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수리!!!와 항해

2010.1.13: 매물도에서의 광풍

cool2848 2010. 1. 16. 22:31

 

첫날 도착한 후에 항구 맞은 편에 위치한 몽돌해안가의 평화로운 경치.

 

그리고 항구 밖의 해저무는 경치.

그러나...

 

어제밤에는 몹씨 추웠다.

(배에는 히터가 없다.)

오늘 저녁은 어제 저녁 먹은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어제 많이 추웠기 때문에 온돌방에서 근육을 풀고 며칠 간 감지못한 머리도 감고 목욕도 할겸 작년에 들렸던 할머니할아버지의 민박집에서 자기로 했다.

 

(사진-매물도 정박)

그런데 오후 늦게 바람이 점점 쎄어지기 시작한다.

첫날 오후에 정박할 때 바람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직벽에 다른배들과의 관계만 생각해서 출항시에 편하게 배머리가 남쪽으로 가게 정박했다.

바람이 쎄지 않았던 첫날밤과 둘째날밤은 문제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배가 북서풍에 뒷부분을 노출하게 되어 쎈바람에 반대방향보다 많은 영향을 받아 바람이 배를 계속 직벽에 배를 밀어붙이게 되었다.

나중에 보니 우리배 바로 앞에 정박한 소매물도에 사시는 어민께서는 대매물도에 와서 피항하는데 본인의 어선을 뱃머리가 우리배와 반대로 두고 정박하여 훨씬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게 만들었다.

 

바다가 바람이 쎄면 이렇게 백파가 생긴다.

 

항입구에 치는 물결.

 

어쨋던 오후 5시에서 10미터 정도 높이의 서쪽방파제를 넘어온 바람이 항내에 파르르한 어두운 물튀김을 만들면서 배를 때리는 것이 보인다.

배에서 잰 풍향과 풍속은 북서풍에 15~25노트.

방파제 건너로 보이는 바다에는 온통 바람에 튀는 백파 투성이다.

학생들이 밥먹으러 간 5시와 6시 사이 내가 혼자있는데, 바람이 25~33노트에 이른다.

이어서 30노트를 넘는 바람이 주기적으로 넘어온다.

혼자서 큰 펜더 (배와 계류장소 사이에 끼어넣어 배의 상처를 막는 장치)와 콘크리트 직벽 사이에 넣은 나무팬더판을 묶은 팬더줄이 직벽에 게속 밀리더니 한시간이 못가 한쪽 줄이 갈려 끊어진다.

그 사이에 이번에는 두꺼운 스폰지펜더를 넣었다.

또, 바람이 너무 쎄서 네개의 배머리줄, 배꼬리줄, 머리스프링줄, 꽁지스프링줄에 각각 하나씩 배머리줄과 꼬리줄을 더 묶었다.

 

 

 

6시 정도에 당번이 오기에 할일을 알려주고 저녁 먹으러 갔다.

오늘 주요리는 할아버지가 앞바다에서 잡으신 학꽁치 회와 잡으신 꽃게가 들어간 해물된장국이다.

나는 평소 회를 별로 즐기지 못하는데, 이 학꽁치는 단백하고 신선해서 아주 맛있게 많이 먹었다.

할아버지에게 내일 날씨를 물으니 오늘 서해안과 동해안, 남해안이 각각 3,4,3미터 파고를 보였는데, 매물도가 위치한 남해동부해안에는 6미터의 파고였다고 하면서 그러나 이미 현재 4미터로 줄었다고 말해준다.

밤 12시를 기해 바람이 잦아들면서 내일은 북풍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험에서 우러난 예측을 해주신다.

하고싶던 목욕은 드물게 보는 매물도에서의 영하의 날씨로 수도관이 얼어서 못하고 대강 머리를 감았다.

학생들이 전화로 확인한 통영기상대의 예보도 내일은 날씨가 좋아진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여기 매물항의 날씨는 전혀 그리 보이질 않는다.

매물항을 내려다보는 언덕길에 있는 민박집의 엉성한 창문은 덜덜거리고 덜컥거리다.

여기서 첫날 와서 벌써 이틀이 쉬었는데, 하루 더 쉬어야 하나...

불안해서 당번을 정해서 각자 2시간마다 배에 보초를 서다 일에 있으면 민박집에 전화를 하기로 했다.

조금후 8시 당번과 같이 배에 가니 상태가 더욱 않좋다.

큰 팬더에 끼워넣던 스폰지 펜더는 줄이 밀리면서 양쪽 줄이 떨어져서 배 옆에 떠다닌다.

풍속계에 최대풍속치를 디스플레이 했더니 그 사이에 최대 37노트의 바람이 항구내에서 불었다.

무지 쎈 바람이 거침없이 계속 배를 압박하고 있다.

잠시 후 정리하고 당번에게 주의사항을 환기시키고 민박집에 오는 짧은 길에 하늘을 보니 오늘은 맑아서 별이 총총 하늘을 수놓고 있다.

 

10시당번이 들어와 풍속이 15~20노트로 현저히 줄었다고 보고한다.

이제 안심이다.

이어 11시에는 바람의 소리가 확실히 적어지고 빈도도 적어지고 있다.

쎈바람은 드디어 지나간 것 같다.

내일 출발이 가능할 것 같다.

지금은 두렵지만, 내일은 희망적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악마의 매물도'를 빠져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낄낄대었지만.

 

다음날 보니 학생들이 팬더를 잘못 대다가 스탠치온에 대어 밀려서 스탠치온 베이스인 갑판 일부가 뜯어졌다.

 

그 옆의 스탠치온 베이스는 이렇게 휘였고.

 

옆에서 보면 이렇게 하나는 휘여 들어갔고, 그렇지 못한 것은 아래의 갑판이 뜯어졌다.

동시에 큰 팬더가 저렇게 바람이 빠져 버렸다.

작은 팬더 하나는 뜯겨나가 생사를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