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조용했던 도착한 첫날의 저녁 바다.
대매물도에서 정박 이틀째.
앞의 어선처럼 배를 북쪽 바람을 마주보게 세웠어야 하는데, 그냥 출항할 때 편할 것만 생각하고 바람에 배 뒷편을 보게 해서 다음날 엄청 바람에 시달렸다.
민박집에서 저녁을 잘 먹다.
특히 전어물회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후 다 읽지못한 <눈먼자의 도시>를 마저 읽고, <악에 대한 세편의 대화>를 읽기 시작했으나 초기에 집중이 않되고 어려워서 읽은 곳을 반복한다.
배 뒷방에서 내가 펴서 깔던 슬리핑백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추워하는 앞방의 학생들에게 넘겨주고 얇은 오리털 슬리핑백 속에 들어가서 오리털 이불을 덮고 엎드려서 민박집에서 준 캔맥주와 딸콩안주를 줏어먹으며 계속 소화가 제대로 되지않는 소설을 읽는다.
다른건 할 것이 없다.
학생들은 중앙선실에서 술을 마시며 얘기를 즐긴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여배우 얘기, 영화, 요트부 여학생들, ...
간간히 들린다.
나는 계속 책을 보다가 드디어 자기로 결정하고 복도 사이의 문을 닫고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쉬를 하고 눕는다.
물이 채워진 베개와 팔이 닿으면 차다.
아무래도 잠은 아직 않오고, 책은 재미가 없고 컴퓨터를 사용하고 싶어서 내비게이션 테이블로 가서 사왔으나 잭이 맞지않아 사용하지 못하는 DC-DC변압기의 잭쪽의 선을 자르고 노트북 컴퓨터의 원 AC-DC어댑터의 잭쪽 선도 잘라냈다.
전선 연결 터미날들로 마감을 하고 맞는 원래의 잭과 직류변압기의 터미날들을 끼여서 배의 12볼트 전원에 연결하니 컴퓨터에 파란불이 들어오며 전원이 제대로 공급되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어차피 "FREE PUBLIC WIFI"라고 이름지어진 신호는 쎄지만 연결이 않되는 신호 외에는 이 외로운 섬에는 다른 접근할 수 있는 wifi 신호는 없다.
그래도 뭔가 하나 일은 했네.^^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눞는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 깔렸던 교류용 전기장판은 느낌이 차가워서 걷어냈다.
그래도 매트레스가 차서 슬리핑백 밑에 작은 휴대용 담요을 풀어서 깐다.
머리에는 며칠째 털모자가 차가운 공기를 덜어주고, 발에는 실내화대용 양말을 신고 발끝의 차가움을 덜어본다.
털모자가 주는 머리에 따뜻함은 기분좋은 느낌이다.
이제 나는 이불덮은 미이라다.
까끔 자다가 팔이 이불이나 슬리핑백 밖으로 나오면 몸의 수분을 흡수한 팔소매가 싸늘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얼굴만 공기에 노출하고 다 슬리핑백 속에 들어가 있고, 팔정도만 이불밑에 있다.
한참을 자다보면 발이 시려워 확인하면 어김없이 끌어올린 이불이 슬리핑백을 밑부분을 벗어나 있는 것을 본다.
또 팔이 서늘하면 살그머니 팔을 슬리핑백 속 몸으로 가져온다.
아~ 따뜻한 몸.
나는 마치 살아있는 미이라다.
같은 자세로 오래 누워있으니 허리가 아파온다.
그렇다고 다른 자세는 뭔가 좋지않은 점이 있다.
아직 이렇게 곧장 바로 누워있는 것보다 좋은 자세를 발견하지 못했다.
방광이 차서 몸을 돌려 시계를 보니 새벽 네시반이다.
머리 위의 해치창문으로 검고 푸른 밤바다의 하늘이 보인다.
항구의 등불이 없다면 부연 별빛들이 더욱 아름답게 빛날텐데.
내가 내뿜은 숨에서 나온 습기로 맺어진 창가의 이슬과 같은 물방울이 보인다.
추워서 일어나기가 싫다.
정상적인 작동이 않되는 것 같지만 방의 화장실을 사용해야지...
아~ 이리 시원한 것을.
그러나 써늘한 몸 전체.
나가서 계류줄들을 점검해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내몸은 어느새 재빠르게 슬리핑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따뜻함을 즐긴다.
잠깐 잠이 들고, 잘 꾸지 않는 꿈을 꾸었다.
일어나기 전에도 꿈을 꾼 것 같은데 전혀 생각이 나지않는다.
꿈:
<양평같은 곳에 내가 누구랑 산지기같은 사람이랑 셋이서 집들 사이에 좀은 기슭에 산소들이 몇개 있다.
나는 우리땅인데 누구 산소를 이리 많이 썼나 하면서 그 사이를 걷는다.
어떤 장소에서 산지기가 땅을 파고 들고왔던 시신도 없었으나 할아버지(?)를 묻었다고 생각이 된다.
(부모님은 아닌 것 같다.)
셋이서 차있는 곳으로 반쯤 걸어나온다.
나만 절을 않하고 온 것을 기억하고는 다시 돌아가는데 왠 여자들 몇이 (없었던) 어두워지는 지 뒤에서 주인집(?) 남자네라는 둥 나를 두고 말하는 것을 언듯 느껴진다.
그러나, 계속 가는데 있어야 할 할아버지 산소가 보이질 않는다.
이때 한두 여자가 따라오고 있다.
그런데 나보다 빨리 오는게 아닌가?
산소를 찾는데 계곡이 지하로 내려가고 여러 사람들이 거기서 산소들에 제사를 드리고 있다.
물어보는데 다 여자같은 제사드리는 사람들과 따라오는 여자가 약간 무서워진다.
그래서 막 그 사이를 빠져나와서 걸어나감.
(아직 할아버지 산소는 못 차고, 지하로 되는 묘지들과 제사드리는 여자들 사이에 있는 상황...)>
조그만 종이에 썼던 것을 지금 다시 컴퓨터에 옮기면서도 그때의 느낌이 생각나 쭈뼛해진다.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부모님께 들려서 왔기에 이런 꿈을 꾼건지?
방에 돌아와서 우유를 마시면서 씨어리얼을 한숫갈락씩 먹는다.
실온에 보존 가능한 종이팩은 부착된 스트로로 빨아먹기는 좋지만 씨어리얼에 부어서 먹으려면 불편하다.
다 먹고는 다시 얌전히 눞는다.
나는 다시 시체로 돌아간다.
약간 엎드려서 책의 2장을 조금 읽다가 불을 끈다.
그리고 시체로 돌아가는거다.
싸늘한 공기 속에 조용히 숨쉬는 미이라.
베 해치창에 생긴 물방울들이 내가 살아있는 증거같다.
가끔 삐걱거리는 펜더 (배와 선창가 사이에서 배를 보호해주는 배에 묶인 고무나 스피로풀 덩어리).
다시 허리가 아파서 눈을 뜨니 창이 훤하다.
일어나 보니 시계는 10시.
이제 일어나야겠다.
두어번 일어났지만 열두시간을 누워있었다.
부억에 가서 커피물을 끓인다.
마루 소파에 자는 두명는 계속 잔다.
앞방에서 좀비가 하나 걸어나온다.
커피물이 끓는다.
이런 추운 아침에 따끈한 컵의 커피만한게 없다.
향긋하고 따뜻하고 달콤하고 쌉쌀하다.
이제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읽은 것같이 여러날 목욕못한 찌들은 얼굴과 몸과 옷이지만, 커피 한잔에 온갖 감성이 살아난다.
이제 하루가 시작된다.
식사당번들 일어나!
고기만두를 찌고 라면을 끓인다.
아무래도 오늘은 어제 저녁먹은 민박집에 낮부터 들어가서 방바닦에 지지고 몸근육을 돌봐야 할 것 같다.
대매물도의 항구 언덕 너머의 몽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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