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오늘 주말에 특별가격으로 렌터카를 빌리려고 했는데, 오늘 오전에 전화하니 이미 다 빌려줘서 빌려줄 차가 없다고 하는거다.
어제 전화할 때 예약하라고 하는 것을 출항날짜를 잘 모르겠어서 주저했는데 이렇게 됐다.
어쨋던 그래서 자전거도 없고 최근 며칠 많이 걷는다.
물건을 살 것들도 있고 해서 않갈 수가 없다.
하루에 편도 삼사십분 거리를 한번에 마무리할 때도 있지만, 두번을 왔다갔다 할 때도 있다.
당연히 오늘도 한번을 갔다 왔다.
오는 길이 공동묘지 옆을 거의 어두워져서 걸어왔다.
이제는 여러번 지나가서 그리 무섭지는 않다.
그러나, 편한, 지극히 편한 생활을 나두고 이렇게 춥고 외롭고 힘든 생활을 하는 나를 때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서울에서 편히 돈도 저축하면서 즐겁게 테니스도 치고 연주회도 가고 스쿠터타고 추우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맛있는 것들을 먹고 마시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았을까?!
물론 떠나올 때는 준비과정이 이렇게 힘든 줄을 몰랐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사람들도 모를꺼다.
그러나, 이런 외로움이 크루징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인생에서도 많은 시간을 생활전선에 나가기 위해 투자하듯이.
전쟁을 하는 나라들이 길지 않은 전쟁을 하기 위해서도 수년 간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훈련하듯이.
이미 얘기했듯이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착오를 범했다.
그러나, 아직 항해의 준비만을 해왔기에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막상 항해에서는 이렇게 고민할 시간도 없겠지.
주어진 목적지에 도달하면 늘어져 쉬게 되겠지.
과연 꿈꾸던 낭만적인 열대지방의 낙원과 아가씨들과 즐거운 생활이 있을까?
행복이란 인간관계란 진리를 내가 무시해서 뭐를 하는 건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즐기고 베풀고 나누면서 기쁨이 생기는 걸텐데.
나는 봄에도 즐겁게 테니스를 치고는 저녁에 술집에 앉아, 과연 그렇게 즐거운 것이 무슨 인생의 의미냐고 묻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배가 불러도 한참 불렀던 듯 하다.
배부른 것이 의미가 없다면, 육체적으로 즐거운 것도 비슷하게 의미가 없을텐데.
그렇다면 인생의 의미는 뭘까?
꼭 의미가 있어야 돼나?
그냥 순간순간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
의미도 있다고 생각되고 즐거우면 금상첨화일텐데.
즐거운 것도 자체로 좋고.
의미를 느끼는 것도 정신적으로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럼 나는 지금 의미도 못 느끼고 즐겁지도 않은 일을 왜 하는걸까?
그렇다고 지금 하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왜 뭘 하고 싶었을까?
단순한 착오였을까?
아니면 뭔가 나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그렇다면 도데체 무슨 의미일까?
혹시 이렇게 고민하고 추워하고 어려워하고 고민하는 것이 뭔가 나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뭔가 거름이 되는 걸까?
지금 이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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