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음식점

후배인 골프 사부의 서울 방문과 그래머시키친

cool2848 2007. 1. 26. 09:59

 

 

며칠 전에는 미국 뉴저지에서 사는 후배가 서울에 나왔다고 전화가 왔다.

학교 클럽 후배인 이 친구는 미국에서 원래 전공과 다른 골프 티칭프로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무지 오랫만에 미국에서 만났을 때 얘기하다 보니 골프 코치를 하고 있다고 해서 당시 밥하기 전에 필드에 나가 가끔 골프를 쳤기 때문에 나의 골프 폼 교정을 위해 몇번 뉴저지의 연습장을 찾아갔다.

그래서 내 골프 스윙의 (골프는 스윙만이 아니지만, 역시 가장 기본이 되는 스윙에 내가 연습 부족으로 약하기 때문에) 폼을 몇번 교정받았다.

 

내가 레슨비를 주려고 하니 대신 성경을 읽으라고 하며 오히려 매번 점심이나 저녁을 사주었다.

그래서 잘 배우고, 잘 먹고, 잘 읽었다.

이렇게 몇번 만나고 나서 오기 전에 한번 정도 후배의 친구이자 화가들인 다른 후배와 남편과 같이 둘째 딸의 문제도 의논할 겸 만나고 나서 왔었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그래서 23일 만나기로 했다.

점심과 오후에는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기에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워낙 서울에서 잘 먹었다고 해서 근교로 가서 굴구이나 대하소금구이 같은 것을 먹으려고 했더니, 같이 있던 친구들이 반대해서 강남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성수대교 건너 200여 메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그래머시키친.

니가 잘못 알아들으니까 그냥 홍콩샹하이 은행 바로 다음이고, 삼원가든 가기 전인데 <달과 6펜스>라는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밤에 봤더니 6층정도의 건물이 매우 인상적으로 생겼다.

 

아래에 위치와 조선호텔의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가져왓다.

 

 

5시반 쯤인가 들어갔다.

건물입구에 발레파킹을 한다.

 

들어갔더니 텅빈 레스토랑에 후배와 친구들인 아줌마 둘이 있다.

 

 

 

 

역시 조선호텔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실내 1층 모양이다.

찾아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내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한다.

맨 아래에 보이는 첫 테이블만 예약이 안되어 있다고 해서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내 대답: 한 테이블만 남았다고 하면, 빨리 차지하게 되잖아요.^^

사실 위의 답은 어떤 영화극장에 여러번 인터넷 예약하면서 알게된 지혜(?)였지만.

 

어쨋던 매우 팬시한 곳이다.

분위기 좋고 고급스럽고.

그런데 왜 우리만?

여긴 저녁 6시에 레스토랑을 여는데, 우리가 너무 일찍 와버린 거다.

 

어쨋던 그럼 식사주문 시간을 기다리며 와인을 한 잔하자고 내가 제안해서 와인리스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가져왔다.

봤다.

 

헉.

제일 싼 불란서 와인이 팔만오천원인가 한다.

다른 건 10만원 넘는 게 보통.

게다가 부가가치세 10%도 따로 받는다고 아래에 써있다.

 

좀 쇼크 받아서 (내가 산다고 했고, 와인리스트 시킨 사람도 나라서...ㅎ) 칠레 와인은 안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리스트를 펴면 나오더군...

그런데 칠레 와인도 만만한 게 없네.

내가 다녀본 레스토랑 중 단연 제일 싼 와인 (사실 이게 제일 대부분의 우리에게 관심이 있는 것 아니겠냐?)이 제일 비싼 곳이다!

그래서 제일 싼 2002년 산인가 하는 불란서 피노(pinot)를 한병 시켰다.

아직 식사를 주문 안했기에 너무 진한 맛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맛보라고 해서 맛보니 가볍고 아주 좋다.

최근 맛본 와인 중에서도 단연 좋은 측이다.

참고로 지난 연말에 칠레 대사 집에서 먹어본 칠레 와인은 값은 모르지만, (당연히) 매우 좋았었다.

다를 커다란 잔에 조금씩 흘려준 와인색의 액체를 바라보고 잔을 쳐들고 쨍.

아줌마들도 대단히 만족스럽게 맛을 본다.

Good!

치즈라도 시킬까 했더니 역시 아줌마들이라 나중에 식사하면 된다고 생활인답게 (고맙게도) 사양.

 

식사는 좀 늦더라도 빵은 좀 일찍 구워달라고 요청했고, 친절하게 빵을 그럼 일찍 구워오겠다고 한다.

아직 물도 안줬네.

물도 요청.

너무 일찍 와서리...

 

즐겁게 마시면서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빵이 왔고, 다양한 빵이 다들 금방 구워서인지 맛있다.

빵바께쓰 하나 더요!

6시가 조금 지나자 한두 커플씩 그룹씩 사람들이 들어온다.

우리는 제일 일찍 온 그룹답게 식사도 일찍 시키고.

애피타이져를 가제해물샐러드와 프라이드 칼라마리를 시켰고, 오징어먹물레조토를 하나, 피자 하나, 그리고 메인을 하나만 나더러 시키라고 해서 스테이크를 시켰다.

 

오징어튀김은 양도 어느 정도 괜찮고 맛있었다.

가제해물샐러드는 조그만 가제도 있었지만, 양이 무지 작네...

근데 작은만큼 맛있네...

피자가 기름에 튀긴 것처럼 되어 맛은 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다.

특히 위에 가볍게 뿌린 얇게 자른 파가 아주 좋은 향과 모양이 났다.

그래도 나는 토마도 통채로 보이는 두꺼운 팬피자의 흘리면서 먹는 피자가 좋아.

그런데 아줌마들은 역시 이렇게 얇고 맛 위주의 피자가 좋은 것 같다...

 

어어 레조토 두개 (메인 요리에는 레조토가 딸려 나옴)도 무지 작은 그릇에...ㅎㅎ

스테이크는 감자랑 감자 샐러드와 같이 나왔는데, 나보러 잘르라고 해서 내가 자르는 영광을.

미디엄으로 주문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빠알간 분홍색의 잘 구워진 최적의 미디엄으로 나왔다.

고기가 썰기만 해봐도 아주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스테이크를 먹어보니 아주 좋다.

굳!

다들 만족한다.

이 레스토랑 이제 보니 보통 레스토랑이 아닌 듯 하다.

와인이며, 서빙이며, 빵이며, 음식들이며, 쿠킹이며.

일류다.

역시 이래서 강남이야!!!

(나는 참고로 강북에 산다.)

 

빵 하나 더.

이래 저래 얘기하다보니 정말 사람들이 꽉 찼다.

우리가 않은 자리 하나만 예약이 안됬다고 하더니 거짓말이 아니었다.

우리가 오히려 당일 바로 전에 운이 좋게 테이블을 구한 상황이다.

 

후배가 보통 이렇게 오래 마시고 먹으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데, 이 레스토랑은 분위기가 좋아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분위기에 대한 칭찬.

 

그래도 먹을 것 다 먹고, 남은 빵까지 싸달라고 해서 가지고 나와서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종이가방이 조선호텔로 되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여기가 지금 찾아보니 조선호텔에서 하는 곳이네) 후배랑 같이 온 아줌마 중 한명의 친구부부가 재즈카페 <야누스>가 재정적으로 힘들 때 동호회에서 돈을 냈다고 하기에 내 제안으로 같이 야누스로 향했다.

가서 다들 술을 안하고, 나만 블랙러시안 한잔.

과일 안주로 박성연씨와 밴드, 그리고 젊은 재즈싱어 아가씨의 노래를 즐겁게 들었다.

 

후배에게 신세을 갚은 것 같아 즐거웠다.

후배와 친구들도 다 즐거운 시간을 나눴다.

후배는 떠날 때까지 내가 진리의 길을 못찾는 것에 (기독교) 안타깝다고...ㅎㅎ

하여튼 관심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