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회 회장의 처방으로 먹던 발톱무좀약이 떨어져서 처방을 받으러 홍제동에 있는 병원에 혹시나 하고 갔더니 토요일부터 일주일 휴무라고 써있다.
휴대폰으로 전화했더니 외국으로 로밍이 되어있다.
아 이거 일주일에 한번씩 시간 맞춰서 삼개월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병원 앞에서 나오다 보니 바로 옆 부동산 사무실 열린 문으로 dyneaudio 의 스피커 박스가 보인다.
몸이 멈칫 다시 돌아 박스와 옆을 확인하고 돌아 가던 길 가는데 뒤에서 부른다.
주인-부동산: 무슨 일이십니까? 도와드릴까요.
나-지나가던 사람: 아네요, 그냥 스피커박스를 봐서요...
주인: 아이, 들어오세요.
들어가보니 이건 부동산사무실이 아니라 오디오매니아의 창고 수준이다...ㅎㅎ
두개의 큰 스피커, 구석에 쌓여진 스피커 박스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진공관 앰프들.
부동산 관련 테이블 하나.
벽에는 부동산 관련 테이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무실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삶을 즐기는 사람의 공간인 듯.
주인: 저기 창가의 의자로 들어가 앉으세요.
(큰 스피커 두개가 모여있는 테이블에서 불과 2미터도 않되는 거리지만, 그래도 스피커가 향한 방향이다...)
주인: 무슨 음악을 좋아하세요?
나: 그저 재즈를 가끔 듣습니다만,
나: 지금 나오는 음악도 좋읍니다. (클래식이다)
조금 듣다가 내가 감흥을 않보여서인가 CD들의 고른다.
주인: "쎄라 본 좋아하세요?"
나: 네~
틀어준다.
소리가 좀 더 커졌다.
나: 아무래도 이런 시스템엔 사람노래가 좋네요.
이어 틀어주는 바이올린 협주곡.
많이 들어본 음악이다.
소리가 좀 더 커지고, 주인은 열렸던 문을 닫는다.
(아~ 이거 빨리 무좀약 사서 먹구, 집에 가서 색소폰 연습해야 하는데...)
나: 아이구, 이거 음악이 매우 좋읍니다.
(오디오 매니아들에게 시스템이/소리가 좋다는 말을 안하면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 무슨 앰프 쓰세요?
나: 플리니어스 앰프 씁니다.
주인: 어느나라 꺼죠?
나: 뉴질란드에서 만든다고 합니다.
주인: 스피커는요?
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데, 미국산 스피커를 국내에서 복각한 것입니다.
나: 전 그냥 생각나면 마구 사서 그 다음부터는 다 잊어버리고 가끔 노래나 듣읍니다.
주인의 진공관 앰프에 대한 예찬론이 이어졌다.
다인 스피커 유닛들은 새로 스피커를 자작하려고 해서 갖다놨다고 한다.
그건 현재 이삼 와트 나오는 앰프로 잘 안될 것 같아 앞에 있는 다른 앰프로 물릴 것이라고 한다.
한두개 음악을 더 들은 후에 나왔다.
나중에 옆 병원에 오면 다시 들리기로 하고.
한번 집에 같이 와서 그 사람의 판들을 같이 들어봐야겠다.
저렇게 열심히 즐기고 만들고 바꿀 때가 좋을 때지...
데이트도 하고, 파트너두 바꾸고, 여기저기 같이 다녀보기도 하고, 관계가 형성되고 노력을 할 때가 좋지 않던가?
오디오에 대한 열정도 마찬가지였다.
해보고 되면 감탄하고, 안 들리면 실망하고 안타깝고.
그냥 있는듯 없는듯 음악만 들리면 가장 이상적일지는 몰라도 이런 마음에의 자극도 없어지는 듯.
역시 나는 음악매니아가 아니라 오디오쟁이?
나와서 954의 엔진을 틀었다.
보옹~ 보오오옹~~
역시 좋은 소리.
집으로 돌아간다.
보오오오옹~~~~
바람이 상쾌한 가을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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