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블로그에서 아는 한분이 잠시 귀국했기에 또 다른 친한 한분과 함께 두 (여자)분을 만나서 같이 저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블로거들인지라 왜 블로그를 쓰는 지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각자마다 블로그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진 것 같았다.
그때 얘기하던 것을 조금 확장해서 기록해 본다.
처음에 나는 블로그를 가속적으로 빨리 지나가는 나의 생활의 스냅샷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이 어떻게 사나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한 것 같다.
이것이 맨 처음에 쓸 때는 지금처럼 확실하지가 않았던 것 같다.
즉, 일기로서의 의미가 크다.
아마도 그래서 "정리하고 반성하기 위한 기록"이라고 부제를 붙이고, 확실하지 않기에 "연습"이라는 말을 블로그 제목에 붙혔었나 보다.
물론 그러면 비공개로 쓰면 되지 왜 불편하게 공개적으로 쓰는 것 일까?
개인적인 주된 이유는 공개적으로 씀으로서 보다 의무감을 가지게 되고 기록을 남기는 관계들에 얽혀서 보다 지속적으로 쓰기를 바래서였다.
내가 이 블로그를 쓴지가 이미 일이년은 넘은 것 같으니 이런 일차적인 목적은 성공적인 것 같다.
내가 일기를 일년 넘어쓰기는 고등학교 이후 처음인 것 같으니 말이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을 때 뭔가 나의 마음을 쏟을 곳이 필요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를 괴롭히던 어떤 지속적인 사건으로부터 나를 도피하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그 일은 블로그를 쓰던 도중에 없어졌으니 이제는 더 이상 이 이유는 필요가 없게 된 것이지만, 나름 원래의 목적은 잘 만족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때는 지금은 더 이상 가지않는 익명의 글을 올리는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의 비슷한 상황을 읽고, 잠시 글도 올리고 반응도 들으면서 보냈었다.
쓰다보니 블로그는 자신만의 일기의 1차원적인 세계만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생활의 기록들과의 관계에 우리를 빠지게 한다.
대부분 블로거들은 시간을 자신의 블로그의 글을 올리는 시간만이 아니라, 친한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데에도 많이 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러다 보니 내가 사는 것과 생각하는 것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생각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생각하는 것들도 시간이 가면서 읽고 보고 반응하면서 이해하게 된다.
나가서 나와 그들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과거 사람들의 삶과 생각들도 듣게 되고 말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블로깅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을 보탠 나의 생각의 확장이 된다.
나아가서 과거 사람들의 생각과도 연장을 하게 된다.
즉, 단순한 나의 생각의 기록만이 아닌 사고의 시공적 제한을 넘어서는 확장이고 연장이 된다.
그래서 블로그의 친구들을 어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나면 이미 친한 친구들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성의 블로거를 처음 만나게 될 때 은근히 상대를 이성으로서의 기대감을 가지고 보게된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실망적이더라도 여전히 그와의 싸이버 세계에서의 만남은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만약, 그렇게 않다면 그 블로그와의 과거 관계 자체가 낭비적이었을 확률이 크다.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인터넷을 통해 이성의 친구를 찾기에는 블로그는 그리 적절하지도 않고, 효율적인 도구도 아니라는 것이다.
어렸던 중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오래된 정기적인 모임에서 한달에 한두번 저녁을 먹고 술도 가끔 마시고 하지만 이들과의 대화라는 것이 별거 없다.
아마도 다른 내 나이 또래의 남자들의 관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요즘과 같이 정치 얘기가 핫토픽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자 얘기를 주축을 이루는 가씹이나 우수개 소리가 대부분이다.
이런 말을 했더니, 얘기하던 블로거 한분은 아직도 여자 얘기를 하냐고 약간 놀라더군요.^^
그러면 과연 내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내가 만난 블로거들보다 깊이가 없는 인간들인가?가 궁금해졌습니다.
제 추측은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들과는 이런 얘기를 지난 수십년간 않해봤으니 알 길이 없습니다.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아직 활동하는 중노년기(?)의 몇명의 남자들이 한달에 한번 만나서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 나누는 얘기라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반면에 블로그 세계에서는 다양한 세계와 깊이의 블로그들이 존재하고, 각자의 입맛에 맞게 서로 어울리고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다 보면 블로깅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나아가 블로거 간의 관계를 통해서 그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연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해서 이제 저는 제 친구들도 블로그를 쓰도록 권유하고 싶습니다.
그리되면 저는 저의 오래된 친구들의 내면의 세계와 깊이있는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블로깅은 어느/상당한 정도의 시간을 할애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어떤 깊이있는 생각의 정리와 교류가 나름의 노력과 시간의 소모가 없이 생길 수 있겠습니까?
아쉽게도 저와 저의 어머니와의 블로그 교류는 일방적인 교류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러라기 때문에 저의 어머니은 여기에 기록된 저의 생활과 생각은 어느 정도 이해하십니다만,
(저의 어머님은 블로그를 쓰지를 않기 때문에) 저는 저의 어머님의 생각과 생활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실제로 저의 일생 제일 (어프라인에서) 함께 관계를 맺어온 사람이게에 블로그가 없이도 서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 하겠습니다.
블로그에 경험이나 생각을 쓸 때 자신의 일기에서 흔히 쓰는 비밀스러운 일이나 내면의 생각은 쓰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대로 그런 경우는 비공개로 글을 쓸 수가 있음으로 이런 제약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또, 중간 정도의 비밀스러운 글은 서로 <통하기>를 하는 사이에서만 공개할 수거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제 널리 보급된 디지탈 카메라로 인하여 사진을 쉽게 블로그에 올림으로서,
단순한 문자의 기록만이 아니라 시각적 기록도 쉽게 기록하고 나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적 기록은 우리의 과거를 쉽게 연상케 해주는 아주 강력한 생각과 재생의 수단이 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사진을 다시 올리다 보면, 그 사진들에 따라 기억이 재현되고 글이 흘러감을 알게 됩니다.
즉, 사진이 과거 사건의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여기다 음악이나 음향적이거나 음성언어적인 자료를 같이 올리거나 독립적으로 재현하게도 합니다.
많은 블로거들에게 블로그는 거의 음악적인 세계입니다.
즉, 문자적이기 보다도 음악적인 측면에서의 싸이버 세계에서의 자아 확장이 됩니다.
정리해 보면,
블로깅은 멀티미디어적인 매체를 통한 자아의 내외적인 기록을 기반으로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불특정 다수인 타인들과의 쌍방적이거나 일방적인 싸이버적인 관계를 통해 시간을 축으로 자라가는 자아의 확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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