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직장 일로 밤 12시까지 회의를 했다.
이어 오랜 회의들을 마무리하는 맥주집에서 2시까지 있으면서 얘기하다보니 집에 와서 샤워하고 보니 어느새 3시가 넘어간다.
아침 8시에 스타트이고, 오랫 동안 못 가본 동호회 사람들이 7시에 만난다고 했는데...
잠을 더 자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어쨌던 6시 자명종에 맞쳐 일어나긴 했는데, 몸이 영 침대 밖으로 나가지지를 않는다.
억지로 일어나서 샤워하고, 밥 대강 해먹고, 화장실 갔다오니 어느새 7시10분.
대충 가는 길을 다시 보니 고양종합운동장은 일산 호수공원 인터체인지보다 2개 정도 더 가야하는 듯 하다.
일요일 아침 일러서인지 차들은 별로 없다.
성산대교 앞에서 오랫만에 자유로로 들어섰다.
스로틀을 가볍게 당겨본다.
경쾌한 굉음과 함께 세차게 불어오는 아침바람이 좀 춥다.
어째 날씨가 좀 꾸물꾸물하다.
비가 오지는 말아야할텐데...
이산포IC, 이거구나.
길 표지판에 고양종합운동장 이라고 써있다.
안심.
들어가는데 차들이 밀리기 시작한다.
지금 오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동호회가 모이기로 한 동문쪽으로 가다보니 차량출입금지.
가까운 도로변에 오토바이를 주차한다.
시간은 7시30분 조금 넘었다.
집에서 더나기 전에 확인한 바로는 내가 신청한 비경쟁20km는 8시에 출발한다고 했는데, 마음이 급하다.
스타트 라인 근처에선 사람들이 열심히 돌면서 웜업을 하고 있다.
굉장히 사람들이 많다.
가까이에 보관소가 있다.
동호회 사람들 찾는 건 일단 옷이랑 입고 웜업을 하고 생각하자.
가서 봉지를 받아들고 바닦에 털퍽 앉아서 라이딩 잠바와 청바지를 벗고 보호대를 착용한다.
그런 후 인라인 원피스 슈츠에 오른 넓적다리 부위에 작은 번호를 작은 옷핀으로 부탁하고, 가슴엔 큰 번호판을 옷핀으로 부착한다.
헬멧엔 스티커 번호를 붙힌다.
이어 헬멧을 쓰고 스케트를 신는다.
빡빡하다.
다시 한번 바퀴를 돌려본다.
흠~
잘 도네.
집에서도 시험해 봤는데, 저번 SWIC 마라톤 때의 빗물에 녹이 쓸었을까봐 걱정했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보관소 부스에 자원봉사자 학생에게 옷가방을 다 맡기고, 요깡 하나만 달랑 허리 뒷주머니에 넣고 집에서 가져온 작은 물병을 들고 어기적 어기적 걷는 듯 미끌어져 간다.
벌써 7시 50분 가까이 된 것 같다.
스타트라인에 보니 사람들이 많이 서서 웅성댄다.
저 사람들이 아마도 비경쟁20키로인가 보다.
조금 서서 몸을 푸는데 계속되는 여자 아나운서의 정신없는 멘트와 함께 출발이랜다.
"계속 손을 흔들어주세요."
"잘 다녀오세요."
"헤리콥터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세요."
(아니 이 사람 정신에 있나? 그러다 넘어지면 어떻게 하라구..)
그런데, 이런 시끄러운 분위기에 내가 정신이 빠졌나보다.
뒤에 섰다가 서서히 출발선을 지나서 길로 들어섰다.
어째 좀 이상하다.
왠 애들이 이리 많지?
어쨌던 몸을 풀면서 서서히 달리기 시작한다.
몇번 코너를 돌고 오는데 이상하게 벌써 운동장이 보인다.
헉, 이거 내가 5km를 뛰었나 보네.
약간 챙피해서 머리를 숙인 채 피니쉬라인을 지나 주차장 근처로 들어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라인에 서있다.
근처 갓돌에 앉아 옆에 앉은 사람에게 물었다.
비경쟁20km 출발했냐고.
지금 오픈20km 남자 출발이고, 비경쟁20km는 맨 마지막이랜다.
ㅎㅎㅎ
웃음이 나오네.
늦었다고 생각해서 이거저거 살펴보지도 못하고 그냥 휩쓸려서 5Km를 뛰었으니.
그래두 아직 좀 쉴 시간이 있으니 다행이다.
다시 출발선에 서서 서서히 앞으로 밀려가고 있는 데, 옆에서 아는 사람 젊은 부부를 만났다.
이렇게 수천 명이 서 있는데 그중에서 이렇게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다니.
세상은 넓고도 좁다.
아무튼 인사를 나누고 다시 밀려서 앞으로 가면서 축포소리와 함께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출발을 하게 되었다.
별 문제 없이 완주를 다시(?) 하게 되었는데, 경기 도중에 많은 부상자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이런 부상자가 있을 때 마다 신속한 근처 앰불란스의 접근과 사고를 뒤 사람들에게 알리는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수신호가 이제 많이 정착된 느낌이어서 인라인 선진국으로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춥고 비가 와서 쌀쌀하고 위험했던 4월의 SWIC에서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이 축제다운 즐거운 분위기의 마라톤이어서 아직도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이고 그 날 잠두 조금뿐이 안 잔 덜 준비된 상태에서 혼자였지만,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오늘 대회홈피에 가서 찾아보니 내 사진은 없고, (약간 섭섭) 아래의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배번: 5183
기록: 53(분).35(초)
469위
연령: 50대
연령대순위: 28
내 연령대에서는 선전했네...ㅎㅎㅎ
저번보다도 기록은 조금 나아지고.
그래도 2년 전 인라인 시작할 때보다는 아직 처지는 기록이며 폼이다.
조금이라도 연습과 폼교정을 한 후에 다시 도전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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