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이틀 전 항해 준비를 마치고 델리버리 캡틴과 출발을 기다리는 캐스캐이드호.
어제 드디어 떠났다.
원래는 그제 델리버리 캡틴(delivery captain: 돈을 받고 다른 이들 소유의 배를 다른 장소로 옮겨주는 사람들)이 오기로 했는데 저녁에 못 온다고 전화가 왓다.
그리도 어제 오후 2시 기차로 미스틱(Mystic)에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당연히 나는 다음날 새벽에 떠날 것으로 생각하고 임시 선원들에게도 그리 얘기했다.
그러나 차안에서 이 아저씨 (선장 이미지같이 작지만 배가 나오고 수염이 잔뜩 낫다.)의 얘기는 우리가 준비가 되었다면 당장 떠나자는 것이다.
그래서 후닥닥 정리하고 떠났다.
얼마나 시원하던지…
선원들도 들떠나 재잘거린다.
전날 저녁에는 친척 데비드가 와서 쏠라패널을 가지고 갔다.
사촌벌되는 보스톤의 발넓은 친척에게 처리하도록 내가 미리 연락했으니 그에게 전해주기로 했다.
어제 오전에는 그제 차렌트해서 사온 NMEA2000 4미터 케이블을 이용해서 풍향풍속계를 연결하고 작동하는데 성공햇다.
또, 캡틴이 오기 전에 트랜스미션 오일도 교환했다. (워낙은 최초 사용 20시간에 교체)
어쨋던 어제 3시20분 지난 3개월간 내 집이었던 미스틱 워싱톤가 2번지 (2 Washington St., Mystic, CT 06355) D-24 폰툰을 떠났다.
그 이틀 전 연습했던 코스대로 챠트플로터에 있는 궤적을 따라 노앵크(Noank)까지 나가서 드디어 롱아릴랜드 만(Long Island Sound)에 진입했다.
바람은 서풍, 날씨는 흐림, 기온은 그전날에 이어 따뜻했다.
바람이 우리 진행방향과 정반대이니 계속 기주.
임시선원들도 매우 흥분해서 배 앞에서 둘이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뭐가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자들의 즐거움.
내가 약 4시간 틸러(tiller: 러더 조종 막대)를 잡았다가 캡틴이 잡았다.
그후 약 2시간 정도씩 둘이서 틸러를 잡앗다.
바람은 점점 쎄어져서 32노트까지 불고 주로 서풍에서 북서풍, 그리고 다시 서풍이었다.
파도가 크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배를 치고 넘어오는 바람에 앞캐빈의 침대는 다 젖고 (나는 몰랐지만, 다음날 알다), 나나 캡틴의 옷은 완전 비옷이었고 안경에는 안팍으로 소금덩어리가 겹쳐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생활방수되는 고어택스 신발도 다 젖어서 양말이 젖으니 온몸이 시려온다.
나중에는 양말을 바꿔신은 후에 비니루봉지로 양말을 각각 싼 후에 신발을 신엇다.
신발이 젖어도 속의 양말은 안 젖게.
훨씬 나았다.
그리고 장화도 샀어야 한다….
역시 다져(dodger)도 중요하고, 오토파이롯(autopilot)도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뭐 몰랐다는 것 보다는 하려고 했으나, 다져는 처음 미스틱에서 업자를 잘못 만났고 그 다음에 후속 처리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물론 후속처리를 잘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소리가 되겠다.
오토파이롯도 윈드베인이 있으니 하고 막연히 미루고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베이스와 마운팅 부속도 구하고 연결도 했지만 베이스인 나무 위에 마운팅에만 올려져 있는 오토파이롯이 기계적으로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윈드베인을 아직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으니 기본적으로 윈드베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오토파이롯이라 더욱 사용하기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책이나 사용한 사람들은 이런 방법이 전기도 적게 먹고 좋은 방법이라고 하니, 계속 이 방법을 추구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밤이 새벽이 되면서 만월이 우리 뒤를 비춰준다.
보름달은 초겨울 바다를 비춰주고, 우리 배가 가르는 물결은 하얀 자취를 남긴다.
가끔 얼굴을 때리는 파도는 모래같고 소금맛이지만.
혼자서 이럴 때 예전에 느끼던 앞을 모르는 어둠으로 빨려들어감을 느낀다.
어떻게 될 지 전혀 모르지만, 왠지 그래도 해도와 배에 믿음을 가지고.
캡틴이 항해 자료를 기록했다.
나는 너무 추워서 계속 발을 녹이다 잠이 들지 못하고 다시 근무했다.
아무래도 뭔가 장비를 다시 갖추어야 될 듯 하다. (특히 방수 장화)
임시선원들은 내가 바지와 속옷, 항해복과 장갑도 사줬지만, 그래도 안되서 아예 시키지도 못하고 안에서 잠을 주로 잘 잤다.
오늘 낮 1시 정도에 롱아일랜드만에서 뉴욕 이스트리버 사이에 있는 악명높은 Helll’s Gate를 통과했다.
중간에는 내가 연료가 중간에서 바닦날까봐 걱정되어 엔진 rpm을 낮춰서 달렸는데, 나중에는 캡틴이 얘기해서 속도가 너무 늦으면 헬스케이트의 나가는 좋은 물때를 놓칠까봐 열심히 달렸다.
1200에서 2000, 2500 정도까지.
전번 배의 트럭엔진과는 너무 다르다.^^
2500 정도에서는 터보가 들어오는 소리와 느낌이 좋다.
속도는 4노트에서 8.5노트, 헬스게이트에서는 (밀물의 속도가 약 3.5노트까지 더나던지 덜난다) 12.5노트까지 나왔다.
나는 어깨도 너무 아프고, 연료도 걱정돠어 맨하탄을 허드슨강을 두고 바라보는 뉴저지 샌디훅 (Sandy Hook, NJ)에서 하루 쉬어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당연히 쉬어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캡틴은 당연히 그냥 달리는 것으로 생각했더군 (Delivery Mode!).
어쩄던 맨하탄이 바로 보이는,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 관광선이 정박하는 리버티랜딩 마리나(Liberty Landing Marina)에서 연료를 채우고 하루를 쉬기로 했다.
연료를 넣고 보니 24시간을 기주를 했는데도 연료통이 그리 줄지가 않았다.
그래서 놀랬다.
연료를 가득 넣으니 93불 정도 23갤론 정도이다.
결국 평균 시간당 1갤론을 태웠다는 얘기이다.
그럼 이배의 연료통이 420리터이라는 얘기를 믿으면 (아직 확인 못했으니), 즉 110-갤론 정도 되면 4일 가까이를 기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마리나에는 평소 시즌에는 피트당 4불이라는데, 어프시즌이라고 2.5불 받는다고 한다.
세금까지 내면 그래도 110불 정도 되네.
그런데 하루 고생해보더니 임시선원 둘이 저녁에 밥 먹더니 미안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떠나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라고 말하고는 내 물건들을 잘 정리해서 반납하라고 한 후에 보냈다.
갈 사람은 가야지.
아무래도 전혀 요트를 안타본 사람에게 너무 무리하고 특히 초겨울 바다에 다져나 파일롯 하우스가 없으니 너무 강행군이다.
이 캡틴은 윈드베인은 사용해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기야 윈드베인 있는 배는 대부분 어프쇼어용으로 아주 적으니…)
나의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분명 있겠고.
이젠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가 겁난다.
어쨋던 그들이 쓰던 내 옷 중 안빤것들과 담요을 지금 빤 후에 드라이하면 이글을 쓴다.
마침 캡틴은 뉴욕에 있는 여자친구가 오늘 생일이라고 자고 오겠다고 해서 보냈다.
좁던 공간이 갑자기 넓어지니 좋지만, 외롭다.
내일도 24시간 강행군이다.
둘이서 해야되는데, 이렇게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 뉴욕시만 해도 약간 덜 추운 듯 한 느낌이다.
(아니다, 조금 전 세탁물을 가져오는데 여기도 춥다. 남부 뉴잉글랜드 지방이 오늘 저녁부터 추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사과와 커피를 마시면서 계속 싸롱(salon: 요트에 마루같은 가장 가운데 생활공간)에 나무난로에 불을 지피면서 따뜻함을 느껴본다.
(톱밥으로 만든 우드팰랫이나 석탄조각을 태울 수 있다는데 나는 싸고 불이 잘 붙지만 오래 가지 못하는 우드팰랫 한봉투를 사서 난로 밑에 공간에 놨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겠지…
배에 대한 특성은 하루만에 벌써 많이 알게 되었다.
배의 갑판이 낮아 물이 많이 넘어오지만, 파도에도 무겁고 든든하게 물을 헤치고 나가는 것이 탄사람의 마음을 불안하지 않게 해주는 선체인 것 같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방향성이 좋지만, 진행하는 순간순간에는 꼬리가 뒤틀리면서 러더에 힘이 온다.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억지없이 소화하면서 전체적으로 내가 가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스므드하게 전진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익혀야 할 기술이 되겠다.
폰툰에 댈 때나 떤날 때 보우스러스터의 사용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다.
참 편하다.
오늘을 자고 내일을 열심히 달리면 좀 더 나아지겠지 희망해본다.
이 아저씨 런던 잼보리에서도 요트 가르치는 봉사도 했다는데, 주로 새로 요트를 산 초보 주인들의 배를 운반해주면서 동시에 가르쳐주는 일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같이 하면서 자신을 쌓아가는 것도 실전 경험이 부족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Long Island Sound 항해 후에 맨하탄을 바라보는 머리나에 도착하여 정박한 캐스캐이드호 (다음날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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