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09/9/29: 집에서 머물던 세계항해 중인 뉴질랜드 부부 돌아가다.

cool2848 2009. 9. 29. 15:01

 

8월 부산요트장에 정박한 뉴질랜드 부부의 53피트 짜리 철선 <Charioteer: 챠리오티어>.

 

지난 목요일 오후에 와서 오늘까지 집에 쉬던 캐롤과 브라이언이 오늘 아침 통영의 자기들 배로 돌아갔다.

이들은 지난 삼년 간 뉴질랜드의 웰링톤을 출발하여 남태평앙의 많은 섬들을 방문하고 지내면서 지난달 일본에서 부산요트장으로 들어왔다.

나는 8월중에 요트장에서 이들을 처음 만났다.

처음 목포로 가다가 통영 부근에서 배에 작은 고장들이 생겨서 통영으로 가서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고친 후에도 통영과 부근이 마음에 든다고 아직 거기에 머룰고 있다.

 

나는 처음 이들이 돈이 별로 없이 항해를 다녀서 서울에 오면 우리집에서 쉬라고 초청했다.

사실 서울에 오면 이들이 집에서 자기만 하고 매일 나가서 구경하러 다닐 것으로 추측했다.

그런데 온 다음날 내가 미리 예약해서 세브란스병원에 있는 국제진료센터에 가서 부인인 캐롤의 약처방을 다시 받아서 약을 산 후에는 매일 집에 있는 것이다.

 

하루 세끼를 집에서 지내면서, 아마도 오랫만에 돈걱정없이 느긋하게 쉴 수 있어 많이 편했나 보다.

마루에서 아예 부부가 소파에 누워서 하루종일 테레비를 보는 것이다.

위성테레비 보다가 어떤 떄는 한국방송까지.

그러니 내가 들락날락하면서 많이 불편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당청소를 하고 있네...

 

성격이 좋고 떠벌이는 브라이언.

 

그래도 브라이언은 온 다음날 내가 농담으로 말한 저번에 엄마가 뽑다 못뽑고 내려가신 후에 그대로 있던 마당의 보도블럭에 낀 풀들을 다 뽑았다.

캐롤도 열심히 접시를 닦고, 자기들이 머문 이층도 청소하는 눈치였다.

 

별거 아닌 것 가지고도 쉽게 불편해하는 내 성격도 문제인 것 같고.

다음에는 선의를 가지고 사람을 초대할 때도 기준을 잘 말해줘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아침 먹고 오전에 나갔다가 저녁에 밥 먹고 들어와라는 둥; 아니면 밤에 잠만 자라던가.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나처럼 주로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마루의 테레비 소리에 일에 방해가 되고 불편해졌다.

 

워낙 요트와 쿠루징에 관심이 있는 몇사람을 집에 초대해서 이들의 경험담을 들으려 했으나, 너무 촉박한 시간 때문인지 다들 오지 못했다.

그래도 셋이서 (둘이 스피커, 청중 나혼자.^^) 어느 저녁에 발표를 하고 들었다.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이런 저런 궁금했던 질문들을 다 하고, 하는 것 마다 자세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 중에 하나인 항해시 경비에 대해서는 이들은 아주 싸게 하고 있었는데, 1년에 특별경비를 제외하고 약 백만원으로 여행을 한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퇴직을 하면 모든 사람에게 국가에서 연금을 주지만, 뉴질랜드나 이웃인 호주와 근처에 몇 섬나라에 거주하고 있지 않으면 연금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아쨋던 그러니 부산요트장같이 비싸게 돈을 받는 곳은 되도록 피하고 많은 경우 바닷가에 닻을 내리고 정박하면서 보트를 이용해서 육지로 와서 식료품을 구해서 주로 부부가 자기들 배에서 간단한 요리를 하면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물론 돈이 좀 넉넉한 경우에는 좋고 편한 계류장에 보트를 정박하고 근처 좋은 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하는데, 이런 경우와는 경비가 많이 차이가 날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질문에도 자세한 대답을 주는 책을 이들이 추천해 줬는데 내가 이미 가지고 있으나, 아직 못 읽은 Beth A. Leonard의 The Votager's Handbook: Essential Guide to Bluewater Cruising (2nd ed., 2007) 이다.

 

그외에도 내 배의 엔진 마운팅과 관련하여 질문을 하다 보니 뉴질랜드는 다른 요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장거리 항해용 요트에 따로 규제사항을 두고 있다고 한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www.yachting.nz.org.nz 에 가셔서 Safety Regulation - category 1 을 보시면 된다.

구체적으로 내가 물은 엔진 마운팅에 배가 뒤집혔을 경우에 무거운 엔진이 콕핏으로 꺼꾸로 떨어져서 배가 깨지지 않도록 지지대의 마운팅 위에 볼트와 너트로 잘 잠겨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이들의 항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들의 블로그 http://www.yachtcharioteer.blogspot.com/  를 참조하기 바란다.

질문이 있으면 내 블로그에서 봤다고 말하고 물으면 친절한 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 오자마자 남편이 신체내에 돌/신장석?이 생겨 고생하더니, 목포로 가다가 매스트에 관련된 모터와 발전기가 고장나서 고생하고, 다시 약이 필요한데 못구하다가 세브란스에 가서 구하고 우리집에서 푹 쉬다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회복을 하고 내려가는 것 같다.

내가 봐도 혹 우리집에서 쉬지 못했으면 참 힘들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부인이 장기간의 항해에 지친 것 같았다.

 

이들은 한국이 일본보다 사람들이 더 개방적이고 좋은데, 해안과 섬 그리고 계류장과 항구에 대한 구체적인 영어로 된 정보가 없어서 외국 쿠루져들이 오기에 좀 어려워 한다고 안타깝다고 했다.

나같은 경우 내년에 쿠루징을 하기 위해 영어로 된 쿠루져들의 사이트에 블로그를 쓸 예정인데, 그럴 때 우리나라에 있는 동호회등의 우리나라 연안의 쿠루징 정보를 정리해서 영어로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원래 항해 계획은 지금쯤 알래스카로 가서 미국 서해안으로 내려가면서 뉴질랜드로 돌아가서 태평양을 다 돌아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부인 캐롤의 상태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 쉬다가 알래스카로 가는 시간도 놓치고 원 계획을 포기하고 일본을 거쳐서 뉴질랜드로 돌아가기로 계획을 변경한 것 같다.

부디 뉴질랜드로 돌아가는 길이 안전하고 편한 즐거운 항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