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여름 동해안 항해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아침 5시반에 맞춰놓은 아이폰의 자명종에 깨어낫다.
커피를 갈고 커피물을 끓이는 사이에 화장실에 가서 이빨을 닦고 눈가를 물로 닦는다.
깊은 향의 프렌치로우스트를 마시며 라디오에서 나오는 아침 뉴스를 듣는다.
날씨는 전국적으로 흐리고 비가 오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주로 호남 지방이고 우리가 항해할 양포항에서 부산은 대체로 흐리기만 할 듯 하다.
출항신고서는 어제밤에 입항신고서를 내면서 동시에 오는 7시반 정도에 떠난다고 제출하였다.
에그를 켜고 잠시 아이폰에서 접근할 수 있는 포항 지방의 바람 상태를 알아본다.
왠지 서버에 접근이 않되고 있다.
잠시 후에 오늘 바람은 거의 없다고 나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해경 파출소에서 이곳 날씨와 파도 바람 정보를 미리 알아보는 것인데...
7시가 좀 못되서 모텔에서 자던 같이 항해하는 미야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두시간 좀 더 늦게 떠날 수가 있겠냐고 묻는다.
나는 오늘도 바람이 없어서 엔진으로 가야되는데, 아무래도 일찍 예정대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객이 오기 전에 미리 항해장비에 전원을 넣고 밧줄들도 대강 정리하고 내 물건들도 다시 정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항해 구간 전체와 부산 근해에 대한 해도를 비닐케이스에 보기 좋게 접어서 준비를 한다.
챠트플로터에 양포항에서 좀 튀어나온 울산 위의 미포조선소 앞바다까지 항해기준선을 긋는다.
7시 반이 조금 않되어 미야씨가 왔다.
내가 도와주러 가기도 전에 어제 우리배를 옆에 묶었던 <영일만친구>호의 높은 갑판을 어렵지 않게 넘어 배로 들어온다.
역시 기본 운동신경은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엔진을 시동하고, 보우스러스터의 리모컨으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한 후에 옆배로 넘어갔다.
중간 스프링라인과 앞의 보우라인을 풀어 우리배에 던지고 배의 후미로 가서 마지막으로 스턴라인을 풀어 우리배로 던지고는 재빨리 우리배로 넘어 왔다.
콕핏으로 돌아와서 엔진의 전진기어를 넣고 약간 회전수를 높이면서 보우스러스터의 우현보탄을 눌러 선수가 약간 옆배에서 멀어지도록 하면서 이안을 했다.
천천히 돌아서 폰툰 지역을 벗어나 아침 낚시를 하는 낚시꾼들이 있는 방파제를 지나 항구를 벗어난다.
여전히 약간 구름이 끼어 흐린 날씨이다.
오늘도 덥겠지.
미야씨에게 오늘의 항해와 계획에 대해 대강 설명한다.
엔진회전수는 1,800에 놓고 치고 올라오는 구로시오를 부딪치며 남하를 시작한다.
침로 190도.
약 5.5 노트.
해류 때문에 현재의 엔진회전수보다 1노트 정도 낮은 속도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잠시 틸러를 잡으라고 부탁하고, 메인쎄일을 올렸다.
아무래도 배가 한쪽으로 바람을 받으며 안정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람이 남풍으로 8노트 정도나 된다.
아침에 확인한 윈드화인더의 데이타와 차이가 많이 난다.
그리고 바람이 정남에서 불어와 190도로 가는 배 상태에서는 메인쎄일을 펄럭이게 만든다.
콕핏으로 돌아와서 약간 더 육지방향으로 틀어진 침로 200도를 택했다.
미야씨는 왜 내가 오늘 아침에 배로 그 전날처럼 6시가 아닌 7시까지 오라고 했는지 오늘 아침 일어나 보고야 알았다고 한다.
처음 틸러를 잡고 힘을 써서 몹씨 힘들었나 보다.
이어 선실로 내려가 잔다.
오전 거의 내내 잔다.
사실 오후에도 대부분의 시간 늦오후까지 잤다.
나는 오랫만에 조용한 콕핏에서 여유롭게 이번 여름 동해안 항해의 마지막 날의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즐긴다.
그리고 동해안 항해 초반에 동반자가 망가뜨린 틸러고정장치를 나름 고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잘 않된다.
그래서 아예 포기하고 다시 틸러고정기에 끼었던 양쪽에 고무줄이 묶인 밧줄을 고정기에서 뺴어 그냥 틸러에 두바퀴 겹처 감았다.
그리고 그 상태를 조정하여 틸러가 주어진 방향을 잘 유지하는가를 실험했다.
의외로 잘 된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 상태에 틸러에서 손을 놓고 좀 더 즐기면서 해안가의 경치도 감상하며 내려왔다.
나리인가 하는 곳에 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그 바로 아래 해변가의 집들이 아주 아름답다.
나중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이제 틸러가 잘 유지되니 좀 더 쎄일링을 하고 싶어졌다.
엔진 키고 빨리 도착하면 뭐하나?
그럴려면 뭐하러 떠났나.
그래서 스테이쎄일을 폈다.
스테이쎄일은 작아서 펴기도 쉽고 감기도 쉬고, 조절하기도 쉽다.
또한, 지금같은 풍상에서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적격인 쎄일이다.
조금 후 엔진을 중립에 놓고 배의 반응을 본다.
괜찮다.
2노트 정도일 뿐이지만.
조금 더 배가 바람을 받도록 진행방향을 더 육지 쪽으로 한다.
점점 원자력발전소가 가까워지면서 배의 속도도 3노트에서 3.5노트로 늘어난다.
가까이서 사진도 찍은 후에 택킹을 시도한다.
큰 문제없이 서쪽으로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해휴와 합하면 서쪽에서 약간 북쪽으로 배가 결과적으로 흘러간다는 것.
서쪽에서 약간 남쪽으로 가려면 속도가 줄어들고 돛이 바람에 펄럭이게 된다.
결국 서쪽으로 바다를 향해 나가기도 결정하고, 이쪽으로 가는 시간과 노력은 목표까지의 거리를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미야씨는 잠깐 일어나 한번 보더니 도와드릴까요 말 한마디 후에 다시 잠의 세계로 돌아갔다.
많이 힘들었나 보다.
몇번의 택킹과 쎄일링 후에도 아직도 원자력발전소에서 크게 멀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간단하게 컵잔치국수로 점심을 때운다.
아침에 이번 항해 내내 먹어온 커피와 멸균우유 한팩과 통곡물선식을 먹은 후에 자두 두개와 토마토 한개를 먹었다.
후식으로 볶은고추장을 찍어 오이를 먹고, 2프로를 마신다.
멀리서 보이던 현대 미포조선소 앞에 있던 화물선이 옆에 정박하고 있다.
한번은 앞으로 지나고 다시 한번은 화물선 뒤로 택킹을 하지만 해류에 밀려서 별 진전이 없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 시간 범주를 했다.
다시 엔진을 켜고 스테이쎄일은 말아접고 기주로 되돌아 간다.
침로는 다시 200도, 울산 앞바다로 향했다.
잠시 후에 간절곶이 보인다.
그리고 몇년 전 혼다코리아에서 같이 떠났던 바이크 전국여행이 생각났다.
그때 처음 간절곶이란 곳을 알았다.
여행 초반 동해안을 내려오면서 들려 쉬고 사진 촬영을 하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던 것이 아스라하게 생각난다.
그때 같이 여행했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다들 어떻게 지낼까?
그중 한 친구는 그래도 한동안 서로 블로그도 방문하고 연락을 취했는데, 결국 아무도 그후 만나지는 못했다.
가까이 가서 돌면서 사진을 찍어본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들이 카톡을 하기 시작한다.
월요일 저녁에 만난다고 올 수 있냐고 묻는다.
한 친구는 중국에 있어 못 온다고 하고, 나는 아이폰으로 위의 사진들을 찍어서 카톡에 올려줬다.
아마도 참석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조금 더 가니 울산항에 많은 화물선들이 서 있다.
그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챠트플로터에 수많은 화물선들을 표시하는 초록색의 삼각형들이 너무 많아 지도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이후에는 흐린 날 때문에 몇방울의 빗방울도 맞았지만 계속 기주로 해운대로 향했다.
이윽고 미야씨도 일어났고 챠트플로터에 그린 기준선이 점점 육지와 가까워지고, 해도 지어 날도 어두어지기 시작한다.
송정해수욕장 앞에서 어두운 중에 갑자기 많은 나란히 떠있는 오렌지빛의 부이들이 나타나고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우리배는 무슨 밧줄을 넘는다.
이주 전에 확실히 알아버린 정치망이다.
미야씨보고 앞에 가서 잘 보라고 하고 천천히 부이가 없는 육지의 바깥쪽으로 피해나갔다.
바다쪽은 너무 어두워서 잘 않보이고 육지쪽은 조명과 불에 비쳐 잘보인다.
그래서 육지쪽에 혹시 다른 브이가 있는지 보라고 계속 달맞이언덕 근처를 지나는데 이상하다.
멀리서 봤던 노란불이 등대이다.
그리고 우리배는 그 등대와 육지 사이를 가고 있다.
갑자기 앞에 이상한 파도가 보인다.
하얗게 파도가 부서진다.
뭐지?
갑판앞에서 잘 살피라고 부탁한다.
뭐라고 하는데 잘 들리지도 않는다.
갑자기 또 다른 작은 노란불이 왼쪽에 나타난다.
그리고 내 오른쪽 멀지 않은 곳으로 검은 암초가 지나간다.
맙소사 이제 다와서 암초에 걸릴 뻔 한 것이다.
운이 좋았다.
다음날 옆배의 오랜 선박관리인에게 얘기하니 이곳에서 많은 배들이 조난됐다고 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떠나기 전에 팀드레이크 선장님이 5마일 밖으로 나가면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다음에는 확실히 더 바깥으로 나가서 북으로 가던지 수영만으로 들어와야지.
천천히 외각쪽으로 배를 몰아서 오랫만에 보는 수영만요트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살살 내 폰툰 계류자리로 들어와 계류줄들을 몪고 간단히 정리했다.
역시 집이 좋듯이 배에게는 제 계류장이 좋다.
전기도 있고, 물도 있고, 계류줄도 잘 매어지고.
앞배에서 오랫만이라고 콜라를 준다.
와~ 시원하다.
두어시간 후에는 축구 올림픽 동메달 결정 한일전이 방송될 것이라고 한다.
나는 누워서 축구를 보기 전에 다른 경기 중계를 보다 잠이 들어버렸다.
Sweet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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