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

희문음악학원 글복사: 암보를 잘 하는 방법

cool2848 2014. 10. 19. 11:43
오디션을 위해 앉아 있는 학생의 손이 건반 위로 올라간다. 보면대는 뉘어져 있다. 제시된 조건은 암보 연주다. 만약 악보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순간 곡이 멈춰지고 등골이 땀으로 젖어버릴 일이다. 당황한 연주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콩쿨, 입시, 시험은 물론 평상시 연습에 이르기까지 연주자들을 괴롭히는 골치덩이 중 하나가 바로 암보의 문제다. 올해 제시된 각 대학의 입시 과제곡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대학이 암보로 연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험생에게는 가뜩이나 걱정되는 입시에 부담감만 하나 가중된 격이다. 또 암기했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잊어버릴지 모르는 불안감은 또 하나의 걱정거리로 작용한다.
암보에 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다. 그러나 하나의 작품을 확실히 암보하고, 악보를 떠나 자유로이 연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악보에 매달리지 않고 표현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암보 무용론자들의 의견은 암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템포나 멜로디 등 기본적인 사항을 망각하게 되고, 그러한 오류가 자칫 고정되어 버리기 쉽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때로 악보를 확인해가며 연습한다면 이러한 문제점이 그리 심각하게 작용할 염려는 없다. 비록 그들의 주장처럼 암보 무용론이 더 효과적이라 해도 입시나 유학, 오디션의 규정에 암보라는 조항이 있고, 외워서 연주하는 리사이틀의 관례가 사라지기 전까지 암보의 과제는 영원할 것이다.
지금까지 암보에 관해 연주자들이 내놓은 방법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많은 방법 중 왕도는 없고 다만 개인차만 있을 뿐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첩경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 번에 한 마디씩'이라는 방법은 그야말로 소모전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연주하다 막히면 악보를 다시 뒤적이는 방법은 전체에 대한 인식을 놓쳐버릴 수 있다. 기껏 암기한 작품이 통일성이 결여된 짜집기가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자신에게 적합하되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이제 자신의 암보법을 정형화하기 위한 몇 가지 실례를 제공한다.
그 첫 번째 방법으로 손가락 연상법이 있다. 이는 연습을 통해 숙달된 손가락의 이동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암기의 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암기에 응용할 수 있는 테크닉 정도로 사용하면 좋다. 즉, 연주가 막힌 순간 즉시 악보를 보지말고 기억해내는 응용법이다. 연습에는 반드시 손가락의 움직임이 수반된다. 익숙해진 손가락의 움직임은 연주자가 눈으로 하나하나의 음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연주할 수 있게 한다. 연주 도중 어떤 순간이라도 손은 다음을 준비한다. 손이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연주자가 막혀버린다면 손의 움직임을 따라 다음을 유추해 낼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이를 발전시키면 한 작품 전체가 손가락 연상법에 의해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운지법을 응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어떤 악기든 정형화된 운지법이 있게 마련. 예컨대 피아노로 다장조 음계를 연주하는 경우 손가락을 바꿔주는 시기가 정해져 있듯이, 어떤 손가락이 건반을 향하고 있는가와 같은 상황이 암보의 힌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손가락 연상법의 경우 두 손을 따로따로 연습함으로써 생기는 효과도 크다.  특히 다성음악이라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완전히 다른 다성부의 윤곽을 독립시켜 연습하면 각각의 운지법이 더욱 정확히 기억되기 때문이다.

악곡 자체를 분석하는 방법도 암보에 무척 유용하다. 큰 골격을 먼저 이해하고 그에 따른 세부를 익히는 방법이다. 작품 전체의 통일성만을 본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형식에 따른 작품, 이를테면 소나타와 같은 작품에는 더할나위 없다. 유사한 방법으로 화성적 구조에 대해 분석하는 법도 추천할 만하다. 이 방법을 악곡 형식의 분석과 병행하면 더욱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화성은 가락을 내포하고 있으며 조바꿈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암기의 재로로 사용할 만한 좋은 모티브들이다.
동일한 프레이즈를 익히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이때는 프레이즈가 정확히 어느 때 등장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반복되는 프레이즈를 자신있게 연주할 수 있다. 작품에는 동일한 프레이즈 외에도 유사한 프레이즈가 자주 나온다. 이러한 닮은 프레이즈를 동일한 프레이즈로 인식하면 오산. 오히려 유사한 프레이즈는 서로 어떤 부분이 다른가를 확실히 익혀야 한다.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 유사한 프레이즈를 구별해 놓으면 오히려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불완전한 암보는 불행한 미래를 예견한다.
다음은 악보 자체를 기보하면서 외우는 방법이다. 이는 어느정도 암보가 이루어진 다음에 추천할 만한 방법으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악보를 재확인하고 자신감을 갖는데 유용하다. 먼저 오선지와 펜으로 기억하는 만큼을 재생해 본다. 만약 상황이 적당하지 않다면 머리 속으로 기억해 보아도 된다. 이때 피아노 앞보다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jt이 바람직하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외우는가 확인하면서, 만약 오우지 못하는 부분이 발견된다면 그 즉시 악보를 펴 확인하지 말고 그 다음 부분을 계속 기보해 간다. 그 다음 불완전한 부분을 악보를 통해 확인해 본다. 주의할 점은 쉼표를 간과하고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쉼표는 음표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암기의 중요한 요소로 '심상'이라는 것이 있다. 마음에 정해진 상태. 이러한 심상을 이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암기가 가능하다. 즉 구체적으로 서술되는 문자 요소를 사용하지 않고 곡을 시각화, 기호화해서 암기하면 심상이 형성되고, 기억의 재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악보를 보고 곡의 윤곽과 화성, 짜임새 등 곡에 관한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기호로 표시하면 된다. 예를 들자면 상행이나 하행 악구는 사선으로, 평행 악구는 직선으로 표시한다. 근음이나 확음에 대해서는 그 코드명을 기록한다. 음표의 흐름은 곡선을 사용한다. 이러한 과정은 건반을 떠나서 철저히 악보만으로 시행해야 한다. 당연히 오선지를 사용하지 않고 백지를 이용한다. 기호화된 곡이 완성되면 이를 보면서 연주해 본다. 만약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악보를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듭하면 일정한 심상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마치 강의 요약 노트와 같은 구실을 한다. 필수적인 정보를 요약해서 정리함으로써 정보 자체를 복사하듯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기보하면서 외우는 방법과의 차이점은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정보를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확한 악보의 구성보다는 전체적인 악보의 재구성이라는 점이 다르다. 큰 악곡의 경우라면 전체를 기호화한 후 각 부분을 기호화하면 효과적이다.

암보의 의미가 악보를 외우는 것이라면 이는 단지 음표를 기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악보에 표시된 여러 의미 기호까지 외우는 것이 진정한 암보라고 하겠다. 풀렛( )이나 샵( ), 제자리표( )는 음정에 관계된 기호다. 따라서 악보에 임시표가 붙었다고 해도 그것은 피아노 건반의 한 자리로 끝난다. 그러나 셈여림표, 나타냄 말, 빠르기 말 등은 표현에 관계된 기호들이다. 표현에 관계된 기호들은 음표에 치중한 나머지 망각되기 쉬운 요소들이다. 암보의 영역을 이처럼 확대시키면 감정의 부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 결국 연주가 완벽한 창조가 아닌 재현이라는 점에서 음표 오적인 요소까지 암보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연극배우들의 대사 외우기는 단지 문장 암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상황을 파악해가며 문장과 동시에 억양가지 섞어 대사를 외운다. 이 억양이라는 요소는 음악의 표현 영역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곡을 외웠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절대로 암보로 연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이미 암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악보에 의존해오던 버릇 때문에 절대 악보를 덮으려 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지요. 사실 학생들은 웬만큼 시간만 흐르면 어느 정도 암기가 끝나는 상태가 됩니다."
이 말은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한 교사의 의견이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음악을 다시 생각해내려는 노력이 결여되어 있다. 음악을 처음 접할 때부터 암보를 권장하지 않았고, 또한 스스로 연습법을 개척해야 할 시기에도 아모로 연습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에 무감했기 때문이다. 아보를 위해서 쏟는 노력을 낭비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암보만을 위한 연습도 해야 한다.
암보는 훈련이다. 어떤 연주자가 암보력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과연 자신이 그동안 암보를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는가 반성해보아야 한다. 계발 할수록 발전되는 게 능력이다.

악보를 외우는 것(암보)은 피아니스트가 가장 염려하는 문제 중에 하나일 뿐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연습에 있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대체적으로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 앞서가는 학생의 약 사분의 일 정도가 암보하는데 전혀 어려움을 못 느끼고 암보를 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밖의 학생에게는 이 암보하는 기술이 '완전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그들의 가망성에 가장 큰 장애물로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꼭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지 않아도 된다면!' 또는 '나는 다른 것은 다 잘 할 수 있는데 악보를 외우는 것만은 정말 할 수가 없어!' 이런 말들은 모든 교사들이 여러 번 들어 보았던 친숙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암보를 하느라고 골치를 썩이는 것인가?
암보는 전통에 의해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진 '젠체하는 꾸밈새'인 것인가? '젠체하는 꾸임새(affectation)'라는 말은 리스트가 암보로 독주회를 하기 시작했을 때 음반 비평가들이 리스트를 가리켜 쓴 말이다. 또한 이 말은 요즈음 계속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암보로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에게도 쓰이고 있다. 때때로 '젠체하는 꾸임새'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고, 또한 전통이라는 요소도 있지만, 암보로 연주하는 데는 훨씬 더 타당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암보는 인쇄되어 있는 음표들을 그 학생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것--음표들이 그 학생의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암보는 손가락 번호 다음으로 학생이 강제적으로라도 세부에까지 주의 깊게 신경을 써서 연습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하나도 틀림이 없는 완전한 암보가 음악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바른 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모든 구체적인 사항이 인식되었고 기억에 남아 있다는 증거는 된다.
연주자의 입자에서 본다면 암보는 가끔 테크니컬한 면에서 꼭 필요할 때도 있다. 몇몇 장님 연주자의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는 빠르고 복잡한 악절에서 악보를 읽을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건반을 보아야만 한다. 리스트가 암보로 연주한 최초의 연주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넓게 건너뛰어(wide leaps) 연주해야 하고 건반 전체를 활용하는 리스트의 음악을 생각한다면 왜 그가 암보로 연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결국, 암보는 예술적인 연주를 위한 부정할 수 없는 이점과 함께 편리함도 주는 것이다. 악보를 읽고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것을 없앰으로 해서 연주자가 그만큼 더 그의 연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암보는 또한 음악의 연주자의 안에서부터 기억되어져 나올 수 있도록 해주는데, 어떤 악절이 연주되고 있는 당시에 음표들을 기억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악절이 연주되기 전에 미리 기억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음들을 기억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페이지 넘기는 것이나 악보를 읽는 것만큼이나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 이의에 대응하는 오직 한 가지 타당한 대답은 음악을 충분히 철저하게 암보했다면 그런 두려움은 없을 것이다. 또한 어떤 이는 대부분의 실내악 연주자들이 아직도 악보를 놓고 연주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실내악 연주자들이 그렇게 하기는 하지만, 실내악 구성원인 현악이나 관악 연주자는 그들 악기의 손가락 놓는 자리(finger-board)나 건반들(keys)을 쳐다볼 필요가 없는데다, 실내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악보를 필요로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피아니스트는 모든 파트가 들어있는 대보표(full score)를 보아야만 한다. 그 외에도 노련한 실내악 연주자들이 한참을 악보를 쳐다보지 않은 채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