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
아마 이게 고향이란건지?
비집게 조그만 집에서 애들 밥해야 하는 고민과 싸우던 두달여가 지나고 이제 돌아와 보니 한국은 왜 이렇게 살기가 좋은지.
오자마자 저녁에 청진동에 가서 해장국을 한탕 먹고 오니 배가 시원하다.
다음 날부터 이틀 용평에서 모임이 있지만, 몸두 안 좋아 빼먹구.
(미리 대타를 마련하긴 했지만, 흠~ 이러다 짤리는 거 아냐?)
감기가 아직도 완전히 가버리지 않았지만, 온 다음 날부터 수목금 삼일 간 계속 오후에 테니스를 쳤더니 온 몸이 쑤셔댄다.
어깨두 팔 뒤쪽두 다리두 다 쑤신다.
오랫만에 보는 도둑고양이들 아직도 보여 아침 저녁 밥주고.
이놈들 아직도 나를 경계하지만, 그래도 기대감을 보이며 나를 본다..ㅎㅎ
안사람이 밥을 잘 안준듯 떠날 때 사논 사료 두포대 중 한포대는 아직 뜯지도 않았네.
빠테리 뜯어놓은 차와 오토바이, 스쿠터 다시 연결하고 시계들 조정하고.
스쿠터는 뒤바쿠 바람이 자꾸 나가 뒷 휠을 교환하고...
부모님 차 오랫만에 세차해주고.
마당의 날리는 휴지 줏고, 앞 차고에 붙혀진 광고지를 뜯어내고.
밀린 빨래두 좀 해주고.
이제 집안 일은 좀 정리됐네.
하루는 운동이 끝난 후 여러사람들과 왕소금구이 집에서 오랜만에 잘 얻어먹고,
다음날은 몇사람이 우럭집에서 내기해서 얻어먹고.
금요일은 오전에 회의 마치고, 점심은 미리 연락한 새 직장 구한 제자와 내가 좋아하는 이태리 식당에서 비싼 도미요리 얻어먹구.
토요일은 힘들어 쉬면서 안사람과 오랫만에 저녁약속해서 삼청동 수제비를 먹어주고 좋아하는 감자전 대신 오랫만에 녹두전두 먹어보구.
일요일은 출장가는 안사람 공항에 데려다 주고 와서 좀 쉬다가 저녁에 잠간 사람 만나서 문제들 의논하고 와서 약먹고 푹 쉬고.
월요일은 회의에 온 제자 데리구 얼큰하게 끓인 복어매운탕 사준 후 살아가는 애기두 듣고, 얼얼한 배 웅켜잡고 부천에 단식모임에 가서 5전 전패를 기록했네요.
그래두 즐거웠던 단식 게임들.
왜들 이렇게 잘들 치는지, 다들 왜 이리 반가운지.
역시 싱글 전국랭커다운 공의 좋은오후님, 막 껴안아 주면서 빵먹이는 경기이사 테니스보이님, 그 전날 결승까지 가서 6시합했다며 나보러 나왔다는 반가운 비호님, 새로 나오신 성격이 싱글에 맞지만 10년 동안 싱글 못쳐 봤다면서 잘치시는 비탈님, 팡팡 뛰는 활달한 여학생같은 얼굴과 마음의 탑스핀쟁이 승민님.
다음에는 전패는 면해야지....
끝나고 늦게 찾아간 부페식 식당에서의 맛나는 3900원 짜리 오모가리찌게.
맥주에 커피까지 챙겨 마시고 집으로 오니 11시반.
집에 와서 몸무게 재어보니 겨울 사이 3킬로반이 늘었고...
화요일은 일 좀 하고.
3월1일은 눈 때문에 소속 클럽에서 못 치는 아침부터 걸려온 또 다른 클럽 사람들의 요청으로 11시부터 세팀이 돌아가며 시합하고, 부부팀의 제공으로 늦은 점심 추어탕과 동동주로 얻어먹구.
햐~ 정말 내가 생각해두 너무 얻어먹는다...
오후에 나온 전국구 외부 멤버들 시합두 좀 구경하고 (아마 전국 2~3위 여자분, 아마 전국 1~2위 남자분과 다른 상위 랭커들).
너무 잘쳐서 같이 치자는 말두 못하겠네...
내가 초청한 사람들 일단 가고, 우리 클럽 사람들과 저녁 내기 시합.
아이구 그냥 한건 대개 이겼는데, 내기한건 두번 다 졌네.
그래서 아구집 가서 보리비빔밤 한상 쏘구.
한주 내내 얻어먹다 겨우 한번 사보네..ㅎㅎ
그 사이에 안사람은 귀국했다, 다시 출국하고.
애들은 잘 있다고 이메일 오고.
할 일들은 쌓여가고.
그래두 즐거운 하루하루.
여기는 내 고향.
싸늘한 날씨에 아직도 오는 눈.
그래두 따뜻한 집과 다가오는 봄.
좋아하는 운동과 먹거리들과 아는 이들, 좋은 음악.
행복한 공간과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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