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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James/Angels of Shanghai in Seoul 연주회

cool2848 2006. 4. 21. 13:58

 

 

 

 

어제는 오랜만에 연주회를 갔다.

재즈 피아니스트 Bob James가 서울에서 이틀간 연주회를 한다고 해서 알아보니 마침 첫날인 수요일엔 오래 전부터 잡혀있던 외부사람과의 테니스 약속이 있어서 (비가 와서 결국 못쳤지만) 어제로 예약했었다.

 

오후 늦게 일을 마치고 행사장인 처음 가보는 삼성동 백암아트홀을 찾아보니 코엑스 근처다.

그런데 이 시간대에는 주차가 어렵다고 써있다.

추워서 차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해서 간단히 저녁을 챙겨먹고 좀 느긋하게 쉬다가 겨울용 바이크 자켓을 걸치고 애마에 엔진을 걸고 웜업을 시작했다.

좀 있으니 65도.

이젠 됐다.

7시 정도 집을 나섰다.

브릉. 브르르릉!

 

한남대교를 건너서 신사동 사거리를 지나 두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코엑스거리(?)인가로 들어선다.

왕복 4차선인데 차가 무지 밀리네.

강북과 다리에서는 차가 많아도 오토바이에겐 전혀 밀린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거의 주차장 수준이네.

차 안 가지고 나오길 정말 잘했네.

(저 많은 사람들은 왜 이런 도시에서 자동차만을 주장하는 걸까? Will they ever learn? 이거 어디서 나오는 가사같은데ㅎㅎ)

 

몇 사거리를 지났는데 왠 웅장한 엔진 소리.

흐음.

헬멧을 통해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앞 왼쪽 차선에 왠 넓고 넓은 낮은 놈이 버티고 있다.

차 아래 가운데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머플러 구멍.

! 람보기니.

그런데 왠 연두색?

 

부르릉 하더니, 차선을 바꾸면서 옆차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러나 바로 앞에 줄줄이 선 차들과 사거리.

여유있게 오른쪽 차선으로 따라가서 보니 창이라고 붙어있는 낮은 작은 유리를 통해 보이는 옆 좌석의 여자와 남자 드라이버.

안됐다~

저런 차를 타고 기깟 이런 주차장 바닥 같은 데에서 꾸물대다니

 

람보기니를 뒤로 하고 옹, 옹오오옹~ 엔진 회전 수를 올려본다.

, 역시 맘에 드는 엔진과 머플러 소리.

조금 더 가니 길가에는 사월초파일을 위한 등들의 나열해 있고  봉은사가 왼쪽에 보이고 오른쪽에는 코엑스.

여기서 우회전해서 삼성동 사거리에서 유턴하여 한전 골목으로 들어가 백암아트홀을 찾는다.

밝은 창문들 앞으로 청춘남녀들이 들어가는 게 보이고.

주차를 하고 헬멧을 걸치고 장갑두 넣고.

머리털을 좀 정리하고 들어서는데 다시 그 엔진소리.

람보기니가 이골목으로 들어서서 다시 지나가네.

 

들어가서 티켓을 교환하고, 지하로 두 층 정도를 내려가니 연주장 입구.

계단과 바닥은 고운 (이태리?) 대리석, 난간은 주물철제.

고급스럽다.

연주장 안은 내가 좋아하는 참나무 나무 마루 바닥.

친밀감가게 낮은 이층으로 나열된 약 400석 정도의 소극장.

다용도 극장이라고 장소를 찾아볼 때 쓰여 있었다.

너무 크지 않아 이런 재즈 연주에는 아주 좋을 듯.

 

무대를 찍으려고 사진기를 들고 플래쉬를 디스에이블 시키려는 순간.

나타난 단정하고 고운 여직원.

기획사에서 전혀 사진을 못 찍도록 했다고 협조바란다고 우아하게 설명해주고는 보관표을 준다.

할 수 없이 카메라를 뺏기고.

(사실 리즈님이 좋은 데 가면 좀 보여달라고 해서 일부러 가져온 사진기였는데.죄송 리즈님, I tried.)

그래도 기분이 좋다.

건물에 못지않은 나이스!한 서비스와 확실한 관리.

다시 한번 서울의 살기 좋은 면을 확인하는 순간.

 

프로그램을 읽고 조금 있으니 종소리가 나고 연주회가 시작됐다.

중국 고전 악기들을 든 중국 연주자들이 들어서고, 이어 드러머와 베이스와 기타리스트가 들어서고 마지막으로 밥 제임스의 등장.

!!!

간단한 인사에 이어 첫곡.

중국 악기들의 작은 오케스트라의 바람 같은 연주와 대응되는 전통 재즈 쿼테트의 음력.

다양한 소리와 리듬, 듣기가 좋았다.

다음 곡은 뭐 별루 이었다.

 

이어 연주자들에 대한 개인별 소개가 있었다.

샹하이에서 온 중국 해금 (Er-hu)에 Ma Jia Jun 과 Liu Zhen 중국 비파 (Pipa)에 Li Li,

중국 소금(?) (Dizi)에 Lu Cong, 중국 가야금(?) (Guzheng)에 Xie Tao.

Bass에 Nathan East, Guitar에 Jack Lee, Drum에  Lewis Pragasam,, 물론 keyboard에 Bob James.

 

다음 곡 Restoration.

, 뭔가 좋았던 기억이었는데

아마도 베이스의 리듬믹하고 자연스러운 키보드/피아노와의 대화가 좋았던 듯.

대체적으로는 앰프가 좀 너무 올려 셋업된 듯 하다.

키보드두 기타두 너무 소리의 어택이 강해서 싫었다.

내귀가 나뻐서 이런가? (고음부를 잘 못 들음과 이명 현상이 있음)

중국 해금의 키지 않을 때 제 자리로 현이 갈 때의 소리도 좀 거슬리고.

(아마 이렇게 앰프를 안 쓰는 연주에 익숙한 탓이리라)

 

한 곡인가 더 한 후에 해금 하나와 피아노의 듀엣은 조용하니 짧은 곡두 괜찮았다.

 

그 후, 이게 그 왕과 그 남자들인가 생각되는 (King and Clown)의 주제곡을 한국 가야금 (곽재영)과 소금(한충은), 해금(조해령) 셋과 같이 연주했는데 나에게는 그저 그랬다.

그러나 중국의 비슷한 악기에 비해 우리 악기의 소리가 좀 더 순수하고 힘이 있는 듯이 들렸고, 특히 가야금과 소금의 소리가 나에게는 좋았다. (해금은 거의 비슷한 듯 보이고 들렸다.)

 

이번에는 중국 악기들과 한국 악기들과 쿼테트가 다 같이 대장금에 나오는 오나라라는 노래를 연주했다.

박수.

나에게는 너무 복잡하게 들렸다.

 

그 후, 한국연주자들이 퇴장한 후, 베이시스트와 밥 제임스가 신라호텔에서 정원을 내다보며 젊은 커플들을 보고 지었다는 설명이 곁들인 Endless Time이란 곡을 베이시스트의 노래와 같이 연주했다.

베이스는 정말 정상급인데 노래는 (적어도 나에게는) 영 아니다.

베이스를 튀길 때 음향 효과로서의 쉰 목소리는 아주 좋았는데, 노래에서는 가라오케 수준을 밑 돈다ㅎㅎ

 

우뢰 같은 박수와 같이 마지막 곡이 끝나고.

오래 계속된 박수와 환호에 다시 나와서 첫곡인 Celebration을 다시 연주했다.

 

가야금 같은 악기의 연주로 시작됐는데, 와!

가야금 대끝에 손을 타악기처럼 사용하는데 죽인다.

그러다 현을 타기 시작하고.

조금 있다 비파의 연주자가 현을 타는데 이거 정말 기가 막힌다.

소리 좋고 기술 좋고.

미안하지만, 잭리의 기타는 저리 가라이다.

 

적어도 이날 잭 리의 연주는 나에게는 실망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가서 재즈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연주자로서의 기량이 전혀 안 보였다.

아니면 내가 못 봤다.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하고도 생각해 본다.

전반적으로 낮은 톤의 연주를 보여주었고, 독주를 할 때도 별 감흥이 안보였다.

반면 나탄 이스트의 베이스 연주는 정말 부족함이 없이 좋았다.

시작부터 환호하는 젊은 관중들이 뭐 알고 있었구나하는 생각.

 

시종 조용하게 서포트하던 드러머의 맨 마지막 곡에서의 연주는 아주 좋았다.

역시 팀웤을 위해 시종 지원하던 능력있는 연주자임을 다시 확인케 한다.

 

밥 제임스의 자연스럽고 때로는 흥겨운 그러면서도 오케스트레이팅을 하면서 (음악적) 대화를 하는 연주는 부족함이 없었다.

역시 대가라는 생각.

특히 이런 나이에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 도전 정신과 이를 이 정도 수준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사고 싶다.

 

음악 좋고, 중국 악기의 다양성과 잠재성을 보며, 좋은 연주장에서 참 좋은 한시간 반이었다.

돈이 안 아까웠고, 시간이 안 아까웠다.

브라보 라이프, 브라보 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