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2017. 3. 28: 비엔티엔에서 만난 여행생활자 부부

cool2848 2017. 3. 31. 06:56


라오스 비엔티엔 시내 강둑에서 본 메콩강 석양.


같은 위치의 구멍가게. 


맥주와 전형적인 라오스음식, 삼겹살구이와 야채, 그리고 땀막홍? (아르켜 주셨는데 잊어버렸슴).

 

라오스에서의 8/9일간 여행은 즐거웠다.

여행 초반 동행자의 작은 사고로 약간 분위기가 가라 앉기도 했었다.

아직 서울에서 있어 여행기록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

 

라사모(라오스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인터넷카페를 통해 여행정보를 구하던 중 도움을 받게된 분이었는데 동남아에서 장기간 바이크투어를 한 글들을 카페에 올린 분이다.

여행의 마지막 귀국날 혹시나 해서 연락했더니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해서 저녁약속을 했다.

 

비엔티엔 시내 메콩강둑 서편에 있는 작은 간판도 없는 구멍가게였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따가운 오후 햇볕을 피해 마침 강둑 바로 아래에 있는 제트스키 대여장소겸 선상카페에서 갈증을 해소하며 건기의 강가 풍광을 즐기며 기다렸다.

 

약속시각인 5시가 거의 됐을 무렵 선상카페로 내려오는 강둑 언덕 중간에서 왠 한국말이 들렸다.

왠 여인?

만날 사람은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사람이냐고 (한국말로) 묻기에 부근에서 만날 약속을 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강둑 더 위에는 남자가 있다.

둘과 인사를 나누고 강둑 중간에서 내려와 같은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앉고 보니 중년 나이의 듬직한 체구의 쓸데없는 말은 않하는 듯한 남성과 훤칠한 미모의 활달한 여인네다.

약속장소에 아직 파라솔? 야외 탁자가 마련 전이고 선상카페에 외국손님이 있는 것 같아 우리라고 짐작하고 내려왔다고.

몇마디 후 여기서 뭐하시냐고 나름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행중이라고 했다.

오래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내 선입견에 잘 이해가 않됐다.

 

그래서 더 물어보니 십몇년 전에 인도에서 살면서 애들 교육에 힘썼고, 이후 비엔티엔에 와서 애들 고등학교 과정에 삼년여를 썼고, 이런 중에도 애들 방학 때는 애들과 지역과 근처에 여행을 했다고 한다.

(이러다가 강둑 위 원 약속장소인 초저녁 석양이 풍요로운 구멍가게의 야외탁자로 장소를 옮겼다.)

이제 애들 셋이 모두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어 부모의 할 일을 기본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생각해서 두분이 그간 애들 때문에 이곳에 살던 주거지와 살림도 처분하고 나눠주고, 여행자에게서 구입한 150씨씨 중고 바이크에 옷가지와 밥솥 등을 싣고 둘이 특별한 주거지가 없이 여행을 다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Nomad!

Nomadic lifestyle이 마음에 떠올랐고,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농경문화의 특징인 주거지와 경작지 위주의 거주 생활문화가 아니라, 먹을 사냥감을 따라 아니면 방목하는 가축들의 식량이 풍부한 곳으로 여기저기를 떠도는 이주?형 생활.

나는 21세기에 외국에 여행와서 이렇게 세상을 여유롭게?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들과 얘기 중인 것이다.

Wowow!

얼마나 행복하게 느껴지는 자유로운 그리고 가볍게 살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인지.

 

내가 60이 넘어서야 주변을 정리하려고 생각만 하고 내 영혼을 찾아보려고 다시 생각만 하는데, 이들은 이미 생각했고 결정했고 결단했고 그렇게 생각대로 살고 있었다.

아주 부드럽고 느리게 타는 바이크 여행자들이지만, 그 꾸준함과 한결같음에는 아무리 빨리 타는 스포츠바이크 라이더도 따라갈 수 없는 mileage (누적거리)를 발밑에 깔고 내공깊은 복식호흡의 진중함과 소탈한 열린 마음으로 주변 자연과 주위 사람들과 교감하는 느린 삶을 살아가는 여행생활자들이었다.

 

내가 여기서 이렇게 이들을 만나고 소통한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만남에 감사드립니다.^^

나에게 당신들이 즐거움이었던 것처럼 당신들도 즐거웠기를, 그리고 언젠가 또 만나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