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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페르 유세프 (Dhafer YOUSSEF)

cool2848 2011. 10. 5. 09:05

 Date: 2010년 3월 9일

장소: 파리 알함브라

Artist: 다페르 유세프, oud & vocal

Feat: Tigran Hamasyan, piano

        Chris Jennings, contrabase

        Mark Gulianna, percusssion

 

 

튀니지의 어느 조그마한 어촌, 뭐라도 신기한 게 있을까 싶어 해안가를 홀로 쏘다니던 소년은 찢어진 그물 조각이나 정어리 캔 껍질이나 나뒹구는 텅 빈 모래사장 위에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머릿속은 온통 음악에 대한 생각 뿐이다. 놀이라고는 조그만 라디오에서 듣을 수 있는 음악뿐이다. 그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여덟이나 되는 자식들 먹여살리기에도 급급한 형편, 레슨은 커녕 악기 하나 가질 수 없었다. 소년은 스스로 우드를 만들어 튕기고 다닌다. 어느날 대처에 다녀온 친구 하나가 전기기타와 조카에게 줄 장남감 기타를 사들고 마을에 온다. 친구는 장난감 기타를 일주일 동안 소년에게 빌려준다. 장남감이지만 제대로 만든 악기 소리에 감동한 소년은 친구에게 진짜 기타를 며칠만 빌려달라고 애원하고 친구는 마침내 허락한다. 그에게 허락된 그 며칠동안 소년은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노래를 잘 불렀던 소년은 열 살 즈음부터 마을 축제나 결혼식에 불려다녀며 노래를 불렀다. 사례로 받은 돈을 모아 마침내 100 유로 정도쯤 하는 진짜 우드를 사게 된다. 싸구려 악기에다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연주 소리가 시원찮았던지 주변의 친지들은 그냥 노래나 부르라고 했다지만 소년은 처음으로 갖게된 자신의 악기가 소중하기 이를 데 없어 밤낮없이 연습을 한다.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으로 소년은 비엔나로 간다. 음악을 공부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접시닦이, 웨이터, 유리창닦이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돈이 생기면 음악을 들으러 다녔다. 클래식이든 재즈든 뭐든. 어느날 비올라 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악보 읽는 법과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열정으로 하는 공부에는 그 어떤 교수법도 필요 없는 법이다. 그러던 어느날 따블라 연주하는 친구를 만나 인도 음악에 입문을 하고 그는 인도 음악이 자신의 뿌리가 있는 음악과 통하는 것임을 느낀다. 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연주자로서의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없어 여전히 노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노라고 말한다. 음악을 하고 싶었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순간이었으니까. 우드 연주와 보컬로 조금씩 알려지게 될 무렵 비엔나의 재즈클럽 Porgy & Bess의 새로운 프로젝트 - 뮤지션에게 일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공연을 올릴 기회를 주는데 공연 내용에 대해 클럽은 일체 참견을 하지 않고 무슨 음악을 올려도 좋다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 에 선발되는 기회를 잡는다. 그는 같이 연주하고 싶었던 뮤지션들을 초대하여 매번 완전히 다른 음악을 무대에 올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홉번째 공연을 마칠 무렵 음반 제작 제의가 들어온다. 남들은 10 년정도 걸려야 얻을 수 있을 명성을 아홉달 만에 얻은 셈이라고 그는 회고한다. 그 다음 아프리카로 돌아갈까 하다가 유럽에 머물기로 하고, 뉴욕에 정착하려고 할 무렵 9.11이 터지고, 그래서 그는 파리에 머물기로 한다. 파리에 머물면서 주로 노르웨이 뮤지션들과 활동을 하며 유럽 재즈계의 주류 뮤지션으로 우뚝 서 있다. 그는 우드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다페르 유세프이다. 그가 하는 음악은 아랍 음악 특히 수피 음악의 정서가 깊이 깔려 있는 에스닉 재즈이다.

 

나는 알함브라의 공연 프로그램을 살펴보다가 그를 소개하는 글이 흥미로와 유투브에서 그의 음악을 찾아 듣고 범상치 않은 뮤지션으로 보여 공연을 보러 갔다. 30분 전에 극장에 도착했는데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20~30m 길게 줄을 늘어선 것으로 보아 나만 모르고 있었던 스타 뮤지션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잘 모르는 뮤지션의 공연을 기다리는 순간은 참 행복하다. 물론 실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새로운 발견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레이기까지 한다.

 

무대에 등장한 다페르는 진지한 뮤지션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약간 껄렁껄렁해보였다. 같은 튀니지 출신 우드 연주자 아누아르 브라헴은 진지함의 극단이었는데..  그가 하는 음악과 그의 껄렁껄렁한 태도는 좀 안 어울린다. 조금 더 폼을 잡았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의 음반만 들어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그가 아주 과묵한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는 첫 곡부터 보컬로 때렸다. 그의 보컬은 가사 전달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사용한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을 독특한 음색의 고음을 파워풀하게 뿜어낸다. 그런데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관객들에게 감정이입이 잘 안 되어 반응은 좀 썰렁했다. 박수소리가 힘이 없다. 그런데도 다페르 저는 혼자 신이 나는지 빠른 리듬의 음악을 1부 공연 내내 계속했는데 나는 필링이 안 와서 떨떠름하게 박수도 안 치고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나 30분간의 인터미션 후 2부 공연에서는 뮤지션들도 관객들도 모두 몸이 풀렸는지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박수소리와 휘슬소리가 제대로 나온다.  초반에 좀 부드러운 곡으로 분위기를 서서히 띄웠더라면 싶은 아쉬움은 있지만 우드라는 악기를 가지고서 재즈의 감성을 성공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 거기에다 그의 독특한 보컬이 북아프리카 사막의 이미지를 더해주니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광할 만하다. 그런데 나는 그가 재즈의 색깔을 조금 희석시키고 우드의 특성을 더 살려서 에스닉한 느낌을 더 강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고 볼 일이다. 다페르 유세프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리를 탐구하고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노력하는 뮤지션이니 언젠가 그의 뿌리로 다시 돌아가는 날이 있을지도... (2010년 3월 15일)

 

  

출처 : 나의 행복한 음악여행
글쓴이 : meloman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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