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말 오랫만에 인라인을 탔다.
한달여 전에 이미 참가 신청은 해두었는데, 이러저러 하다보니 어제까지 한번두 다시 타보지 못한 채 오늘 아침이 되어버렸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우리 인생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 같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2003년에 배우고 반년 정도 정기적으로 탔다가, 2004년 초에 두어번 타고는 1년만에 처음 타는 인라인이었다.
2003년에 인라인 마라톤을 21km짜리를 두세번 나가고, 42km 짜리를 한번 나갔다.
게다가 2003년 말 드디어 인라인을 트레이닝에서 레이싱스케이트로 바꿨었다.
그래서 발에 성형하고도 몇번 신어보지 못했다.
Anyways, 어제 밤 밤 늦게까지 새로 사온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란 책을 읽다가 잠 자는 중간에도 비가 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침 5시가 돼버렸다.
어차피 오랫만에 타는 것이기에 21km 피트네스 부문으로 신청했지만, 한번두 컨디셔닝을 안하고 게다가 비까지 오니까 정말 비가 많이 와서 연기되었으면 했다.
그러나, 대회 본부에서 이메일과 핸드폰에 문자메세지로 비가 와도 강행한다는 통보에다 다음 카페의 동호회도 강행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젠 빼두박두 못하구 준비해서 가야한다.
보슬비가 계속 오는 88도로를 달려 올림픽 주경기장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7시가 약간 못됐다.
이리 저리 구경 다니구 혹시 전화번호를 안 가져온 동호회 사람들이 있나 기웃거리지만 볼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못 만났다.
한쪽 구석에서 스트레칭으로 불안한 마음을 달랜 후, 주차장에서 조금씩 스케이트를 밀어본다.
호~
물이 많아서 바뀌가 잘 미끄러지고 불안하네...
몇번 지쳐보다가 다른 사람들 눈도 신경 쓰이고 잘 서지도 못하겠어서 슬그머니 가까운 데 세워진 내차로 돌아와서 다시 스케이트를 벗는다.
난 항상 스케이트 신고 10여분은 발을 졸라매서인지 발이 아프다.
이렇게 조금 한 후 쉬어주면 보통 계속 발이 아픈 문제가 없어진다.
스타트 소리가 울리고, 사람들 소리가 나는 걸 보니 42km 경기가 시작된 8시인가 보다.
남자 21km는 여자 보다 약간 앞선 8시 45분에 스타트하고, 8시 30분까지는 주경기장 입구쪽 차도에 있는 스타트 라인에 가 있어야 한다.
8시 20분을 넘어 스케이트 끈을 졸라매고 위드브레이커도 벗고, 만원짜리 두장과 차키만 엉덩이 위에 있는 쫄바지 주머니에 넣고 가슴에 큰 번호와 넢적다리 위에 작은 번호르 옷핀으로 고정하고 헬멧에 번호스티커를 붙착한 후, 물 한모금 더 마시고 차에서 나왔다.
8시30분은 넘은 시간에 이미 스타트라인은 사람들로 꽉 차고 안내하는 사람들이 빨리 스타트라인으로 나가라고 호르라기를 불고 손짓을 한다.
이젠 비가 다 개었다.
정말 다행이다.
그래두 길에는 물기는 물론 많고 물이 고인데도 가끔 있다.
넘어지지는 말아야 할텐데...
사람들과 어울려서 다시 스트레칭하고 구경도 하면서 경기진행자의 얘기를 듣는다.
푸앙~
폭죽이 터지면서 드디어 남자들 21km 피트네스 부문이 출발이다.
사람이 워낙 많은데다 아직 길에 물이 많아서 다들 조심하며 달리지를 않는다.
그래서 더욱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래두 약간 쌀쌀하지만 대부분 짧은 원피스 인라인복 차림에 오랫만에 즐거운 축제 분위기이다.
나도 긴 인라인 쫄바지에 긴팔 쿨맥스 셔츠에 무릅과 팔꿈치와 손에 보호대를 장착하고 은색의 핼멧을 쓰고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 선수팩: 42km International Elite Open ]
[ 젖은 길 달리는 20km 피트네스 부문 참가자들 ]
시작한지 5분두 안됐는데 벌써 발이 약간 아프다.
아직도 사람들이 많으니 길게 스케이팅하기는 불안하다.
또 한발로 지칠 땐 조금만 균형이 틀리면 진행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두 어거지로 마구 지쳐본다.
또 얌전히 폼을 재면서 지쳐두 본다.
한참을 가다보니 앞에 사람들이 많이 서 있다.
보니 지하차도로 들어가기 전에 감속하느라고 몰려 서있는 상황이다.
나두 일단 서서 차례를 기다리다 천천히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내려간다.
ㅎㅎㅎ
힘 안들어서 좋네.
그러자 마자 지하차도를 벗어나려면 올라가야 하니 힘이 좀 든다.
아직은 다들 힘이 있어 뒤쳐지는 사람도 별로 없다.
차도변엔 사람들이 가끔 구경하고, 건너는 차들은 다들 경찰의 제지에 불만족 스러운 듯 길게 늘어 서있다.
그래 대통령이면 맨날 다른 차들 세우고 달리겠지만, 나같은 사람이 언제 차들을 저리 오래 세워두고 그앞으로 유유하게 인라인을 타고 가겠나.
계속 진행하다 보니 가락동 시장이 나온다.
아마 이게 5km정도 되는 지점이었던 것 같다.
거기서 우회전해서 계속 직진하는데 무슨 똥냄새가 난다.
서울에서 그것도 강남에도 똥냄새 나는 데가 있구나...ㅎㅎ
아이, 씨, 벌써 힘이 좀 드네.
그래두 이 정도면 완주할 수도 있겠는데.
중간에 쉬지는 말자.
갑자기 '지나갑니다'하는 소리가 나더니 일단의 여성주자 팩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너무 멋있다.
어리버리 폼을 의식하며 조금 더 가다 보니 여기가 반환지점이라고 얘기해 준다.
드디어 10km를 넘은 것이다.
hey, piece of cake!
앞사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도 하고, 노면이 나빠서 차선을 바꾸기도 하고, 물기가 너무 많아 적은 쪽으로 가기도 하고, 뒤에서 달려오는 팩에 자리를 내주기도 하면서 그래도 씩씩되며 나는 간다.
그런데, 조금씩 내가 숨을 불규칙하게 쉰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서야.
그래서 스케이팅 지치는 것과 호흡을 싱크로 시켜본다.
음!
이거야, 이거.
조금씩 리듬감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근데 남은 건 5km도 안남은 지점.
그래두 이젠 발이 아프지도 않고 완주에 대한 염려도 없이 젖은 길 사고에 대한 우려도 뒤로 하고 천천히 자신의 리듬을 되찾아서 지치기 시작한다.
아~
이제 됐어.
후후, 후후.
후후, 후후.
후후, 후후.
....
....
저만치에 어느새 올림픽 주경기장이 보이고,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보이지 않는 피니쉬라인을 향하느게 보인다.
이젠 오히려 안정된 자세로 천천히 나만의 페이스로 나름대로 마지막 스퍼트를 해보면서 피니쉬라인으로 들어간다.
[ 주 경기 1,2,3위의 마지막 스퍼트 ]
피니쉬라인을 지나자 물병을 나눠주는 여학생들이 보인다.
반갑게 한병을 마시면서 주경기장 안쪽으로 들어오는 양쪽에선 사람들이 늘어서서 아는 이들을 찾는다.
나는 가까운 앉을 곳을 찾아 우선 신발을 풀고 좀 휴식을 취한다.
기록계측용칩을 번호표에서 뜯어내어 반환하고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받아들고, 좀 더 천천히 쉬면서 주위도 살피고 아는 사람도 혹시 있나 살펴본다.
아무도 없어 천막들에 사람들 모인 곳에서 이것 저것 전시품을 구경하다가 오후의 테니스 약속 전에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저 주차장에서 차에서 스케이트를 벗고 신을 신고 집으로 돌아온다.
흠~
어느새 88도로는 말끔이 말랐고 날씨도 환하다.
오늘은 아직 반이나 남았네...
잠시 후, 핸드폰에는 대회사무국으로 부터 4547 *** 님의 기록은 1:01:28 이라고 찍혔다.
Hey, not bad.
여태까지의 기록 중 최하지만...
Not bad, not bad at all.
휴~우.
추신: 보통 인라인 마라톤은 운동회에다 축제 분위기가 섞인 즐거운 운동과 동지의식의 장인데 이번 마라톤은 너무 오랫만에 준비가 전혀없이 맞이하면서 게다가 비온 직후에 젖은 상황에서 동호회의 정신적 지원도 없이 혼자 하느라 약간 지나치게 보이는 걱정과 우려의 연속이었다.
저의 이번 마라톤은 좀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다.
[ 젖은 길 달린 내 인라인스케이트 와 참가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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