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귀국했을 때 같은 직장에서 테니스를 치는 분들 몇분과 저녁을 하게 됐는데, 그중 한분이 한국에는 어떤 대학에 가도 정치학과와 경제학과가 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이 없다고 흉을 본다.
나는 보통 다른 사람들이 제삼자를 아니면 내가 잘 모르는 것이라도 비난을 하면 왠지 반대가 하고 싶어진다.
성격이 문제가 있나 보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다가 (내 기억에 대학입학 시인 1971년초에 우리나라 개인 GNP는 북한보다도 못한 100불 이하 수준이었던 것 같다는 경험적 예를 들면서) 수십년만에 현재는 가장 경제력이 막강한 나라 중에 하나가 됐는데,
뭔가 그래도 경제학과가 도움이 됐지 않겠느냐고.
적어도 경제학과가 적극적으로 교육과 사회봉사를 발전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기여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상황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뭔가 도움이 됐지 않겠느냐고.
마찬가지로 그런 와중에서 남의 밑에서 살아가는 식민지에서 독립해서 계속 독재와 군부독재를 거쳤지만, 경제적인 발전을 이뤘으면서도 동시에 현재는 민주주의가 됐으니 정치학과가 정치적 발전에 뭔가는 도움이 됐지 않겠느냐고.
술을 마시면서 그랬더니, 그 다음에는 발전을 했는데 그 원인이 뭐냐 지도자의 역량이라는 얘기로 토픽이 변했다.
나도 나라가 망치는 데는 지도자의 역량이 막대한 공헌을 한다는데 동감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1971년도에 내가 만난 잘 살던 나라애들의 나라였던 아르헨티나, 필립핀, 타이랜드, 인도네시아 등이 이제는 다 못사는 나라들이다.
적어도 그중 내가 가본 인도네시아나 필립핀, 타이랜드, 캄보디아 등 모두 지도자들이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엄청 더 나쁜 놈들이라는 것을 잘 모르면서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런 좋은 물질적 자원과 인간적 자원을 가지고 그렇게 많을 사람들을 그렇게 못 살게 만들 수 있느냐 말인가?
어떻게 보면 이들은 독재를 하면서 수백만명을 굶겨죽이는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도 더 나쁜놈들이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나는 잘 사는데는 제대로 된 지도자 하나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뭔가 사회의 전 구성원들이 나름대로 역활을 제대로 해야만 전체 사회가 합목적적으로 잘 돌아간다는 생각이다.
자동차가 고장나려면 부품 하나만 망가지면 되지만, 자동차가 잘 동작하려면 수없이 많은 부품들이 다 잘 동작해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
아니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단순부품들로 이루어진 기계적인 시스템과 달리 적극적으로 다른 일원이나 전체를 갈취하려는 목적을 가진 적극적으로 나쁜 일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한국이 짧은 기간내에 잘 살고 동시에 민주화가 가능했는 지의 원인을 한국사람으로 가져가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은 별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대사회에서 공통적으로 교환될 수 있는 그런 재화를 발생하게 할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비교적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인적자원 그들 자체가 현재의 한국이 어떻게 됐다면 그 주 원인이라고 보게 되는 것이다.
예로 <빨리 빨리>로 대표되는 조급성이 현재 우리 사회의 신속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가져온 원인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런데 이런 속성이 꼭 역사적으로 볼 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한국인의 속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조선중기나 말기, 심지어 일제시대에 한국에 온 서구인들의 눈에는 당시의 조선인들을 나태하고 더러운/깨끗치 못한 그런 속성을 가졌다고 관찰했다.
그러니 급한 성격이나 조급성이 한국의 오늘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 모든 발전에 근본적인 동인이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또 내가 특히 일본사람들의태도와 비교해서 한국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존경하지 않는 일반적인 태도를 싫어 했는데, 최근 생각하니 이런 평등의식도 아니고 오히려 무조건 같다는 <동등의식>이라고나 부를만한 생각 자체가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민주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집도 옛날에는 양반이었다라는 생각, 나아가 우리나라가 선택된 민족이고 의식할 지는 몰라도 그 연장에서 내가 선택된 사람이라는 생각.
큰회사의 회장도 나라의 대통령도 다 내가 그런 상황에만 있었더라면 되는 건데 하는 동등의식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합당한 이유에서 지시하는 것도 마땅찮은데, 더우기 그것이 옳지 못한 경우라면 어떨 것인가 말이다.
그러니 세계적인 연구를 하는 도시바 등의 일본인 연구원들 수십명들도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데, 이삼년 연구한 다음에 회사 차려서 돈벌어보겠다고 나서는 무모한 벤쳐가들이 설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 얘기만이 아니라, 바로 내 얘기다.^^)
내가 죽지만 않는다면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그런 지시 내지는 조처를 무력화하려고 한 것이 우리의 최근세사이고 우리가 즐겨 했던 데모가 아닌가?
그러니 어찌 보면 말도 않되는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동등감이 사회적으로는 민주화로 이루는 적극적이고 긍적적인 동인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같은 맥락에서 분명 최근세사의 한 원인은 우리가 식민지 시기와 독립, 전쟁을 거치면서 거의 완전하게 사회의 기존(???) 세력이 무너지고 모든 사람이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다시 새 사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유교주의적 화목한 사회 질서 구성과 지적자산을 중시하는 기존의 전통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그래서 아무래도 실력이 나은 사람이 보다 사회의 위를 구성하게 되었고, 사회가 보다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믿는다.
서구학자들 중에서도 이런 것이 우리의 발전의 주 동인이라고 생각하는 유파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겠는가?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뭔가 그 기저에는 우리의 지구상에서도 비교적 오래된 역사가 계속 한반도 주변에서 서식해오던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가 조성하게 된 어떤 민족이나 사회 전반에 공통적인 속성, 아니면 능력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던 싫어하던 간에 옆에서 오랜 기간을 같이 살아온 중국의 영향이 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즉, 지구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발전된 국가 사회인 중국과 바로 옆에서 좋으나 싫으나 수천년을 이웃해 살면서 우리는 어쩌면 강한 상대와 기죽지 않고,아니 적어도 기는 죽어도 진짜 죽지는 않고 살아 생존하는 생존력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을 소지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 살아남았겠지.
역사상 중국과 옆에 있으면서 아직 잘 사는 나라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얼마나 있는지.
미국이 중국에서 멀리 있기에 다행이지, 아니면 벌써 중국땅이 되지는 않았을까.
어찌 보면 이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역사와 지리가 준 꾸준한 시련이었고 자극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어쩌면 중국에게 고맙다는 생각까지 속으로 하려고 하는데, 며칠 전에 중국에서 조선말의 핸드폰과 모바일기기 등에 대한 국제 입력표준을 만들려고 중국내 조선족은 물론 북한과 한국까지 포함해서 연락하고 표준화 작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칠 노릇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동북공정이란 것이 북한만 먹을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인가 보다.
우리가 이 시련도 잘 버텨 이기고 나아가 우리에게 잘 되게 하는 좋은 자극으로 바꿀 수 있을런지 지극히 궁금하다.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잘 되야 할텐데...
아직 내가 가보지도 못한 저 신비의 나라 티베트도 사라지는 중이고, 이미 내 부모의 고향인 북한도 사라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일이 이미 나와 우리 일이 아니라 나의 다음 세대들의 과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더욱 걱정이 된다.
나는 나에게 좋은 삶을 준 나의 나라와 사회와 시대를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있는가?
애를 세명 나서 건강하게 키우고, 고등교육을 받게 하고 있으니 기본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속에 무엇이 있는 지?
과연 세계와 특히 중국의 계속 되는 도전과 자극을 넘어설 수 있는 생존력을 외국에서 교육받으면서 만들어 낼 수 있겠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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