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수리!!!와 항해

2010.1.29: 이제 제주에서 살아야 하는가 보다...

cool2848 2010. 1. 29. 13:25

옛날옛날에 언제 봤는 지의 대한 기억도 흐릿한, 그러나 무지 아름답고 슬펐던 (그땐 눈물도 흘릴줄 알았다.^^) 영화 Love Story에서 아마도 첫장면에서 나오는 주제곡은 다음과 같이 시작했던 것 같다: Where do I begin to tell the story of how....

오늘 오랫만에 목욕을 하고 위미항 근처의 문화센터에서 널널하게 컴퓨터를 할 수 있게 되니, 그동안의 얘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참 너무 할 얘기가 많아 위의 노래가서가 저절로 머리에 밈돈다.

어떻게 시작할까?

그래서 일주일 전쯤 잠깐 적어놨던 제주 입항시의 좌초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하고 컴퓨터에 다시 달려들어 본다.

 

제가 전글에서 제주도에 오래 있게 될 것 같다라고 얘기했나요?

네, 그럴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돛이 다 찢어졌기 때문입니다.

왜냐구요?

어제 아침에 삼방산 아래의 화순항에서 위미항으로 오다가 30노트 넘는 바람에 앞돛(제노아)를 80%만 펴고 가다가 다시 접는 도중에 바람힘에 겨워 윈치로 돛을 감는 시간이 좀 걸리는 사이에 바람이 제노아의  줄이 매인 부분을 갈기갈기 찢어버렷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른 돛은 어떠냐구요?

뒤돗(미젠)은 바라밀다에 익숙치 않은 외국요트인들이 보다 잘 쎄팅한다고 너무 많이 잡아당겨서 돛을 올리는 과정에서 그냥 중간이 북 찢어졌답니다.

그럼 제일 중요한 주돛(main sail)은 어떠냐구요.

마찬가지로 쎈 바람에 맞추어 팽팽하게 잡아당기다가 일전에 거문도항 앞에서 돛이 내려오지않아 올리고 내리다가 내가 윈치로 잡아당기다가 윗부분에 반정도 찢어서 내려거 간단하게 쎄일테이프를 붙이고 한번 꼬맨곳이 완전이 찢어져 나갔습니다.

 

영어도 저같이 어느정도 배를 고친 후에 본격적으로 장기항해를 하기 전에 시험적으로 배를 몰아보는 것을 shake out sail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너무 쎄게 쒜이크를 해서 완전히 배가 망가지기 직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의 약한 부분들이 거의 다 문제를 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것이 쒜이크아웃 항해의 목적이기도 합니다만...

 

아침에 출항할 때부터 웃지못할 일이 생겼습니다.

어제 낮에 배가 묶여잇던 곳에 오일탱커가 들어온다고 해서 멀뚱이 서있으면서 별로 도움이 않된 항관리인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마라도/화순항 여객선 세우는 곳에 배를 옮겨 세웠습니다.

밤새 배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아침에 출항할 때 뤂라인을 랄프가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배뒤줄을 풀었는데 마침 랄프는 그줄을 놓치고 바람에 밀려서 배는 바로 앞에 있는 두대의 마라도여객선을 향해 밀려가고 있었습니다.

배에서 트레이시가 던져준 밧줄을 겨우 받아서 부두의 자동차 주차턱에 밧줄을 걸고 몸무게를 사용해서 끌려가서 배를 겨우 세워서 충돌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화순항을 떠나서 돛을 조금 올리고 가는데 삼방산을 뒤로 하고 우리를 따라오는 해경 경비정.

 

어쨋던 그제 밤에 통영앞바다에서 배와 함께 여러명이 실종되어서 인지 아침 9시 화순항을 출발하고 나서 한시간 정도 되었을 때 해안 경비정이 저희를 따라왔습니다.

그래서 오랫만에 VHF로 우리배에는 별 문제가 없고, 위미항으로 향하고 있다고 통신을 주고 받았습니다.

안전항해를 바란다는 대답이 있었구요.

 

그후 계속되는 30노트가 넘는 (초속 15미터 정도됨) 강한 바람에 우리가 시달리고 결국은 찢어진 주돛을 가지고 두시간 정도 항해하다가 서귀포항 앞 범섬정도부터는 바람이 약해져서 미리 주돛도 내리고 엔진으로 초류에 도움을 받고 방향이 바뀐 바람을 거슬리면서 위미항으로 항진하였습니다.

문섬과 지귀도를 지나서 드디어 오후 3시 정도에 위미항에, 무지 조용한, 위미항에 안착하여 잘 배를 묶었습니다.

 

조각 조각 찢어져서 마치 앞줄에 깃발을 건것처럼 보이는 찢어져서 말린 제노아.

 

입항할 때까지 나는 잘 보지도 못한 뒷 돛.

 

제주위클리라는 영어주간신문의 편집자인 트레이시와 어부였다가 현재 제주도에서 영어선생님을 하는 셰린, 그리고 서귀포에서 스쿠버샾을 하는 독일인 랄프.

 

해경출장소에 입항신고를 하고 며칠 전에 항구에 주차한 친구차를 몰고 이번 항해의 선원이었던 서귀포에 사는 스쿠버샆 주인이자 카타마란을 만들고 있는 랄프를 부인 스튜디오 앞에 내려주고 화순항으로 다른 선원들인 트래이시와 셰렌을 데려다 주고 그들의 차에 내려다 주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다가 랄프의 집에서 샤워를 하고 랄프가 끓여준 맛있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는 더스틴교수가 우리 모두와 제리신부님을 초대한 함덕해변가의 집합지 <Sea Blue>에 갔습니다.

다시 맛있는 맥주와 다른 술들을 마시고 다들 치즈햄버거를 먹고 나는 그집에서 처음으로 주인이 추천해준 고기국밥을 먹었습니다.

이번 항해 얘기와 찢어진 돛과 주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다가 제주도 주민들의 해군기지 재주도 이전에 대한 43사태와 관련된 내가 잘 모르는, 관심도 없던, 얘기들에 대해 열띤 외국인들의 찬반론을 듣다 보니 졸려서 다시 한시간을 걸려 위미항으로 오면서 랄프를 내려주고 배에 돌아오자마자 조용한 배에서 그대로 떨어져 자버렸습니다.

 

하여튼 집 떠나면 고생이고 매일이 사건사고라지만 제가 생각해도 너무 합니다.

이제 점심시간이 지났으니 내일 김녕항으로 가기 전에 그곳 머리나의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 전화를 해야 합니다.

오후에는 그나마 남은 주돛을 깊고, 저녁에는 랄프 (한국인) 부인의 전시전 오프닝에 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