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11.2.22: 왜 여행을 하는가? (미완)

cool2848 2011. 2. 22. 14:34

여행을 갔다온 지는 며칠 됐지만, 그 사진들을 주로 쓰는 집 컴퓨터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몇분 전이다.

그래서 드디어 여행기록을 쓸 준비가 됐다.

어쨌던.

 

내가 여행에 가서 제일 많이 물어본 것은 상대가 <왜 여행을 하는가?>였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제일 많이 물어 본 질문은 <이번 여행에서 무엇이 제일 좋았느냐?>였다.

 

내가 남미여행, 그리고 그전에 대양항해를 하기 전부터 나는 왜 여행/항해를 하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보통 사람들이 내기 힘든, 따라서 통상 생활에서 많은 희생을 해가면서까지, 시간을 내야하고, 동시에 돈도 적잖게 들어가는데, 사람들이 왜 이리 여행을 좋아하는 지가 궁금했다.

이런 점들이 이번 남미여행같은 경우에는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건들이었기에 나는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더 확실한 여행을 위한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궁금했다.

왜?

 

내가 보기에 여행이란 익숙한 루틴들로 이루어진 일상생활을 벗어나 미지의 세상-즉 미지의 자연적인 공간과 인공적인 공간-과 함께 미지의 관계-현재와 과거의 나와 다른 인간들과 동물, 식물, 심지어는 무생물-들과 만남과 상호작용함이다.

 

이렇게 여행이란 잘 알고 익숙한 기존생활에서의 벗어나 미지의 세계와의 교접하는 과정에서 알지 못하는 세계와 알지 못하는 언어, 문화로 인해 불편할 수 밖에 없고 동시에 그런 불편에 대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지의 공간이란 주변의 경관과 다른 기대치 못한 처음으로 감각하는 자연 경관과 함께 인공적인 구조물들이 포함될 것이다.

나아가 미지의 관계에는 과거의 인간들에 의한 역사적인 유물과 건축물과 함께 자연현상에 의해생긴 유적들과 함께 현재 존재하는 전에 만나지 못했던 인간들과 동물들, 그리고 식물 및 무생물체들까지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여행을 가면, 흔히 하는 말처럼 <집 떠나면 고생>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고생을 여행 전과 후의 일상 생활에 커다란 희생까지 해가면서 사서 하는 것일까?

 

좋은 답이 별로 없었다.

어떤이들은 유적이 좋다고 하고, 어떤이들은 자연경관이 마음에 끌린다고 하는 얘기들을 했지만.

과연 이런 것들이 그렇게 좋아서 이 모든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나에게는 별로 공감이 가는 답이 없었다.

나는 내가 확실히 공감할 수 있는 뚜렸한 뭣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 중 의외의 대답이 있었다.

브에노스아이레스의 호스텔 아침식당에서 만난 혼자 2개월간을 아르헨과 브라질인가 두 나라를 장기 여행하는 아주머니의 얘기 중이었다.

내가 묻는 집 떠나면 고생인데, 왜 여행을 자주 하시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집을 떠나면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마도 혼자 사는 직장 여성 중에는 집과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떠나 여행에서 자기처럼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 적지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들에게는 여행이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들과 더불어 기본적으로 집과 직장 등으로 이루어진 일상생활에서의 긴장과 스트레스 상태에서 벗어나 여유와 편함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묻는 것이다: 집과 한국이 편하냐고?

 

흐음~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나에게는 한국이 편하고 자유롭게 뭐든지 있는 지상천국 같은 곳인데...

그러니, 그런 상황을 떠나면 불편하고 부자유스럽고 그래서 이런 불편과 부자유로움을 보상할 뭔가 확실한 댓가가 있어야 (외국)여행을 떠날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쨋던 그런 그들의 상황이라면 그런 소박한(?) 이유만으로도 외국여행을 가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나에게는 해당도 따라서 도움도 되지 않는 이유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여행은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를 경험함으로써 나의 한계를 알고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는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