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모임이 끝나고 오후가 비었다.
그래서 같이 모임에 참석했던 동료교수에게 물어보니 마침 동반한 부인과 우리 대학동기와 같이 골프를 하기로 했단다.
그러면서 내가 여기 사니 내가 오히려 골프장 예약을 하면 어떠냐고 한다.
뉴욕 근교인 Westchester County의 골프장은 다섯개이다.
나는 이중 넷을 가봤는데, 2년전에 개장한 곳은 아직 못 가봤다.
마침 이곳이 다른 곳보다 배는 비싸다.
같이 치기로 한 사람들은 다 잘 치는 사람이니
내가 가던 비교적 싸고 쉬운 곳은 너무 쉬우리라...
해서 Hudson Hills Golf Course에 금요일 2시36분 티어프로 네 사람 예약을 했다.
County Park Pass가 있으면 주말피로 80불, 없으면 105불 이다.
다행히 카트는 포함된 가격이다.
뜨거운 날이지만, 찾아간 골프장은 약간 덜 더운 느낌이었다.
간단히 먹은 샌드위치들은 역시 미국사람들을 위해서라 무지 컸다.
나는 간신히 내꺼 반과 다른 사람 꺼 반을 약간 남기고 먹었는데 정말 거북했다.
천천히 오랫만에 퍼팅 연습과 스윙 연습을 했다.
일년 만은 아닌 것 같은데, 하여튼 정말 오랫만이다.
쳐보니 특별히 길지는 않은데 생각을 많이 해야하고 페어웨이가 좁다.
유일한 여성이 제일 잘 친다.
헉, 보통 75를 치다고한다.
아마와 프로들이 모여 치는 모임에서 작년 4번 참석해서 2번 아마추어 중에서 우승했다고 한다.
슬적 스코어를 보니: 0, 0, 0, 0, ...
그냥 다 "Par"다.
폼은 그렇게 우아하지 않고 오히려 백스윙이 오버스윙이 되고 왼팔도 구부러지는데,
항상 페어웨이 정 중앙에 떨어지고 여자로서 거의 남자의 거리 만큼 간다.
치는 걸 보니,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가 나올까가 너무 쉽게 보인다.
드라이브 샷을 페어웨이에 떨어 뜨리면 된다!
두번째 샷을 무리하지 말고 그린에 올리면 된다!
집중해서 홀에 넣던지 가까이 하면 된다!
나는 항상 그렇듯이 좌로 갔다 우로 갔다 크게 overshooting을 하면서 점점 수렴해 간다.
언덕 아래에서 긴 풀에 잠긴 공을 겨우 찾아 쳐올리고,
옆 페어웨이에서 공 날라오기 전에 막 우리 페어웨이로 치고,
옆 디잉 그라운드 바로 옆에 떨어진 거 다시 나무 사이로 꺼꾸로 치고,
벙커에 들어간 거 쳐내고,
물에 빠진 거 다시 치고,
처음 친 볼이 완전히 공 못 찾는 곳으로 가서 다들 다시 치라고 해서 또 치고,
벌써 전반 9홀에 안해본거 없이 다 한다.
다행인 것은 워낙 그런 일이 많아서 별 문제 없이 원 페어웨이로 복구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후반은 드라이버를 잡는 대신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로 3번과 5번 우드로 티샷을 했다. (dvershooting의 극소화 작전!!!)
덕분에 후반 9은 꽤 잘 치게 됐다.
뭐 내 스윙이 좋테나.
포텐셜이 좋테나.
믿어야 돼나?
아무래도 늙기 전에 기본을 잡아 놓으라는 유혹에 넘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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