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수리!!!와 항해

2010.2.20-21: 남해안항해-김녕항>수영만요트경기장

cool2848 2010. 2. 21. 21:31

 

어제 아침 일찍 제주도의 김녕항을 6시55분에 떠났다.

6시30분 정도에 이미 훤해져서 8시30분 정도의 간조 때까지 전의 썰물을 타고 제주도 북부에서 거문도 방향으로 부산까지의 거의 직선코스를 향했다.

바람은 거의 없고, 물결도 거의 없다.

앞으로 36시간 정도 그저 엔진힘으로 덜덜거리며 부산을 가려고 한다.

승무원은 전 선주와 내가 같이 해본 최고의 남자쿡인 친구분.

함덕의 한 모텔에서 5시에 일어나 컴컴한 밤에 택시를 달려 김녕 해경출장소에 가서 출항보고를 하고, 배로 와서 엔진을 걸고, 따끈한 밥과 김, 김치, 순두부국으로 빵빵한 아침식사를 이미 마친 후이다.

 

제주해협을 건너서 처음 보이는 섬인 거문도: 사진에서 보듯이 이날 제주해협의 거친 바다는 유난히 호수처럼 고요했다.

 

 

거문도 근처의 백도가 코스에 놓여있어서 동백도와 서백도 사이로 배를 몰아갔다.

역시 보기가 좋다.

남쪽에서 볼 때는 세개의 작은 돌섬이었던 같던 서백도는 지나가면서 보니 꽤 길다.

이때가 이미 오후였던 것 같다.

 

 

다음에 문도인가 근처를 지나 해가 저무는 것을 보면서 약간 북쪽으로 꺽어서 간조암 근처로 갔다.

직선으로 가면 아무런 밤항해에 가시 거리내에 등대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시권내에 등대불이 가능하다면 하나 이상 볼 수 있는 지역으로 배를 항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저녁이 어두워서 등대불과 가시권내의 배의 불에 의지하여 항해를 하고 있다.

물론 바다에서의 네비게인션인 챠트플로터와 나침판 정보는 있지만, 역시 먼 가시 목표물이 있을 때 항로궤적이 직선에 보다 가깝고 조타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여명이 트면서(?) 소이말 등대를 왼쪽에 두고 북동쪽으로 부산을 향해 진행하면서.

산위에 있는  것이 등대의 잔상빛이며 바다 위의 다른 빛들은 아침에 일찍 움직이는 여러 배들의 항해등 불빛이다.

 

  

많은 별들과 불그스름한 반달이 걸려있는 하늘 아래에 넓은 그 크기가 보이지 않는 바다를 검은 물 위를 멀리 보이는 불빛에 의지해서 쫒아간다.

낮에는 어무 잘 보여서 목표를 할 것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밤은 반대로 불이 있으면 집중하기가 아주 좋다.

물론 목표로 삼은 불빛과 내 배 사이에 아무런 암초나 밧줄이나 그물이 없다는 가정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암초에 대한 정보는 미리 항로 주변에 해도를 봐서 확인을 한다.

그리고 배들이 많이 다니는 항로 주변에는 대부분의 경우 그물이나 브이들이 없기는 하다.

 

밤이 점점 깊어가면서 어두움 속을 달리는 배 속의 파이롯하우스는 우리만의 세계이다.

생댁쥐베리인가 "야간비행"이라는 책이 기억난다.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기억이 없는데 이런 경험과 비교하고 싶어서라도 읽어 보고 싶다.

야간항해와 비슷한 경험일 듯 하다.

그저 까만 암흑 속을 계기에 의존해서 목표에 접근한다는 점이.

야간비행의 내용이 이런 내용일 지 전혀 모르겠다.

 

 

 

전 선주의 친구분은 대낮부터 자고 일어나서 요리해서 식사 준비를 하고 다시 잔다.^^

전 선주와 내가 돌아가며 조타를 하다가 밤 12시까지 내가 하고, 3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않 깨워서 아침 6시에서야 깼다.

그래서 그때부터 거제도 남동쪽 모퉁이를 돌면서 소이말 등대를 보고 앞에 보이는 몇개의 배에서 나오는 불을 보고 따라간다.

6시반이 되니 동쪽의 바다면에 붉은 기운이 조금씩 나타난다.

드디어 해가 뜬다.

얼마나 반가운 빛인가.

우리에게 빛은 얼마나 소중한가.

깜깜한 밤중에 사실이라고 믿으면서 보이지 않는 속을 달리는 불안함에서 빛은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

 

 

드디어 환한 아침에 소이말 등대를 지나서 수영만요트경기장 방향으로 조금 방향을 틀고 진행한다.

남형제도 남쪽을 지나 북형제도 남쪽을 지나 부산항 앞의 주전자섬을 지나서 오륙도를 지나니 드디어 광안대교가 보인다.

"집"이다.

내 집은 아니지만, 내 배의 집이다.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이제 집이다.

드디어 마음이 놓여서 전 선주에게 조타를 맡기고 친구분과 나는 맥주를 마신다.

날씨는 화창한 초여름날 같다.

따뜻해서 입고 있던 옷들을 하나씩 둘씩 벗어낸다.

 

오후 2시에 요트장에 배를 묶었다.

그리고 배에서 미리 준비한 카레라이스를 점심으로 먹었다.

출발한지 31시간이다.

아무 사고없이(!!!: "매일 매일이 사고"라는 말이 기억나시는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항해를 하다보니 사고가 없는 날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