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KOICA생활 2015~6

2016. 8. 11: Good Bye, Vietnam!

cool2848 2016. 8. 11. 11:03


조금 후에 택시가 오기로 했다.

이제 짐은 다 챙겨놓았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음에 들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인생사 짐꾸리는 것만 중요하더냐.

더 잘 꾸리는 대신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고 잘 쉬면 그것도 한가지 방법이 아니겠나.


지난 한해 베트남은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줬다.

그게 다 뭔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줬는 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이 뭔지, 좋아한다는 것이 뭔지를 알려준 것 같다.


얼마 전 지인이 나에게 페북에 자신이 이 세상 어떤 곳에 가는데 "우리 둘 다 후진국에 있군요." 같은 어조의 말을 했다.

나는 이말에 댓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 격하게 반응했다.

"후진국"이라니?

이 말은 일반적으로 평가를 하더래도 "politically correct" 하지 못하다.

그런데 이 말이 그의 말대로 후진국에서 후진국을 위해 일생 일하는 전문가의 인식을 나타낸 것이라면, 

나는 감히 이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선한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인식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이분을 포함해서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파라다임이 기본적으로 세상의 구성부분들이 "totally ordered set" (TOS라고 부르자)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 것 같다.

TOS란 그 집합에 속하는 구성요소들이 어떤 특정한 기준으로 측정하면 순위를 정할 수 있을 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다.

제일 대표적인 이런 집합이 정수의 집합이다: 100점이 99점보다 좋고, 0점이 1점보다 나쁘다. 

(순위를 좋다, 나쁘다의 척도로 구별한다면)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모든 결과는 점수로 나타내기를 원하는 것이다, 결과물을 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서 선택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대내에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이런 현상은 아마도 우리나라가 현대에 와서 극도의 경쟁위주의 사회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훈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최근의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는 이런 TOS식의 순위매기기를 지나서 모든 것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진짜 "디지탈시대"의 끝판이 아닌가?

아니, 이건 "디지탈"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단세포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단세포들이 기분나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베트남에 오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이란, 베트남전쟁, 테레비로 본 농촌에 노총가에게 시집와서 어려운 베트남신부의 생활상, 어선에서 일하는 베트남 총각들 정도였다.

물론 오기 직전에 몇개의 책을 통해서 좀 더 듣기는 했지만, 대체로 위의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지난 일년간 만난 베트남과 베트남인은 나의 선입견과 많이 달랐다.

현재까지는 이것이 제가 확실하게 알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