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방문했던 큰딸이 비행장에서 아파트로 가면서 택시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찍어준 귀한 사진>
처음에는 잘 몰라서 효과 없는 곳에 광고했다가 없는 반응에 나름 걱정하게 하다가, 직장동료의 도움을 받아서 베트남사람들이 많이 보고 거래한다는 ChoTot.com에 광고를 하자말자 문의가 폭주하여 여행가서 회의 중에도 채팅을 해야만 했고, 여행에 돌아오자말자 약속한 세 사람 중 처음에 온 사람에게 계약됐던 내 바이크.
오늘 아침 약속대로 만나서, 베넬리 수입딜러에 가서 체크하고, 다음에는 푸미흥에 있는 공증사무소에 가서 공증하고 잔금을 받고 서류에 싸인하고 팔았다.
너무 싸게 판 것은 아쉽지만, 또 그만큼 바이크를 즐기고 파는 데 신경 쓰지 않고 팔았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원 공증 매매계약서를 찾지 못해서, 7군에서 1군으로 와 구매자의 친구인 경찰이 있는 1군의 집근처의 경찰서에 와서 분실신고서를 내고, 다시 7군으로 돌아가서 그 분실신고서를 첨부해서 공증사무소에 매매계약서를 공증하는 법석을 떤 다음에야 제대로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1군에서 하면 편했겠지만 7군에 가서 공증한 이유도 내가 애초에 거기서 내 매매계약서를 공증했기 때문이고, 공증한 계약서를 분실한 상황에서 문제가 더 복잡해질 것을 감안해서 굳이 7군으로 갔던 것이다.
이제 내 손에 들어온 듬직한 베트남 돈뭉치와 동시에 나를 떠나가버린 내 바이크.
아무리 봐도 최고인 구석은 없었고, 게다가 내가 원했던 것보다 좀 무겁고, 내가 원하던 것보다 좀 크고, 내가 선호하는 것보다 좀 덜 매끈한 마무리들이 있어 내 마음에 다 쏙 드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지난 9개월 간 외로운 내 베트남생활에서 나의 유일한 발이자 어쩌면 가장 가까웠던 친구였던 이 바이크.
항상 믿을 수 있는 성능과 듬직한 멋진 외양에 지난 한해 호지민시를 같이 달리던 수많은! 이곳 바이커들의 선망의 눈초리를 같이 나누며 살아온 나날들.
어제 내 베트남생활 나머지 기간동안 탈 싸구려 오래된 혼다 웨이브 모사품 (Wayec?! 한국산)을 구입해서 수리점에서 고치고 어제 오늘 길거리에 타보면서야 비로서 오늘 아침에 1군의 집을 나서 딜러가 있는 5군으로 갔다가 다시 공증사무소가 있는 7군으로 갈 때 마지막으로 탔던 이 베넬리 바이크가 얼마나 좋은 듬직한 믿을만한 바이크인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어떤 여자친구가 떠나갈 때 이리 안타까울까?
내 쌀쌀한 마음씨와 비판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말 한마디 태도변화 하나 없이 불림을 당할 때마다 자신의 최선을 다 하던 너.
또 최근에는 한국가면 구입할 지도 모른다면서 이 바이크 저 바이크 넘겨다 보면서 얄미운짓 해도 그저 묵묵히 하던 일만 성실하게 하던 너.
이제 떠나니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이 간사한 옛주인을 용서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첫만남부터 너를 몹씨도 좋아하던, 본격적인 바이크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 좋은 새 주인을 만났으니 사랑 듬뿍 받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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