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미여행 내내 나는 먹을 것에 실망했다.
그래도 역시 브에노스 아이레스는 달랐다.
먹을 것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이번 남미여행의 목적지들과 달랐다.
이곳은 사람이 살고 문화가 창조되고 영위되는 곳이었다.
내가 본 것은 그 중 극히 일부인 이틀의 탱고춤과 한 아침과 저녁의 커피와 점심식사 뿐.
그래도 좋았다.
유명한 토르토니 카페.
간판에 보니 150년 됐다고 한다. (이제는 이런 것이 다 보인다.^^)
내부.
대리석 바닦과 태이블, 그리고 참나무와 가죽으로 만들어진 의자들.
웨이터들과 나를 빼면 사람들도 우아하다.
그리고 사방 벽에 붙어 있는 그림들과 가끔 사진과 조각들.
그림들에 붙은 연도와 작가명을 보니, 이곳을 드나들던 화가들인 듯 하다.
그런데 하나하나가 멋진 그림들이었다.
오랫만에 훌륭한 커피이다.
남미에 와서 음식과 함께 너무도 실망했던 커피였는데, 드디어 브에노스에서 커피다운 커피를 마시다.
토르토니 카페에서도 이날 탱고 공연이 있었으나 미리 예약하지 못하고 시간도 약간 늦어서 커피만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우리가 묶던 호스텔 근처에 있는 36카페에서 탱고 공연이 있어 들어갔다.
그렇게 심금을 울리지 못하는 가수.
나름 웃기려고 노력하는 엠씨겸 제2의 댄서와 여자 프로댄서.
여자댄서의 몸짓이 몹씨도 관능적이었다.
그렇지만 야하기만한 것이 아닌 예술적으로 승화된 관능미였다.
이날의 꽃은 역시 여자 댄서였다.
피아니스트도 탱고적은 아니었지만(?) 기술적으로 아주 좋았다.
다음날 점심을 먹은 카페 Cuma.
내부.
만두는 미리 먹고 나중에 나온 쌀이 들어간 이름을 잊은 음식.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고 단아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다음날 보르케스 문화센터(Centro Cultural Borges)에서 열린 극장식 탱고공연.
<Passion of Tango: 열정의 탱고>의 감독이 새로 만들었다는 <Con Alma De Tango>.
가수와 악단 모두 매우 뛰어났다.
기술과 감정,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 면에서 단연 일류.
댄서들도 좋았지만, 춤은 관능적이고 감성적이기 보다는 너무 기술적이어서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멋지고 어렵지만, 때로는 너무 아크로배틱하고 빠르고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아서 오히려 예술성이 떨어지는 듯한 기예들.
(사진의 다리는 지긋이 올려놓았으면 내 취향이었을텐데, 저런 위치에서 여자가 다리를 두세번 재빨리 튕기는 재주를 부리더군요.)
그래도 탱고를 충분히 appreciate하게 하는 우아한 춤사위들.
하여튼 어려운 동작들은 다 해야 직성들이 풀리는 듯.
배우라는 거야?
아니면 겁먹고 배우지 말라는거야?
끝나고 우뢰같은 박수갈채가 쏱아졌다.
나오면서 보니 사진을 찍지 못한다는 주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모르고 맨앞줄에서 홀린 듯, 그러나 주의하면서 몇장 찍은 일본인 같은 나를 아무도 저지하지도 야단치지도 않았다...
브에노스의 마지막날 아침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두어시간 대로변 코너에 위치한 카페에서 와이파이로 댓글도 달곤 하면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모처럼의 여유로운 시간.
드디어 여행이 여행답게 여유로워지기 시작한 듯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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