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수리!!!와 항해

2010.11.4: 왔던 선원들 오늘 떠나다...

cool2848 2010. 11. 5. 02:04

오늘 점심 때에 두분 선원들이 떠났다.

 

그 사이 컴퓨터에 못 들어 올만큼 바뻤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출항준비로 볶닥거리면서 그 와중에 그 중 한분과 계속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분과는 워낙 성격이 잘 맞지 않아서 며칠 힘들다가 어제 오전에 다시 세명이 얘기하다가 쌍방이 함께 공감대가 이루어져서 항해가 시작하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낳겠다고 결정하였다.

 

나머지 한분은 그 동안 아주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 그리고 어제까지도 괜찮은 것 같았는데, 나하고만 둘만이 가기는 힘들겠고 한분을 더 영입하자고 해서 어제 연락을 맡으셨는데, 하루 정도 연락해 보고 연락이 잘 않되는데다 밤새 생각을 하더니 오늘 아침 다시 얘기를 하자고 하더니 아무래도 자기도 다른 선원이 없거나 제3의 선원이 외국인이 되면 생활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하선하겠다고 해서 이미 한 선원을 내 입장에서 거절한 상태에서 다른 선원의 선택권을 존중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였다.

 

두분 중 첫분은 현직에 계신 분이니 여러가지로 이제 돌아가면 참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 같다.

그분에 대해 매우 죄송함을 느낀다.

더구나 하선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분담금에 대한 나와의 소통 문제였고, 내가 봐도 그분이 생각한 것에 전혀 무리가 없이 보였다.

내가 경제적인 분담 문제에 대해 좀 더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오해가 빚어진 것에 대해 일말에 책임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도 근본적인 헤어짐의 원인은 성격과 스타일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한분은 퇴직하셨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크게 다른 문제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그분으로서는 며칠 사이에 우리 둘 사이에 여러가지로 화합을 시키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위에서 말했듯이 (아마도 그런 화합을 위해 양보하지 않는) 나랑 둘이서만 항해를 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렇게 하루 아침에 두 선원을 떠내고 보니, 역시 나는 선장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같이 생활할 선원될 사람들의 마음과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말았다.

지난 한달 여 이상을 그들과 같이 항해할 것으로 계획하고 이제 그 마지막 단계인 합류와 팀웍 튜닝을 앞두고 이렇게 두 사람을 떠난 보낸 것이다.

 

두번째 사람은 인간 관계나 스타일이나 경제적인 문제도 없었고 좀 더 붙잡아 두고 설득할 여지가 충분히 많았지만, 내가 보기에 장기항해란 것이 워낙 어려운 일인데 한 사람이 없다고 나와의 관계에 자신이 없어질 사람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어렵지 않고 서로 의존하지 않을 때 헤어지는 것이 나한테도 낳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며칠 새에 합류한 선원 둘 중 하나와 관계를 조절하다가 실패하여 잃고, 나머지 하나마저 오늘 아침에 갑자기 잃게 되었다.

황당하다.

그렇지만, 황당할 수 있는 것도 인생이겠지.

젊을 때 죽자살자 좋아했던 배우자와도 원수는 아니래도 냉냉해지거늘, 처음 만나서 그것도 삶의 배경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함께 좁은 공간에서 살면서 일하면서 위험과 싸우면서 어찌 내가 해본 일 중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할 수 있는 일에 공동체로서 행동할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다만 그 시간이 엄청 빨리 다가왔다는 것이 놀라울 뿐.

또 아직 진짜 어려운 일은 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랬다는 것을 예기치 못했을 뿐.

 

첫선원이 어제 저녁 같이 얘기하면서 왈, 자기가 빠져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내가 내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줄 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나는 내가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희망하지만, 나도 당시의 감정상태에서는 그 사람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그럴 수 없는 관계라면 처음부터 맺어지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이런 결과는 어찌 보면 이미 읽었던 Berth Leonard의 The Voyagers' Handbook을 읽을 때 이미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세계일주 항해자들이 혼자거나 부부거나 애인 사이였다는 점만 살펴봐도 동성들 간의 장기 항해에서 관계가 쉽지않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혼자 항해를 하려고 계획했던 것이고.

다만 자신이 없어 중간에 다른 사람과 합류할 생각을 가졌고, 마침 그 때 두 사람이 항해에 합류하기를 원해 연락을 해와서 그때부터 세사람이 항해를 할 것으로 계획하고 나도 거기에 안일하게 의존하게 되었을 뿐.

결국 나는 좋던 싫던 내가 고친 배를 가지고 혼자서 바다로 가게 될 것같다.

인생을 홀로 살듯이.

항해도 혼자 가게 된 것이다: Single Hand!

 

무섭고 외롭지만 본디 인생이 어디 쉽고 편하고 좋은 일만 있겠는가.

내가 택하고 저지른 일, 책임을 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하고 마무리할 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불편하더라도 천천히 짧지 않은 기간이니 즐거울 수 있도록 상황를 만들면서 가야지.

며칠 복작거리다가 이제는 적어도 걱정해야 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없는 것이 홀가분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며칠 전까지 앞으로 읽고 또 다시 챕터별로 뒤로 읽은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에 있는 내용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행복은 (인간)관계에 있다는 결론.

그리고 몸과 마음이 추운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