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10.12.20-23: 부모님과의 큐슈 여행, 첫째날.

cool2848 2010. 12. 24. 15:21

오랫동안 외국에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귀국해서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렇게 커서도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는 것이 죄송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큐슈에 겨울 온천 여행을 제안했고, 부모님들께서도 흔쾌히 동의하셨다.

 

첫째날은 일단 내가 좋아했던 쿠로카와온천으로 정했다.

아버님께서 2박3일보다는 3박4일이 좋다고 하셔서 세째날은 후쿠오카에서 약간 구경하고 쇼핑을 하기로 하고, 둘째날은 아버님이 학도병 때 머무르던 가고시마를 가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날 밤에 부모님이 머무르시는 창녕에 가니 둘째날에 외할아버지께서 일제시대에 다녔던 야마구치 고등학교에 찾아가 동창회부를 확인하자고 하신다.

 

인터넷에서 제일 먼저 부산-후쿠오카 고속수중익선을 가까운 날들로 예약하고, 그 다음에는 <큐슈로>라는 싸이트에 가서 3박4일 (닛폰)렌타카에서 작은 차로 예약하고, 마지막날 후쿠오카에서 머루를 호텔을 예약했다.

아무래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 보통 내가 여행하는 아무렇게나-모드는 적합하지 않아서 미리 예약을 하였다.

그래도 첫째날 쿠로카와온천에서는 일본 온천 100선에 들어간다는 <이코이 온천>에 가고 싶었는데, 신용카드로 예약을 않받고 <큐슈로>싸이트에서는 이곳과 내가 가본 적이 있는 <신명관 온천>에는 예약을 할 수가 없어서 일단 쿠로카와에 가서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워낙 나도 오랫만에 일본 여행이라 최근에 나온 <Enjoy 규슈>란 책자의 좋은 소개를 보고 여행 가기 전날 구해서 갔다: 가서 보니 이책은 다양한 정보도 자세한 지도도 없고 나같이 일본을 대체로 (92년93년에 반년 오사카에서, 또 반년 후쿠오카 근처에서 살았음) 아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는 그냥 보기 쉬운 책일뿐이었다.

절대로 사지 마시길. (원하시는 분은 연락하시면 제꺼 드립니다.)

 

 

부산을 출발해서 오른쪽으로 사진에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희미하게 대마도를 창에서 보면서 커피를 즐기시는 부모님.

 

세시간에 채 못미쳐서 내가 좋아하는 후쿠오카의 항내로 들어왔다.

 

마중나온 닛폰렌타카의 직원과 함께 가까운 시내의 영업소로 가서 소형차 (1,000씨씨~1,300씨씨급)를 가지고 내비에서 쿠마모토를 찍고 달렸다.

 

참고로 이차는 1,300씨씨 짜리 혼다의 FIT라는 차인데 (1,500씨씨 모형도 있음) 작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많이 나온 차체 때문에 상당히 실내가 크고 편했으며, <에코>라는 공인(?) 마크에 걸맞게 저공해와 고연비를 자랑해서 매우 잘 팔리는 모델이라고 한다.

둘째날 비가 내리는 길을 장거리 운행했는데, 마지막날 보니 우리가 사용한 거리에 평균은 리터당 18.6키로였다.

국산 중형(?) 하이브리드카의 주장하는 예측 연비가 20키로라고 신문에서인가 보았는데, 그렇다면 기껏해야 실제 운전상황에서는 16~7키로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되고 실제 비오는 곳에서 저렇게 나온 연비는 매우 좋은 것이다.

물론 이렇게 좋은 것도 내 125씨씨 짜리 스쿠터의 리터당 55킬로 정도의 주장에는 엄청 못미치는 것이지만...ㅎㅎ

(실제 연비는 출발과 정지시 급가속을 즐기는 나의 운전 스타일 때문에 30키로에서 40키로 정도 사이에 머물 것으로 추측한다.)

하여튼 오랫만의 일본 여행에서 다양한 자동차 디자인과 보다 환경친화적인 면으로 일본 차들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접했다.

 

부모님께서 어차피 예전에 다 보신 쿠마모토성을 보지 말고 그냥 숙박소로 가자고 해서 쿠마모토시에 적당히 쿠로카와로 네비에 맞추고 가다보니 아소시 옆에 지명으로 가서 다시 쿠로카와온센으로 물어서 가다보니 아소산을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지는 해를 보고 지나가다 한장.

 

원하던 이코이여관에 가니 그날 예약은 다 찼다고 해서 밀려서 온천여관조합에 가서 예전에 들렸던 이곳에서 제일 오래된 여관 둘 중에 하나라는 신명관여관에 연락을 하고부모님은 소식을 하시니 저녁은 두 사람분만으로 해달라고 가격을 정한 후에 다시 동네를 돌아서 신명관 여관에 왔다.

나중에 보니 이미 사진에 보이는 쿠로카와를 건너는 다리의 대문 앞에 맨밑에 이상 환영이라고 써있다.

 

그래서 간단히 여관내의 노천온천에 가서 뜨듯한 온천물을 즐기다가 나와서 너무 늦지 않게 저녁을 먹으러 갔다.

 

마침 오늘 저녁은 화로에 구워먹는 요리를 포함하는 <이로리요리>라고 한다.

저녁식사와 아침식사와 숙박은 개인당 15,900엔이었고, 저녁식사를 빼면 10,500엔이었다.

고로 이 식사가 5,400엔 짜리라는 얘기.

사실 혼자 가면 이런 비싼 음식은 거의 못 먹습니다만, 모처럼 부모님과 함께 갔으니 무조건 GO엿습니다.

미리 구워 놓은 담백하고 알이 꽉 찬 불 옆에 화로에 꽂아있는 저 산천어가 제일 맛있었다.

 

이건 큐슈 특히 쿠마모토가 원조격인 말사시미.

내가 먹어본 것들은 얼린 것들이었는데, 이건 생고기에다 말고기인데도 기름이 많이 붙은 부분이라 많이 부드러웠다.

 

그리고 화우의 불고기.

기름이 골고루 살에 잘 끼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역시 부드러웠다.

사실 나는 이런 너무 부드러운 고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치아가 좋지않은 부모님들은 부드럽다고 좋아하셨다.^^

 

그외에도 여러가지 나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찐 채소.

 

그리고 역시 밥과 된장국.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서 피곤해서 잠간 창 밖을 보고는 오랫만에 풀냄새나는 프래쉬한 다다미방에서 곤히 잤다.

 

다음날 아침 특별할 것이 없는 전형적인 일본 아침식사.

 

아침에 두분과 함께 쿠로카와 동네 구경을 다녔다.

여관 앞에서 약간 내리는 비에 여관에서 준 우산을 쓰고.

18년 전에는 내 가족들과 같이 이곳의 같은 여관에서 눈내린 노천온천을 즐겼는데, 이제는 부모님을 모시고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대부분은 이런 좁은 오래된 골목으로 이어진 여관만 수무여개인 산골마을.

 

동네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쿠로카와.

 

전날 들어가려다 만원이라 못 들어간 이 마을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알려진 이코이여관.

 

야마구찌로 가기 위해 오전에 쿠로카와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