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근처의 중국식 배달식당에서 간단히 "채소와소고기" 점심스페셜로 볶은밥과 곁들여 요트장 옆에 있는 작은 공원에 가서 먹었다.
먹고나서 먹는 것보다는 그 내용을 읽는 것이 더 재미있는 포춘쿠키를 깨어 열었더니 나온 말:
A man can fail many times, but he isn't a failure until he gives up.
(사람이 많이 실패할 수는 있지만, 포기하기 전까지는 그는 실패가 아니다.)
어제 저녁에 먹은 돼지고기요리에서 나온 쿠키의 글은 대강 아래와 같아서 그냥 버렸는데:
You achieved perfection.
(너는 이미 완벽을 성취했다.)
어제 구입하려고 마지막으로 배를 다시 보고싶다면 왔던 인상이 너무 좋던 젊은 부부 중 많이 나에게 질문한 남편에게 이것 저것을 얘기해주면서 내가 이배에 얼마나 많이 정성을 쏱았나를 다시 알 수가 있었다.
돈 걱정없이 튼튼하게 배의 구조나 안전에 관련된 중요한 일들은 다 해당 전문가에게 시켰다.
이것저것 조금씩 다시 신경쓸 것을 알려주다보니 너무 섭섭했다.
내가 정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여자들과 헤어질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내가 이배에 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아직까지 가지고 더 나아지게 하고 있고,
그래서 이제는 거의 완벽하게 내것이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내삶에서 무엇이 이리 완벽할까도 생각하게 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에게 완벽한 배가 될텐데.
어제 점심 때 왓던 브로커에게 내가 팔고싶은 가격을 알려주고, 잠시 후에 그 가격에 충분히 가까운 두번째 가격을 받고는 더 따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팔겠다고 결정했다.
브로커도 좋은 가격이라고 하고.
그런데 잠시 후에 서류를 만들어서 가져오겠다던 브로커는 오지 않고 해서 요트장을 걸었다.
여기 저기 수없이 많은 팔려고 내놓은 요트들.
어느 것도 내것만큼 예쁘지 않았다.
내가 눈에 콩깍지가 다시 씌운건지.
저녁이 되고 다시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샤워장에서 가져온 요트잡지에서 2011년 새로 나온 요트들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내배처럼 우와하게 늙은 배는 물론 없었다.
다들 대량 생산된 프라스틱같은 배들이다.
물론 성능은 내배보다 더 좋을 것이 확실하나, 이배처럼 오래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배들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배와 오래 같이 우와하게 늙어가고 싶다.
빨리 아침이 오면 브로커에게 얘기하고 싶다: 마음이 바뀌어서 않 팔겠다고.
아직 계약서에 싸인 않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오늘 아침에 샤워를 하고 아침부터 일찍 여는 스타벅스에 와서 다시 컴퓨터를 펼쳐놓고 커피를 마신다.
잠시 서울에 사람 둘과 카톡을 하고, 내 마음의 변화와 상태를 얘기하고.
지금 브로커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는 크리스마스 전전날 이곳저곳 어렵게 배를 물에 띠우고 검사하려고 뛰어다니고, 살사람들은 너무 기뻐했는데,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너무 나쁘긴하다...
나에게 Good Luck!이라고는 말로 하는데, 완전히 속 마음은 엿먹어라 하는 것 같이 들린다.
이렇게 저렇게 나에게 따져도 저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어제 오후에 새 계약서를 가지고 오겠다고 하고 오지않고, 저녁에 내가 전화해도 안받고 나중에라도 전화하지 않았고, 오늘 아침 내 전화 녹음을 받고야 전화를 했으니 자기도 잘 했다고 하기는 힘들지.
그래도 내가 미안하다.
많이.
그래도 사랑에는 양보가 없는 것이 아닌가?!
맨날 nice guy만은 아닌 나다.
이제 다시 배 정리를 하자.
그리고 마스트 뺄 준비작업도 진행하자.
다져와 오토파일롯도 주문하고.
오늘이 크리스마스 전날이자 토요일이라 얼마나 일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Meryy Christmas! 여러분.
'요트수리!!!와 항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1.13(금): 선박회사와 요트 운송에 대해 계약 외. (0) | 2012.01.14 |
---|---|
2011.12.26: Big Mistake and Apology. (0) | 2011.12.27 |
2011. 12. 23 오전 6시: 애물단지 (0) | 2011.12.23 |
2011.12.22: 요트를 가지러 미국에 와서 급변상황에 대해 Cruiser's Forum에 보고. (0) | 2011.12.22 |
2011.12.12: 항해 계획 변경, Plan-B 有(아리!) (0) | 2011.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