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에 깨어 났다.
뭐지?
어떤 여자가 나에게 뭐라고 한다.
영어에 액쎈트가 있다.
독일여자인가?
아~
내가 많이 잤구나.
기차 객실에는 나만 있는 것 같다.
여자가 알보스 종착역이라고 한다.
난 함부르크에 가요.
왠지 놀라는 것 같은 여자.
뭔가 잘못 됐구나.
일단 따라오라며 객차에서 내린 후에 나에게 기다리라고 한다.
조금 후 다른 차장과 승객 퇴실을 확인하고 내려서 나에게 왔다.
여기는 알보스 Albors 라고 한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니 새벽 4시 몇분이다.
함부르크에서 머냐고 물으니 대여섯시간 거리라고 한다.
엉?
여기는 덴마크의 거의 최북단 도시이다.
나에게 건너편 4번 플랫폼에서 05:57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가야 한단다.
그러면서 자기네도 같은 차를 타고 갈꺼라고 한다.
휴대폰에서 구글지도를 보니, 덴마크반도 맨 위에 있다.
심지어 어제 저녁 떠난 예테보리와 바다 건너 바로 옆이다.
저녁 내내 남쪽으로 가서 바다 건너 코펜하겐으로 간 후에 갈아타고 밤새 다시 북쪽으로 왔다.
함부르크는 남쪽이다.
춥다.
쓰레빠를 양말과 트래킹화로 갈아 신고, 상의도 벗고 얇은 파카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머리에 목덮게로 덮어썼다.
아~
좀 낫다.
화장실을 찾아 역사건물로 가려는데, 다 닫혔다.
할 수 없지. (쌋다는 얘기가 아니다, 참았다는. 잘 참는다는!)
시내로 나가는 데 비가 내린 후라 늦가을처럼 써늘하다.
아무 데도 연 곳이 없다.
휴대폰에서 봐도 특별히 구경할 것이 있는 유서깊은 곳은 아니다.
그냥 함부르크로 일단 가자.
05:35
기차가 들어 온다.
추우니 일단 타자.
조금 있으니 아까 얘기했던 차장 둘이 온다.
모닝~
나 깨웠던 여자가 일등석에 가지 않겠냐고 은근히 권유한다.
느낌 좋아.^^
같은 객차의 일등칸.
두 차장이 오더니 설명을 한다.
내가 코펜하겐에서 탄 기차가 함부르크 가는 거 맞는데, 일부 객차는 함부르크로 남쪽으로 가고 일부는 중간에서 엔진차를 갈아서 북쪽으로 간다는 거다.
차장이 표를 검사할 때는 목적지를 확인하고, 나같은 경우처럼 필요하면 객차를 옮기도록 했어야 한다는 거다.
이번 여행 중 특히 스웨덴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느꼈지만, 기본적으로 여기 노르딕나라들 사람들이 영어도 잘 하고 (이건 이미 잘 알던 사실), 자기 일들을 아주 철저하게 잘하면서도 동시에 기분 좋게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혹시 함부르크에서 비행기를 타야 하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그러면서 기차시간을 적은 종이쪽지를 보며 설명한다. (사진 3)
아르후스 Arhus에 07:35에 도착하는데, 플랜스보아 Flensbors 가는 기차가 같은 역에서 같은 시간에 있어서 자기들이 기차를 잠기 대기하고 내가 갈아 탈 시간을 주겠단다.
"For Me?!" (I said.)
그렇지 않으면 함부르크에 다음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 5시간 후라고 한다.
"Thank you very much!
I really appreciated this."
혹시 아침식사용 빵이 있는데, 생각이 있냐고 한다.
"Of course, Thank you!"
빵을 대여섯개 바스켓에 가져 온다.
치즈, 빠다, 잼과 접시와 함께. (사진 4)
아무래도 먹으니까 즐겁다.
화장실도 가야지, 이빨도 닦고.
창밖을 보니 이미 훤하고, 해가 뜨고 있다. (사진 5)
아름답다.
인생에는 참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비행기는 기다리게 해본적이 있는데, 기차를 기다리게 해보는 건 내 일생 처음이네...
07:40 Update:
역에 가까이 오기 전부터 차장이 다음다음 역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기가 바꿔 탈 기차까지 에스코트할 것이라고 한다.
15분 전 쯤 문 앞으로 가서 가방을 내려 놓고 밖을 구경하는 데, 또 나타났다.
완전 Personal Service, (더 이상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시스템적인) "밀착방어"라고나 할까.
내가 "4번 플랫폼에 도착해서 5번 플랫폼으로 가야 하면 선로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른 트랙으로 올라가야 하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답한다: 원래 출발 플랫폼이 2번인데, 기관사에게 연락해서 4번 플랫폼/트랙과 같은 플랫폼을 쓰는 5번 트랙으로 바꿔 기차를 세워 달라고 했더니 음, 음 하더니 해보겠다고 했다고.^^
아후스 Arhus 역 도착 시간이 가까워지는데, 기차가 속도를 더 낸다.
결과적으로는 4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내리는 플랫폼 옆에 (독일)기차가 있다.
같이 내린다.
저쪽에 나와서 기다리는 차장이 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기차에 탔다.
조금후 차장이 다가와서 패쓰를 보여주니 내가 알보스까지 올라갔다 내려온 승객 맞냐고 물으며, 아침식사 하겠냐고 묻는다.
"Of course, YES!"
아~
공짜라고 너무 먹는 거 아냐?!
덴마크기차에서도 독일기차에서도 이제 요주의인물로 찍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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