 보이 30년이 넘었어도 늘 배우는 자세 매니야의귀감입니다.  2005/10/21
카리스마 쿨님..멋진(?)살생부네요. 개인적으로도 그런 목표와 소신이 있으면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글을 한참 읽어 내려가면서 쿨님의 모습을 연상하면서 미소가 지어지네요. 그런 발전되고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우리들의 영원한 형님이십니다.^^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노력하겠읍니다. 수정 삭제 2005/10/21
바람소리 멋진 쿨님이 매니아의 일원이신 것이 너무 좋구요~ 자주 자주 뵈었으면 더욱 좋겟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저야말로 바람소리님의 좋은 글 자주 접하면서 같은 매니아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읍니다. 수정 삭제 2005/10/21
초록 살생부에 한명이 지워짐을 축하드립니다. 쿨님의 실력 향상을 더욱 기원해봅니다.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초록님 응원 감사드립니다. 수정 삭제 2005/10/21
라메르 와~ 쿨님도 이런 섬세하고 무서운 구석이...난 이런 남자 좋아하는데...ㅎㅎㅎ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이런 이런. 전 저 좋아하는 여자 모두 좋아합니다...ㅎㅎㅎ 수정 삭제 2005/10/21
테니스 보이 미천한몸 살생부에 기록되면 쿨님의 보디가드가 되겠습니다.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흠~ 심각하게 생각해 볼께요. 근데 살생부에 올리기엔 제가 보이님을 너무 좋아해서... 수정 삭제 2005/10/21
좋은오후 안녕하세요 쿨님^^* 재밌는 살생부 얘기 잘읽었습니다 종종 뵈어요^^*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네, 단식 모임에 한번 가겠읍니다. 그 때는 한수 지도바랍니다. 수정 삭제 2005/10/21
세리 쿨님 축하드립니다....또 새로운 살생부가 만들어지겠네요....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감사합니다. 빨리 만들어야지요. 수정 삭제 2005/10/21
물찬제비 쿨님의 살생부는 발전의 원동력이 된것 같네요.앞으로도 더욱더 발전 하시기를 빌께요~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네, 정말 그렇답니다. 제가 워낙 경쟁심이 몹씨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저에게는 이 살생부가 아주 좋은 발전에의 자극제였읍니다. 수정 삭제 2005/10/21
사랑초 새로운 살생부에 누가 올라갈까 그게 궁금하네요.. 앞으로 더욱 발전하시는 교수님 이시길....^&^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사랑초님, 1순위입니다...ㅎㅎㅎ  수정 삭제 2005/10/22
사랑초 ㅎㅎㅎㅎㅎㅎㅎㅎ그럴까봐 제발 저는 빼주세요..할려다가 안했더만...전 맨날 교수님한테 지는데...교수님 지는 안좋아하신단 말씀이네요..ㅠㅠㅠ^&^   2005/10/22
수석 다음 살생부는 저로 잡아 주세요..그래야 가끔씩이라도 쿨님과 한겜 하죠...축하드립니다.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1
cool2848 수석님, 좀 보여야지 올리지요! 좀 쳐줘요~  수정 삭제 2005/10/22
석규 쿨 교수님 ... 역시 ..! 센볼을 치는것과 잘치는 볼의 차이 ... 그거만으로도 이미 고수 ㅎㅎㅎㅎ 앞으로 더욱더 좋아지실겁니다 ... 화이팅 ...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2
cool2848 정모 때 반가웠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두어번 지적해주신 끊어진 팔로우스루 아직도입니다. 좀 더 노력해서 다음에 만날 때는 고치도록 하겠읍니다.  수정 삭제 2005/10/22
한방짱 전 테니스가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희노애락과 함께 더불어 아니 베푸는 삶이라생각합니다 그리고 동호인 한분한분들이 주연이고 조연인것같습니다 그래서 전 테니스를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공을 좋아하는 님들도 사랑합니다  꼬리말에 코멘트 2005/10/22
cool2848 우리 즐거운 테니스 인생을 같이 만들어가요. 정모 때는 잠시나마 같이 재미있었읍니다.  수정 삭제 2005/10/22
솔뫼 축하합니다. 중요한 한단계를 극복하셨네요. 저도 동호인 대회에 나가 멋도 모르고 강하게 칠때보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볼의 스피드를 줄이니 승률이 더 높아 지데요. 강하게 칠때는 기분은 좋으나 승부에는 별도움이 안되고 즐길수는 있었습니다.  꼬리말에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