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남미여행 첫 기착지이자 출발지인 페루 이마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들 모여서 두대의 미니밴에 나눠타고 숙박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나는 두번째 차의 앞자리에 운좋게 앉아있었다.
이때가 밤 11시 정도, 차가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서 한참 가다가 우리 숙소로 예약되어 있는 곳 가까이 가던 중 시내 한복판에서 잠시 교통신호 때문에 두어차가 신호등을 받고 정지해 있던 중.
한 청년이 어슬렁어슬렁 앞차의 조수석으로 다가간다.
뭐라고 얘기를 하는 듯 하였는데, 이때 또 한 청년이 내가 있는 곳을 지나 앞차 뒤창 근처에 온다.
갑자기 그청년이 손으로 뒷창을 치니 (손에 돌을 들고, 그 손에 붕대를 감았다고 추정됨) 한번에 뒷창이 깨지고 거기에 잔득 쌓여있던 배낭 중에서 하나를 집고 돌아서 뛰기 시작한다.
나는 물론 옆의 현지 기사도 멍하게 보고만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앞차 조수석에 다가섰던 청년도 같이 뒤로 뛰기 시작한다.
그때야 우리차 운전기사가 문을 열고 나간다.
나도 뒤늦게 따라 나섰다.
그 청년들이 사라진 골목에 나와 운전기사가 갔을 때는 이미 도둑들은 어두운 골목 끝에서 사라지는 중이었다.
나도 운전기사도 큰 길가에서 더 이상 골목길로 들어서지 않았다.
숙소로 와서 차를 세우고 짐을 끄내고,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이 앞차기사.
왼쪽 까만옷의 여성분이 본인 배낭을 잃어버린 피해자.
사진 중간에 청바지 입은 분이 인솔자.
인솔자의 가방도 저렇게 맨 상태에서 좌석에 있어서 잃어버리지 않았지만 기어박스옆에 놓은 기사의 돈가방도 앞 도둑이 열린 창문 사이로 팔을 넣어 빼어 도망갔고, 부분 깨진 뒷창문으로 일행 중에 하나인 저 검은 옷 입은 분의 배낭을 가지고 도망갔다.
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고 배낭에는 작은 사진기와 옷가지가 대부분이었고, 돈과 여권등은 따로 손가방에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앞차의 운전기사가 제일 큰 피해를 봤다.
남미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여행자로서 당연히 마음을 열어야 하겠지만, 한편 현실적인 면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겠다.
어쨋던 도착하자 마자 구경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남미여행은 벌어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찾아간 리마의 시내 중심가 아르마스 광장에 와서.
이 사진에 보이는 곳이 대통령궁이었던 것 같다.
1555년에 처음 지어지고 이후 지진으로 몇번 부셔진 것을 1746년에 재건했다는 사진에 보이는 리마대성당을 찾았다.
성당 내의 이 그림이 보이듯이 우리는 옷가지 든 배낭을 하나 도난당했지만 이곳 원주민들은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온 나라와 사람들을 강도당했다.
아직도 이 나라에 제일 중요한 건물 중에 하나에 이렇게 자랑스럽게(?), 아니면 적어도 당당하게, 침략과 강탈의 역사가 보존되어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바로 이 침략의 원흉인 Francisco Pizarro의 관이 전시되어 있었다.
성당 내부.
대성당과 옆 건물, 그리고 아르마스광장을 구경하고는 바로 옆의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가에서 영양가없고 형편없던 숙소의 아침을 불평하며 아점을 먹었다.
영어는 거의 못하는 그러나 같이 소통이 되는 이 아가씨에 끌려와서.
이왕이면 여행의 처음에 이곳 특산음식과 음료를 이곳의 미인에게서 서브받으며 즐기고 싶었다.
페루와 근처에서 많이 마시는 잉카 콜라.
나에게도 이 잉카콜라가 코카콜라보다 좋았다.
덜 자극적이고 향이 있었다.
세트메뉴에 같이 포함되어 나온 pisco sour.
여기에서 나는 백포도로 만든 와인을 가지고 만든 pisco란 브랜디에 레몬쥬스 등을 넣고 계란희자위를 거품내어 나오는 맛있는 남미에서 잘 알려진 칵테일이다.
아주 맛있었다.
ceviche.
익히지 않은 생선회를 레몬쥬스와 양파와 칠리 등을 같이 넣고 만든 회겉저리같은 음식으로 이곳 음식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이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그냥 먹어보는 경험으로 족했다.^^
주 요리, 괜찮았다.
사실 이후 남미여행 거의 내내 음식과 커피가 불만이었는데, 이곳에서의 시작은 그래도 꽤 좋았다.
맛도 분위기도.
시내를 지나다가 본 버스를 기다리는 원주민 가족.
으음~ 페루 온 거 맞아.
숙소가 있는 신시가지에 속한 바다에 면한 공원.
공원의 이름이 <사랑의 공원>이라고.
외로운 여행자에게 소금칠 일이 따로 있지...
하루 지냈던 숙소인 유스호스텔의 정원.
숙소는 밖에서 초인종을 눌러 확인하고야 열어주는, 남미여행 거의 내내 비슷한 방식의, 보안이 철저한 곳이었다.
이렇게 우리 남미여행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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