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KOICA생활 2015~6

2015. 8. 23(일): 혼미한 나날들

cool2848 2015. 8. 23. 22:18

 

방금 저녁식사에서 돌아왔다.
낮에 지쳐서 시내에서 돌아와서 자다 보니 저녁이 다가 오고 숙소 근처에서 먹고 싶지는 않아서 조금 고민하다가 마을버스를 타고 고속도로 입구까지 나가서 거기서 맞은 편에 위치한 큰 마을인 Thu Duc 쪽으로 이 근처에 있다는 한식당을 찾아볼까 희망하면서 걸었다.

참 제가 이 얘기했나요?
여기는, 적어도 대도시 도심에서 가까운, 고속도로 양편으로 시내버스 정류소도 있는데, 건너갈 수가 없게 되어 있네요.
다른 사람들이 어쩌나 봤더니, 건널목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곳을 그냥 눈치봐서 건너는 것이예요.
그런데 이 고속도로가 매우 넓어요.
편도 3차선이고, 그 바깥으로 다시 오토바이 전용차선이 2차선.
그러니, 10차선 정도를 건너야 하는 겁니다.
제가 요즘 정신이 혼미해서 사진도 못 찍었지만, 이거 보통일이 아닙니다.
저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한 1km 정도 아래에 차 신호등이 있는 곳으로 가서 건너려고 했는데, 문제는 여기에도 도보 건널목이 없이 그냥 차들이 U턴을 하게 되어 있네요.
사람 건너는 보도 표시도 없고, 걷기 신호는 물론 없습니다.

건너는 것 자체가 불법인 체제입니다.


어쨋던 마구는 아니지만, 동료가 오토바이로 구경시켜주면서 근처에서 500메터 정도만 가면 한국식당이 있다고 해서 일방통행로를 꺼꾸로 가는데 어떤 오토바이 아줌마가 <공안>/(경찰)이 있다고 경고해줘서 막상 보지는 못한 곳입니다만, 가는데 조명도 없는 어두컴컴한 고속도로 옆 편도(차)도를 가도 가도 한국식당은 보이지 않는겁니다.
힘들고 땀나지만, 그래도 낮잠도 푹 잤겠다 운동삼아 계속 걷다가 한국식당 찾기는 포기하고 시내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좀 헤메다가 보니 마침 동료가 소개해줘서 국수를 먹었던 깨끗한 국수집이 눈에 띱니다.
가서 잘 모르겠으나, Pho **를 먹는 집이라서 그냥 맨 위에 위치한 Tai를 골라서 Pho Tai를 시켰습니다.
24시간하는 집인데, 주인도 인상이 아주 좋고, 음식도 깨끗합니다.
맛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제가 베트남에 와서 먹은 음식들은 거의 다 맛있었습니다.
아직 충분히 모르니까 확실하게 말할 수는 아직 없습니다만, 저는 한국음식보다 여기 음식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덜 자극적이고, 고기와 탄수화물, 선선한 채소 등의 균형이 좋은 것 같아요.

다양한 신선한 재료와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을 것도 다양한 것 같아요. 
어쨋던 잘 먹고 걷다가 택시타고 집, 아직 집같은 느낌은 없고 정확히는 숙소, (으)로 돌아왔습니다.

쓰다 보니 옆으로 샛는데, 사실 오늘 글을 쓰려고 했던 일은 전혀 다른 겁니다.

어젯밤 좀 늦게 자고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름 부지럼을 떨면서 샤워와 이빨을 닦고 긴바지를 입고 (적어도 이학교는 학생도 교직원도 다 긴바지를 입어야 하네요.^^ 첫날 평소처럼 짧은 바지 입고 어슬렁거리며 학교로 들어가다가 수위에게 쫒겨날 뻔 했슴.) 가방에 노크북과 여권, 서류들을 챙긴 후에 기숙사문을 나서서 바로 옆에 위치한 학교로 향했습니다.
햇살은 뜨겁습니다.

햇살은 하얍니다.

여기 열대지방 맞습니다.

아침 일찍인데도 밝아서 정신이 없습니다.

다행히 배는 고파서 길가에 쭈구리고 앉아서 쌀국수를 먹습니다.

옆에 있는 얼음들어간 차가 있는 큰 마호병에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매우 비위생적으로 이사람 저사람이 뚜꺼을 열고 쓰던 컵으로 물을 떠먹는 제도입니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본 소식:

"호치민시에 나돌고 있는 얼음의 54.5%가 위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실이 동시 식품 안전 위생 지국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지국이 제빙 공장 22곳을 대상으로 불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 공장의 54.5% 12군데서 염소 외에

대장균, 대장 균군, 분변성 연쇄상 구균, 녹농균 등 장 질환이나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 감염이 확인됐다." )

학교정문을 들어가기 전에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Caphe (Den) Da를 시켜 먹습니다.

 

저는 커피도 여기 베트남 커피가 좋습니다.

싸면서도 진하고 달고 향이 좋아요.

여기같은 커피는 달아서, 설탕을 많이 넣으시면서 블랙으로 먹는 제 앞에서 마치 커피를 좋아하면서도 맛을 몰라서 맛을 아는 아들에게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을 보이시는 젊잖고 착하신 우리 엄마도 좋아하실 듯 합니다.^^

여기 인스탄트 커피를 한박스 보내드려야겠네요.

 

어쨋던 학과사무실에 들어가니,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가 싶었는데 항상 소파에서 딩구는 젊은 교수의 아들내미가 벌써 거기서 게임기를 가지고 게임을 합니다.

저는 의젓하게 노트북을 끄내고 좀 일하는 흉내를 냅니다.

누군가 들어와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면서...

(아직은 제가 여기 사람들에게 눈도장 찍는 모드입니다.^^)

한시간여 카톡이랑 하다가 아이 아버지가 들어와서 좀 얘기하려고 노력하다가 나왔습니다.

 

오전 10시 30분: 학교를 나와서 마을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로 갑니다.

거기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가 버스센터에서 내립니다.

택시를 타고 공증사무소로 향합니다.

오후 2시에 오라고 했지만, 혹시나 오전에 공증된 면허서류를 찾으면 영사관으로 좀 더 빨리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택시에서 내리니 아직 오전 중인데, 시인민위원회 건물은 컽대문부터 잠겨 있네요.

이사람들이 점심식사를 일찍 나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건물 자체를 11시반도 안됐는데 잠근다는 건 좀 이상하네요.

 

할 수 없어 맞은 편에 있는 다이아몬드 플라자에 식당가에 가서 좀 이른 점심식사를 하면서 서류도 준비하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좀 일하다가 가계부를 쓰다보니 무언가가 이상합니다.

날짜가 조금 이상합니다.

헉!

가만히 보니 오늘이 내가 생각한 월요일이 아닌 그 전날인 일요일인 겁니다.

 

어제는 토요일에 오전에만 일하는 것 같아서 급하게 집에서 나와서 시내에 교통국에 가서 신청서 교부받고 막상 서류칸을 채우려니 여권도 없고 준비해둔 달러도 없이 그냥 집에서 시내까지 왔네요.

허탈하게 그래서 집으로 올 수뿐이 없었지요.

물론 그래서 중간에 집에 오면서 마음에 들만한 그 전날 위성사진으로 발견한 거처를 방문하고 정보를 얻을 수는 있었습니다만...

어쨋던 급하게 가느라고 필요한 것들을 빼먹고 간 것이죠.

 

그런데 자면서도 여권과 달러준비, 신청서 등을 생각하다 보니 오늘은 일요일인데 개폼을 잡고 학교에 일찍 가서 아무도 없는데서 공부하는 척을 하고 이거 저거 준비 잘 해가지고 내일 월요일 오후에 가야할 관공서를 일요일에 오전에 그것도 택시까지 타고 간 겁니다.

 

제가 요즘 이렇습니다.

정신이 혼미합니다.

뭐 하나 깔끔하게 하는 것이 없네요.

뭔가 하려고는 하는 데, 빈 데가 많아요.

좀 더 천천히 쉬면서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친구가 (요즘 제가? 아니면 우리 나이에?)

"정신상태와 육체는 이미 헤어져서 따로따로 놀고있으니, 매사 느리고 천천히 액션해라~" 라고 며칠 전에 여기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정말 핵심을 찔러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