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08/06/25: 완도항에서 서울, 500키로 달리기

cool2848 2008. 6. 28. 23:53

 

모텔 창에서 바라 본 새벽의 완도항.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애가 깨지않게 샤워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시간이 남아서 사진기 매뉴얼을 조금 읽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우선 사진기 매뉴얼을 읽어야 한다는 여러 사람들의 충고 때문에)

이윽고 애도 일어나서 같이 나가서 콩나물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항구를 조금 걸어서 모텔로 돌아왔다.

완도항의 물은 우리나라 항구의 더러운 물과 달리 유난히 깨끗했다.

나는 7시반 쯤에 서울로 향해 완도항을 출발했다.

 

완도를 벗어나 한참 올라오다 보니 13번 국도 바로 옆에 작년 가을에 오른 월출산이 보인다.

작년에도 비가 와서 비옷 입고 무더워서 힘겹게 올랐던 기억인데, 이날은 맑은데도 월출산에는 안개가 끼어있다.

반가워서 잠시 길에서 사진기를 꺼내어 사진을 찍어본다.

길 반대편에서 찍어서 전기줄과 펜스가 마음에 걸리지만, 그렇다고 길을 돌아가면 너무 늦어지니 그냥 떠난다.

 

이윽고 두시간여를 달려서 광주 시내로 진입했다.

모텔과 식당에서 마신 아침 커피가 시원치 않아서 궁뎅이도 쉬게 할 겸 길 건너편에 있는 베란다가 아름다운 커피�에 들렸다.

 

이런 실내도 예쁘다.

점원도 친절하고 이뻤다.

(머핀도 데워드릴까요? 커피도 진하게 뽑을까요, 옅게 뽑을까요를 물어봐 주었다: 참고로 대답은 진하게, 따뜻하게 데워서 였습니다.)

지나고 나니 여기도 외국 커피 체인인지가 궁금해졌다.

여기가 우리나라 체인이라면 다른 커피점 갈 이유가 없을텐데.

 

그래서 달리던 피를 쉬게하며, 늦은 아침 화사한 여름 날씨를 상쾌한 맑은 공기와 진한 커피 한잔과 따끈한 불루베리머핀로 즐긴다.

흠~

그래 이거야.

빡쎄게 달리기만 하면 뭐해, 이렇게 여유롭고 평화롭고 맛있는데.

 

이렇게 아침을 먹고, 다시 광주에서 머핀까지 먹으니 전주에 와서도 배가 고프지 않아 먹고 싶은 전주비빔밥을 못먹고 그냥 전진한다.

(다음에는 기필코 전주비빔밥을 제대로 먹어보리라.)

이윽고 다시 두시간여를 달려 국도변 휴게소에서 가정밥상을 주문했다.

역시 전라도는 휴게소 음식까지 맛있다.

 

계속 1번 국도를 따라 공주, 논산, 평택, 오산을 거쳐 드디어 한주 전에 보았던 수원의 화성을 만난다.

저녁에 들렸던 창룡문.

그때는 저녁에 똑딱이, 오늘은 대낮에 DSLR.

역시 사진이 잘 나온다...ㅎㅎ

 

창룡문을 지나 바로 언덕을 넘으니 다시 보이는 성벽과 망루탑(?).

이왕 찍는 거, 다시 서서 사진기 꺼내 한두장.

 

이렇게 해서 서울 집에 도착한 시간은 4시반경.

거리는 500키로에서 2~3키로 빠진다.

(중간에 200키로, 갈때 400키로, 3일간 총 1100여 키로메터를 달렸다.)

중간에 25분씩 두번 쉬고.

그래도 오늘 3시와 4시에 예정되었던 작은 모임에는 못 갔다.

부득이 다음날 개인 미팅으로 미루고.

 

집에 와서 한시간여 쉬다가 라이딩으로 굳어진 목과 궁뎅이를 풀기 위해 테니스장으로 고고.

두시간 테니스를 치니 몸도 풀리고 마음도 풀린다.

애는 이미 다음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휴대폰에는 내 신용카드로 계산한 모텔과 식당 계산내역이 전달되어 있다.

 

좀 바뻤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딸과의 대화도 딸과의 라이드도.

보성의 차밭도 다산초당과 보길도의 세연정도.

이젠 이미 다 지나간 과거지만, 아직도 생생한 내 어릴 때 추억처럼 이 기억들도 딸에게는 수십년을 미치리라.

나에게도 앞으로도 적지않은 세월 기억으로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