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이 밝았다.
부지런히 샤워하고 (대여섯 사람들이 화장실이 하나있는 한 방에서 자는 관계로 매우 복잡한 스케쥴이 필요함) 화장두 하고 펜션에서 끓여준 된장찌게루 아침밥두 간단히 챙겨 먹구.
간단히 해안가를 걸었다.
흠~
좋다.
녹색을 띤 푸르른 바다와 맑은 고기에 아름다운 해안.
여기서 살면 좋겠다.
(이 녹색은 바다모래가 산호초의 가루라서 바닷물이 녹색을 띤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인지는 모름.)
아침에 펜션 베란다에서 내다본 협재해수욕장과 앞의 섬 및 조그만 항구.
8시인가 9시쯤 다들 마당에 모여 미니밴을 타고,
어제 갔던 제주도의 북쪽해안에서 제일 서쪽에 있는 마을인 대정인가로 차로 이동했다.
내려서 다들 둘러 모여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이어 인라인스케이트를 신었다.
야호.
출발이다.
어제와는 좀 달리 오늘은 조금의 해안도로를 타다가 이러 약간 내부도로로 들어와서 남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왠지 바다가 없으니 재미가 없고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아마도 어제 에너지를 몽창 써버려서 아직 재충전이 채 못된 내몸 탓인지도...
어쨋던 좀 힘이 들고 발이 아파서 좀 쉬다가 따라가도 또 쉬고.
게다가 오늘은 완전 맞바람이다.
평소에 바람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오늘은 전혀 반갑지않다.
중간에 쉬다가 다들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놀랐다.
알고보니 어른들이 없는 차에서 애들이 물건이란 찾다가 여자애가 앞문을 닫았는데,
남자아이의 손가락들이 그문에 찡긴 것이다.
문제는 다들 열라고 소리 치는데, 가여운 여자아이는 겁에 질려 문을 잘 열지 못하고.
남자아이의 비명은 높아만가고.
두 아이의 엄마들은 사색이 됐다.
첫날 무사히 마쳐서 기분이 좋았던 사람들이 다들 어두운 얼굴이 된다.
어쨋던 차를 엄마와 아이를 태워서 가까운 도시의 병원을 찾아 보냈다.
기분은 갑자기 어두워졌지만, 또 다시 출발이다.
으쌰, 으싸.
하나둘, 하나둘.
에구구, 에구구.
돈내구 무슨 고생?
이럭저럭 마라도가 보이는 제주도의 남서단인 산방산 가는 표지가 나온다.
그냥 중문과 서귀포로 가도되나 지휘부의 의견에 따라 산방산으로 가는샛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왠지 자꾸 속도가 붙는다.
앞에서 대장과 부대장이 나보고 느리게 가라고 붙잡아 준다.
이제 보니 가파른 내리막은 아니어도 구불거리며 한참을 계속되는 내리막이다.
다들 속도를 낮춘 다음 약간의 언덕을 올라가니 산방산의 전경과 바다 아래로 마라도가 보인다.
다들 모여서 비타민 드링크와 쭈쭈바등을 먹으며 쉬다가 산방산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아침에 쉴 때 차문에 손가락이 끼여서 병원에 갔던 열혈공주의 아들인 재홍이가 붕대를 감고나타났는데, 뼈두 문제없고 이삼일 자면 괜찮다는 좋은 소식에 다들 안도의 숨.
요 녀석인데 인라인을 매우 잘 타고, 손이 다친 다음에도 엄마를 살살 꼬셔서 결국은 환자의 몸으로 다시 자전거를 씩씩하게 타며 우리를 감탄케했다.
그틈에두 사진 찍을 땐 폼을 잡구...ㅋㅋㅋ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
그런데 출발하자 마자 조금 가서 엄청난 내리막 길이 나타났다.
강원도 대관령의 다운힐 정도 된다고 한다.
스키에도 다운힐스키가 있듯이 인라인에두 다운힐인라인이 있다.
그래서 잘 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버스에 승차.
아주 가파른 내리막 길을 지나서 평지에서 내려서 다시 타기 시작.
여기서 조금 가니 점점 차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얼마를 가니 중문으로 들어가는 표지판이 나타나고 길이 넓어졌다.
그리고는 긴 내리막 길이 나타났다.
다들 서라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고 계속 쐈다.
신났기 때문이지.
이렇게 좋을 걸 왜 천천히 가라고 저럴까 생각하며.
저 앞에 내리막 끝에 사거리가 있는데 차들이 서있고 빨간불이다.
아불싸 그런데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빨라진다.
에이스톱이 잘 안됀다.
티두 잘안된다.
사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속도는 점점 더 나구.
문득 옆길로 빠질까 살펴보는데, 옆으로 난 샛길은 아주 좁구 게다가 내리막이다.
또 무릎보호대를 이용한 한발 굽혀 스톱하기에는 레이싱 스케이트가 앞이 너무 길어 뭔가 불안다.
그래서 걱정 끝에 드디어 앉기로 결정!
앉았다.
섰다.
흠~ 별거 아니네...
그런데, 가만히 만져보니 궁뎅이 부분이 양쪽 다 헤어졌다.
이그 챙피.
옛날에 오토바이 타구 속초를 가다가 버스를 추월하다가 맞은 편 차를 피해 논쪽으로 오토바이를 몰아서 넘어졌을 때두 똑같은 심정이었다.
아픈거나 오토바이의 고장보다는 누가 나 넘어지는 걸 보지나 않았나 하는 챙피함.
툭툭 털고 재빨리 아무 것두 아닌체 하기.
하고 보니 그 생각이 나면서 아직도 빨간불이 파란불로 안바뀐 걸 보고 그래두 그렇게라도 정지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든다.
잠시 노변에 앉아 기다리니 나그네님이 왔다.
별일 없냐는 얘기에 궁뎅이로 깔았다는 얘기를 하고.
다행히 궁뎅이 보자는 얘기를 안한다.
휴~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사람들도 차도 안 온다.
나중에 들으니 누군가가 그 앞에서 넘어졌다고....
에휴, 나만은 아니네.
나는 배낭에서 짧은바지를 꺼내서 위에다 입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에게 끝인 듯 하여 신발로 갈아신도, 외로히 차에 올라탔다.
조금 후에 중문에 들어서서 잠시 쉬며 사진두 찍구.
아이들은 엄마하나를 딸려서 아프리카박물관 구경을 하고 차로 나중에 오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은 출발했다.
나는 애들이 안 탄다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오랫만의 자전거 타기다.
서귀포에 가까이 오니 귤밭이 많다.
그래서 같이 가던 팩과 같이 못생겨 싸게파는 귤한상자를 돈도 없이 먹었다.
다들 차에 돈을 놓고 와서 주머니에 남아있던 칠천원인가 주고 아주머니가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나머지 달라고 하길래 고맙다고 인사하고 떠나서 다시 서귀포 시내로 들어섰다.
아주머니도 인심이 좋고, 농장에 있던 강아지두 무지 순했다.
다들 배고파서 서귀포항 앞의 식당에서 갈치찌게와 갈치구이를 기다리며, 오늘 아침의 투어에서 생긴 갈증을 맥주와 얘기로 풀었다.
커피까지 마시고 화장실도 갔다오고 다시 출발이다.
나는 자전거도 애들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그냥 차를 타고 가고 다른 사람들은 다시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한참을 가니 영화박물관인가가 있어서 쉬어가기로 했다.
물두 마시고 다시 출발.
이제는 제주도의 남단에 위치한 서귀포에서 동쪽에 있는 성산일출봉으로 유명한 성산포로 향한다.
한참을 갔다.
가다가 보니 멀리서 성선일출봉이 보인다.
와~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성산포이다.
물결은 약간 있고, 낚시꾼들이 바닷가에 가끔 보인다.
나는 여전히 차에 앉아 제일 뒤에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가는 모 아줌마의 뒷모습만 복습하고 있다.
어느새 저녁은 어두위지기 시작하고.
하나 둘 씩 성산포항 앞에 위치한 펜션에 도착했다.
다들 수고하셨읍니다.
간단히 씼고 드디어 말로만 들어보던 고등어회를 먹어보다.
물론 한치회와 빠질 수 없는 갈증 해소제인 맥주와 매운탕두 먹었다.
물론 남자다운 남자라면 소주를 먹고.
그런데 고등어회가 생각보다 매우 고소하고 부드럽다.
저녁에 이어 큰방에 모여서 공주가 일본에서 가져온 이태리 와인 두병을 시식했다.
와인이 좀 더 익었으면 아주 맛있었겠지만, 그래도 괜찮은 맛이었다.
특히 이틀의 스케이팅 후, 성산포에서 종이잔에 마시는 것이기에는 과분한 맛이었다.
Hey, Not bad. Not bad at all!
공주님의 트렁크가 큰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브닝드레스에 빼딱구두에 와인 두병까지...
"세상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는 곧 들어가서 자기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카드를 하느라고 거의 밤을 샜다고 한다.
몇명는 1시간반인가를 자고 일어나서 일출을 보겠다고 일출봉으로 향햇다.
나?
나는 환자다.
자야됀다.
이렇게 투어의 마지막 날 아침은 밝아오고.
성산일출봉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이미 화장실에선 누군가가 오랫동안 샤워를 하고 있다.
마렵다.
아래 식당에 내려가니, 바깥의 화장실을 사용하란다.
거기에두 이미 누군가가 있다.
물어물어 앞집에 아직 사용하지 않는 마당의 화장실로 향해서 급한 일을 봤다.
흠, 살 것 같군.
잠시 후 김치찌게인가 아침을 대충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는 제주도 동부에서 북부로 해안도로를 통해서 간다.
한참을 가다보니 자꾸 발이 아프다.
발이 부어 발톱이 아프길래 발목을 꽉 잡아매어 발톱이 덜 닿도록하니까 이제는 발목과 신발 닿는 부위가 양쪽 다 까지기 시작한다.
트레이닝을 가지고 오는 건데...
그런데 북부와 남부해안이 동부해안보다 멌있는것 같다.
쭉 가다가 보니 날은 좋지만, 이미 폐쇄한 해수욕장이 있었다.
모래가 매우 고왔다.
어린애들이 물을 보고 모래를 보더니 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음 나이말구 마음이 어린애들 말이다...ㅎㅎ
뭐, 10월이면 대수랴?
자기들 좋으면 그만이지.
좋았다.
맨발에 밟히는 따스하고 고운 모래가 좋았다.
햇살이 좋았다.
투어 마지막 날의 피곤이 좋았다.
조금 더 올라가서 미리 예약한 바닷가에서 전복죽을 먹었다.
기사 친구분이 나보러 나이가 많으니 하나 먹어보라며 오분작을 주었다.
좀 조그맣긴 하지만 전복이랑 거의 같네.
약간 덜 딱딱한 것 같구.
나중에 식당 아주머니에게 오분작이 어느것이냐구 하니까 보여주면서 다시 하나 먹어보라고 해서 결국 나만 그날 오분작을 두개 먹게 되었다.
았싸~
힘이난다.
식당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전복죽이 연두빛을 띠는 것은 전복의 내장 때문이란다.
어떤 전복은 내장이 하얗고, 어떤 것은 파랗다고 한다.
밥을 먹구 바로 옆의 방죽(?)에 서 낚시하는 것을 좀 구경했다.
한 아줌마는 연신 낚아올리더구만.
물어보니 제주도에서두 음식점에서는 회가 비싸서 그냥 낚시대 들고 시간이 나면 나와서 물고기를 잡아서 회두 먹구 매운탕두 많이 끓여먹는다고 한다.
다들 죽을 잘 먹었으니 다시 출발이다.
힘을 내어 기차놀이두 했다.
이렇게 마지막 날 아침이 점점 지나갔다.
비자림이란 곳을 갔는데, 입장료를 내야되고 걸어가야 한다고 해서 다들 그냥 나왔다.
큰길로 나가는 길이 계속 내리막이라고 해서 일부는 다시 버스에 타고 나머지는 완만한 다운힐의 스릴을 즐겼다.
이어 큰길에 나와서 다시 다 모여서 좀 더 가다가 이제는 탈만한 해안도로가 별로 없다고 해서 다들 버스에 타고 칼호텔 사우나로 향했다.
사우나에 가서 다들 푹 담그고.
으~ 시원하다.
몸이 풀리는게 좋다.
나와서 헬스랑 구경하다가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완전히 옷을 갈아입고 항구로 향했다.
중간에 토산품점에 들려 일부는 물고기나 굴상자를 틱배로 붙이기도 하고.
오후 늦게 정든 우리 의정앤님과 작은아이님 (둘은 커플이다)과 안내와 기사를 맡아주신 두분의 친구 두분과 작별을 고하고, 배에 올라탔다.
이번엔 매우 큰 페리이다.
특실은 침대칸으로 창문도 있고, 앉아서 카드할 장소도 있엇다.
그러니 또 카드가 돌았다.
나는 식당에 내려가서 김치찌게를 먹고, 침대만 있는 방에 가서 잠을 잤다.
목포항에 도착하니 밤.
겨우 버스에 올라타서 목포역으로 가서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에서 맥주인가를 마시고 다시 잠.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4시반.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의가 있는데...
준비를 해야하는데...
걱정이다.
그래두 후회는 없다.
인생이 즐겁지 아니한가?!
끝으로 대부분의 사진은 (테두리 있는 것들 다) 애니맨님이 그 건장한 다리로 앞로 갔다 뒤로 갔다 섰다 하면서 수없이 찍어서 카페에 올린 것들임을 밝혀둔다.
애니맨님, 너무 수고하셨읍니다.
사진들 고마워요.
더 끝으로 제주도 여행을 기획하고 걱정이 되어 베네쥬엘라로 나가지 이틀 전인 연휴에 집에 거짓말까지 하고 인라인투어를 이끈 우리의 영원한 로맨티스트 페르민님에게, 먼 나라에서의 일과 생활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면서, 그 수고에 감사를 드린다.
사진 잘보고 글잘 읽었습니다,,,제주도 매력이참 많은 섬이지요 그것도 인라인과 함께 라면 더욱.... | 2005/10/16 | |||||||
열혈공주(김혜... | 바다에 뛰어들어 넘 조아하는 세분께 포토제닉상을 드리고 싶네요~~언제 또 저런 표정을 볼수있을라나~~ㅎㅎ | 2005/1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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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공주(김혜... | 또 다시가슴이 아파오긴하는데요~~제주에서의 감회를 다시금 느낄 수 있어 넘 좋습니다............ | 2005/10/16 | ||||||
애니맨(박용순) | 3040 제주 인라인투어의 대서사시 네요.. 꼼꼼하게 잘~~ 읽었습니다.. 이런글들이 모여 3040의 역사되고 그 역사속에 개인의 기쁨과 행복,즐거움이 함께 묻어 있는거겠지요!! 아~~주 기분 좋게 하는 후기였습니다..^^; | 2005/10/16 | ||||||
해닮(고문주) |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 2005/10/16 | ||||||
작은아이(원의... | 모 아줌마?가 누구일까요?? ^^* 제 친구가 그 끈기에 감동했다고 전해달래요.. ^^ | 2005/1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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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원의... | 서서히 잊혀져 가고있는 일들이었는데 후기를 보면서 다시한번 그날들을 기억해 봅니다...삼일동안의 투어를 다시하는것같아 넘 좋네요...감사합니다 | 2005/10/16 | ||||||
cool284... | 모 아줌마! 멌있어요 (현재형임에 주의). 작은아이님과 의정앤님과 친구분들 덕분에 너무 좋은 경험을 했읍니다. 안부 전해주십시요. 알던 모르던 여러 분과 이렇게 친할 수가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 2005/1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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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김호영) | 제주 다녀오신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과 글을 보니 작년에 제주투어 갔던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 2005/10/17 | ||||||
미나미(조성은) | 이러케 좀 늦은 후기도 아주 좋네요. 새삼스레 기억을 되살리고... 쿨님 대단하세요. 어찌 저리 상세히 기억을 하시는지...또 가고싶어요..제주도...... | 2005/10/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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