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목의 영화가 대체로 리뷰는 않좋았지만 나에게는 아주 좋았다.
그래서 며칠 전 안사람이 방문하면서 다 읽었다고 놓고간 책을 다른 할 일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다.
책은 평판대로 역시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전반부에 주인공 사유리가 어릴 때를 기억하는 장면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그때는 몰랐지만…” 하면서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이 나는 마음에 안 든다.
그 때 몰랐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이지 어떻게 그런 장면이 나중에 안 지식으로 분석해서 보게 되는가 말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에서 화려한 기모노에 자세한 풍경이 그려져 있어도 관객인 내가 안목이 없으니 모르고 지나간 점들이 나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생각된다.
좋은 영화들은 그래서 보면 볼수록 더 보게(알게) 되는 것 같다.
이 영화도 그런 좋은 영화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영화의 내용에 대해 아는 게 많아져서 영화가 더 잘 보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영화를 먼저 본 것이 나는 좋았다고 생각이 된다.
모르는 것이 많은 상태에서 흐릿하게 전체 흐름을 봤고, 이제 책을 보고 자세하게 알았으니, 다시 영화를 보면 전체와 부분이 더욱 조화를 이루고 잘 보일 듯 하다.
그래도 역시 책은 영화처럼 시간의 흐름에 거의 관계없이 부분들을 하나 하나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강력한 점인 것 같다.
몇 개 기억 나는 문장들 (영화에 대해선 이렇게 얘기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선배 게이샤 마메하가 선택에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조언하면서:
“We don’t become geisha because we want our lives to be happy; we become geisha because we have no choice.”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게이샤가 된 것이 아니라, 우리는 선택이 없기 때문에 게이샤가 됐다.)
전쟁 중의 어려움 초기에 라이하라는 게이샤의 얘기:
“Nothing is as bleak as the future except the past.”
(과거를 제외하면 미래처럼 가망이 없는 건 없다.)
일본 제국 해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야마모토 제독의 승리의 비결에 대한 얘기 (진짜 실존의 제독이 이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나):
“I never seek to defeat the man I am fighting.
I seek to defeat his confidence.
A mind troubled by doubt cannot focus on the course to victory.
Two man are equals—true equals—only when they both have equal confidence.”
(나는 나와 싸우는 사람을 쳐부시려고 하지를 않는다; 그의 자신감을 꺽으려고 궁리한다.
자신이 없는 마음은 승리로 가는 과정에 포커스하지 못한다.
두 사람은 그들이 같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때만 진정한 의미에서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노부가 사유리와 기약 없이 전쟁 중에 헤어지는 장면에서:
“I don’t know when we will see each other again or what the world will be like when we do….
But I will think of you every time I need to be reminded that there is beauty and goodness in the world.”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지, 아니면 만나게 될 때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 아름다움과 선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할 것이다.)
40년 후에 주인공 사유리가 과거를 회고하면서:
“Since the day I’d left Yoroido, I’d done nothing but worry that every turn of life’s wheel would bring yet another obstacle into my path; and of course, it was the worrying and the struggle that had always made life so vividly real to me.”
(내가 고향인 요로이도를 떠난 후 나는 언제나 내 생의 모퉁이마다 어떤 장애가 나타날까를 걱정하기만 했다.
그러나, 나의 삶이 이렇게 생생하게 된 것도 그런 걱정과 고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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