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수리!!!와 항해

2010.12.19: 항해 실패의 원인 분석.

cool2848 2010. 12. 19. 11:50

이제 집에 온지도 이주 가까이 된다.

그동안 자고 먹고 쉬고 읽고, 사람도 거의 않만나고 편히 쉬었다.

 

그러면서 언제 지난 삼사개월의 항해준비와 실패에 대한 원인에 대해 쓸까 하는 생각이 아무일을 하지 않고 쉬는데도 항상 마음 뒤에 그림자처럼 남아있었다.

그런데 내일 아침 일찍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떠나기 전에 아무래도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못하면 아마도 해를 지나게 되고 그때는 기억에도 희미한 일이 되리라.

 

우선, 항해의 실패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이지만, 나의 능력과 준비 부족이 그 주된 이유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특히 더 잘 알게 된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좁은 공간에서 같이 지내는데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통솔력도 부족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업무 기획과 관리능력도 아주 부족했었다.

 

장기 항해, 더구나 미국 동북부 해안에서 한국까지 요트로 오려면 여러가지 기획과 업무관리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번에 깨달았다.

그냥 아무렇게나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처리해서 되는 일이 아닌 일들 많았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렇게나 즉흥적으로 살아왔기에, 그리고 그러면서도 문제가 크게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안이한 태도로 장기항해에 대했었고 그래서 문제가 생기자 그에 대한 대응을 적절히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8월말에 배를 인수하고 살 때에도 그저 들떠서 마음에 든 배를 살 것이 아니라, 이런 배를 구입하면 얼마나 항해 준비를 하는데 시간과 돈이 걸릴 것인지를 차근히 잘 따져 봤어야 했다.

나는 그저 내가 사랑에 빠져서 그배를 잘 준비한다는 마음만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다른 결혼의 조건은 생각하지 않고 사랑에만 빠지면 결혼생활도 문제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경우만 생각하는 좀 순진한 태도였다고 생각된다.

물론 내가 반해야만 정성을 다하겠지만, 상대가 이미 내가 기획하고 있는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상대라면 그만큼 결혼 후에 생활에서도 어려움도 적으리라.

마찬가지로 대양 항해를 위해 준비가 된 배였다면 그만큼 다른 준비가 많이 필요없고 따라서 보다 쉽게 떠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10월말에 선원 희망자들이 왔을 때도 배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아 배를 계속 준비를 하는데 온 사람은 당장 떠나고 싶어했다.

나는 왜 그리 서두는지를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로서는 한국에서 많은 일을 희생하고(?) 왔는데, 느릿느릿 준비하는 게 답답했으리라.

나는 그런 면에서 얼마 전에 글에 델리버리 모드의 마음 자세로 왔다고 썼다가 아무 혼이 난 적이 있다.

내가 알기에는 대부분의 장기항해하는 사람들은 그 준비에 항해 이상의 기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분 같은 경우에는 그전에 준비과정을 충분히 블로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봐왔음에도 자기가 와서는 금방 배를 출항시키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사는 집이요, 동시에 넓은 바다에서 튼튼히 견디어 줘야 할 배로서 내가 충분히 좋은 해법을 찾아내어 이해한 후에 튼튼하게 잘 장착하고 싶었다.

나에게는 선주로서 그게 그전부터 두달여를 해왔던 일이었고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어떤 선원에게는 무척 답답하고 김빠지는 일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차이보다도 서로 잘 소통되지 못했던 점이 문제였던 듯 하다.

이런 점은 내가 잘 소통하고 잘 통솔하면 극복할 수 있었던 점일 듯 하다.

아니면 한국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널리 같이 배를 탔더라면 이렇게 어렵게 문제가 진행되지도 않았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낭 내가 선주이고 선장이니 선원들에게 잘 이해시키기 보다는 내가 원하고 해왔던대로 하고, 그들이 알아서 이해해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

 

내가 항해 능력에서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은 내가 항해 준비를 하면서 배는 나 개인 한사람을 위한 배를 구입해놓고도, 중간에 자신의 능력과 재력을 생각해서 선원을 원하는 사람들은 받게 된 것에서 드러난다.

원래 계획대로 배가 개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파워윈드라스(전기로 닻을 올리고 내리는 기계)나 오토파일롯을 우선 순위에 두고 설치하고 장착했어야 한다.

그런데 중간에 선원들과 같이 간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바꾸니까 나중에 선원들이 없어지니까 매우 어려운 상황에, 다른 선원들을 구하지 않으면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점은 내가 너무 장기 항해에 대해서도 자신의 능력을 직시하지 못하고 쉽게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대했던 것이 그 원인이다.

그러니까 선원들의 요청이 있을 때, 얼씨구나 하고 별 생각이 없이 그들의 요청에 응하게 되고 원래의 진행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조정이 됐던 것이다.

 

나의 관리능력이 부족했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낀 점이다.

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좋게좋게만 대했지, 엄하게 업무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은 날씨가 어두워지고 추워져서 일도 잘 않되고 쎄일링도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됐다.

이런 경우에도 오히려 거기서 배를 상거하고 봄에 와서 계속하는 것이 더 낳은 방법일텐데, 어떻게 해서든 그곳을 빠져나가 따듯한 곳으로 갈 것에만 너무 집착했다.

침착하게 일을 생각하기에는 나에게 11월은 너무 어둡고 우울하고 추웠다.

그러다 보니 임시 보조선원이라도 구하게 됐고 거기에 다시 시간을 낭비하고 재원을 낭비하고 오히려 나를 위한 준비는 소홀하게 돼는 계기가 됐다.

 

나중에 델리버리 캡틴과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자세히 계약의 세부상황를 정하지 못해서는 많은 시간을 델리버리 캡틴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겪고 계약의 약점을 악용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결과를 나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다 경험부족에서 온다고 하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여러가지 인간관계와의 스므스하지 못한 대응과 시간, 재정적 낭비는 나의 기획과 관리 능력 부족에서 온 것이라고 보인다.

 

아나폴리스에 와서 보니 거기는 배를 준비했던 미스틱과는 달리 각종 여러가지 요트에 관한 회사들이 너무 많아서 다양한 작업들이 경쟁적으로 적절한 가격에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음을 봤다.

만약 다음에 누군가 나와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미국 동해안에서 출발한다면, 일단 아나폴리스나 마이애미 같이 요트에 관한 작은 회사들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서 장기 항해에 대한 준비작업을 하기를 권한다.

 

이미 배를 구경하러 온 사람도 한 사람 있고, 내 배에 구매요청을 한 사람도 한 사람 있다.

그러나 이번 겨울 동안에 과연 팔릴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좋은 배지만, 싼 배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배도 아니다.

또한 워낙 비싼대다가 내가 장착한 것들까지 있으니 싸게 판다고 해도 많이 싸게 하기도 쉽지가 않다.

어쩌면 앞으로 일년 안에도 팔리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팔리기를 기다리다가 내 마음이 바뀌어서 내년 봄에 다시 항해를 할 가능성도 남겨두었다.

그러나 지금 마음으로는 앞으로 근해에서 쎄일링은 계속하겠지만 장기 항해를 다시 꿈꿀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배에서 추운 곳에서 몸을 구부리고 자면서 생긴 등의 근육통도 다 없어지고, 배에서 영양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음식을 먹어서 생긴 몸의 비실함도 극복이 된 것 같다.

특히 배에서 먹는 많은 음식들이 내 최근에 생긴 고혈압에 아주 좋지 않은 소금이 많은 음식들이었다.

거기다 이빨도 안 좋아진 것 같고, 눈도 예전보다 더 많이 나뻐진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운동부족으로 근육이 많이 빠진 것도 느껴진다.

내 나이에 건강에 적신호가 (초기 고혈압 증세) 켜지기 시작한 때에 이런 건강에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든다는 것은 원래의 장기항해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한다고 해도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결과이다.

 

나는 지난 삼개월이상을 "리버어보드"(live-aboard)로서 살아왔다.

이것만 해도 불편하고 어려운 면도 많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에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그렇게 산다면 우선 오토바이나 헌차를 하나 구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할일들을 하면서 살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 내가 잃은 것도 아주 많다.

귀중한 시간과 적지않은 돈, 그리고 아마도 어느 정도의 건강.

다시 이런 비싼 되돌리기 힘든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의 튀직 후 생활에 크루징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나는 어느 의미에서 아직도 진정한 크루징은 시작해보지도 못했다.

이런 면은 앞으로도 천천히 다시 더 접해봐야겠다.

그러나 장기 크루징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알게 됐다,

특히나 나처럼 크루징을 혼자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