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수리!!!와 항해

5/2: 여수 항해여행 제3일-여수EXPO컵국제크루저요트대회

cool2848 2009. 5. 7. 08:47

 

오늘은 드디어 시합 제1일이고, 오전에 스키퍼모임이 있고 오후에 1시부터 3시까지 제1차레이스와 3시부터 5시까지 제2차레이스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다.

우리팀은 급조되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고, 보트도 레이서가 아닌 대양쿠루져이므로 우리는 뒤에서 쳐져서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오면서 열심히 쎄일트리밍을 실험하던 황선생을 제2차레이스의 조타수로 이배를 지난 3년여 가지고 있던 전선주를 제1차레이스의 조타수로 선정하고, 다른 선원들에게 조언은 되지만 일단 조타수가 명령하면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토를 달지말고 명령에 따르기를 부탁하였다.

나는 시합 두째날 3,4레이스에 조타를 하기로 게획하였다.

 

시합은 여수신항 근처에 커다란 화물선들이 많이 묘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조직위가 정한 오동도와 돌산 사이에 구석진 곳이었다.

노란 브이와 시합운영본부선이 스타트라인이고, 2키로미터 떨어진 두개의 노란브리가 게이트로서 사이를 빠져나가야 하고, 다시 스타트라인 쪽으로 돌아오면 노란브이로 표식된 제1마트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고, 다시 게이트로 가서 통과해서 스타트라인보다 좁아진 피니쉬라인을 90분 이내거나 첫배가 피니쉬라인을 들어선 30분 이내에 돌아와야 하는 경기이다.

이날은 스타트라인 쪽에서 남풍이 불어와서 풍하(바람을 등지고)로 갔다가 풍상(바람을 거슬러서)으로 올라와야 하는 시합이었다.

그러나, 두 산의 사이에 갇힌 구석진 곳으로 바람이 무풍지대와 회오리바람 지대로 교차되는 시합하기에는 아주 부적절한 곳이었다.

 

선원은 부산에서부터 같이 항해해온 나 포함 네명에다 여수에서 합류한 정선생과 예정에 없었으나 마지막 순간에 합류한 엄선생의 여섯명이었다.

 

제2차 레이스에서의 스타트라인 방향으로 바람을 거슬러 가는 장면.

 

이처럼 별 바람이 없어서 바람에 빗겨가면서 풍상으로 올라가다 보면.

 

갑자기 바람이 쎄지기 일수였다.

 

그래서 이렇게 이배에서는 거의 발생되지 않는 토레일이 물에 잠기도록 배가 기울어지는 경우도 생겼다.

물론 이배에 익숙하지 않은 당시 조타수의 미숙도 이런 힐링에 일조하였다.

 

사고#1:

제1차 레이스 때에 스타트라인을 조금 벗어나서 우리와 같은 곳에 정박하였던 부산에서 온 B호가 갑자기 진로방향에서 꺽어 진행하면서 직진하던 우리배의 후미를 들어받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배 좌현의 라이프라인을 받치는 스탠치온 여러개가 휘는 결과를 빚었다.

이 사고를 낸 B호 스키퍼는 레이스 후 우리배를 방문해서 전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다음날 자신들이 수리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사고#2:

우리 배는 시합 전날 여수신항에 도착해서 임시 폰툰이 모자라서 선원 중에 한명과 잘 아는 목포를 주항으로 하는 A호 옆에 배를 붙혀서 정박했다.

그러니 우리 선원들이 지상으로 갈 때는 이 배를 잡아당겨서 이 배의 갑판을 거쳐서 임시폰툰의 역할을 하는 바지선으로 올라가서 다시 지상으로 가야했다.

이 배의 선주인 홍선장은 마침 나와 나이도 같고 이 배를 작년에 일본에서 가져와 부인과 같이 목포에서 쿠루져 항해를 즐기는 호인풍의 사람이었다.

시합 당일에도 나를 반갑게 부르며 나중에 꼭 목포에 들리면 찾아 달라고 얘기하면서 내가 당시에 명함이 없다고 하자 자기 휴대폰에 내 전화와 이름을 입력해 달라고 하여 그렇게 하였다.

 

그런데 이분이 이날 두번째 레이스 때 시합 도중에 메인쎄일을 잡아주는 붐(boom)대가 회오리 바람에 방향이 바뀔 때에 머리를 맞고 바다로 떨어졌다고 들었다.

떨어질 당시에 의식이 있어 붐대에 묶어진 메인쉬트(main sheet)를 계속 잡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물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선원들이 대부분의 우리나라의 쎄일러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경우에 대비한 훈련과 경험이 부족하여 배를 멈추는 대신에 달리는 배에서 물에 빠진 선장을 당겨올리는데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다행히도 A호에 동승한 선원 중에는 의사로 한명 있고 인명구조훈련을 받은 사람도 있어서 (이런 것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 나았던 것처럼 보인다) 배에 올려진 선장은 기도도 뚫리고 의식도 회복했다고 한다.

항구로 돌아온 A호는 이어 119를 불렀으니 마침 119차가 다른 곳에서 긴급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관계로 사설119를 불러서 환자를 병원으로 보냈다고 한다.

내가 들은 바로는 이런 사설119차는 그냥 차와 운전기사만 있고 인명구조시설이 거의 없는 택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어쨋던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설119차 안에서 운명하였다고 들었다.

 

내 배를 댔던 바로 옆 배의 선주가, 나와 나이도 같고 바로 아침에 나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눴던 그 사람이, 오후에 같은 시합에 참여했다가 사고를 당하고 그대로 죽어간 것이다.

첫째는 이런 좁은 구역에 대회를 유치한 조직위가 잘못이라고 생각되면, 둘째는 사고에 대배해 인명구조차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조직위와 여유가 없는 여수시의 인프라가 잘못이지만.

무엇보다도 영순위의 잘못은 이런 사고에 대비해서 철저히 사고대비 교육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요트 교육과 면허제도에 있을 듯 하다.

혹시라도 제가 잘못 들어서 잘못 전달하는 점이 있거나 잘못 생각한 것이 있으면 가차없이 지적해주시기를 바란다.

 

우리배가 옆에 대서 접안했던 목포에서 온 고 홍선장님의 배 A호가 바지선과 우리 배 사이에 보인다.

또, A호 바로 뒤의 배가 시합 중 우리 배를 박은 부산의 B호이다.

 

 

시합결과:

어쨋던 우리는 32대가 참여한 레이스에서 제1차는 20위, 제2차는 22위로 94.5분을 마크해서 해서 1,2차 경기를 합계해서 21위를 했다.

어쨋던 레이서가 아닌 크루져로서 완주에 목표를 두고 시합에 참가한 최저 목표를 달성했다.

다음날의 3,4차 레이스는 우천과 이날의 사고로 취소되고 제1,2차 레이스의 결과를 토대로 시합의 결과를 내었다.

전체 1,2위는 두대가 참가한 일본 요트들의 차지였다.

그 중 하나인 <오하나2>호가 한번 우리배 옆을 지나가는 것을 보니 정말 잘 달렸다.

 

시합이 끝나고 나서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배를 뒤로 하여 한장.

좌부터: 전선주인 전**, 직장동료인 김**박사, 엄**총각, 나, 정**선생, 황**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