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수리!!!와 항해

2014. 8. 13: 부산, 후쿠오카 항해 첫날

cool2848 2014. 9. 28. 16:23


몇주 전부터 배사장에게서 후쿠오카를 (자신의) 요트를 타고 가보자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퇴직 이후의 정리정돈과 집설계 때문에 나름 바뻤지만, 아직 내배로 후쿠오카를 직접 가보지 못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항해였다.

게다가 아직 자동항법장치를 설치 중인 내배에 비하면 여러가지 면에서 배사장님의 요트는 정말 좋고 빠르고 편한 배라서 미지의 항로를 가기에는 훨씬 편하고 안전한 배라고 생각되었다.

한두번의 연기 끝에 다른 사람 한두사람도 같이 가는 아이디어도 있었으나 결국에는 배사장님과 나 둘이서 가게 됐다.


나는 12일날 거제에 가서 배에서 내 항해복과 나름 챙겨야 할 비품들을 챙겨서 부산 중앙동에 있는 부산세관 바로 옆에 있는 출입국사무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기다리며 전화를 하니 배사장은 배에 대한 검역을 오후에 마치고 그때야 출발한다고 한다.

어두운 밖에서 책을 읽고 기다리는데, 모기가 너무 심하게 물어서 사무소 안에 들어가니 왜 왔냐고 묻는다.

나는 밤 12시 정도에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가기로 한 사람이고 선장을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고 했더니, 팩스로 출국사항을 보내라고 했는데 보내지 않아서 갈 수 있겠냐고 한다.

나는 내심 그래서 못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냥 기다렸다.

마침내 배선장이 와서 이렇고 저렇고 하더니 하여튼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우리의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어준다.

(*) 레슨: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출국수속을 하기 전에 미리 팩스로 <출국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때 다른 젊은이들이 들어와 물어보니 자기들은 같은 날 저녁에 요트로 대마도를 간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수영만요트경기장으로 와서 약간의 음료와 과일 등을 수퍼에서 사서 배로 가져온 후에 해경에 물어보니 출국신고를 했으면 <근거리항해신고>는 안해도 된다고 해서 출국에 대한 모든 절차가 끝나고 약간의 항해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는 자정정도에 마리나를 떠났다.


8월 13일 0시가 조금 지난 시간, 한밤 중에 환하게 불밝힌 광안대교와 수영만을 뒤로 하고.



일본에서는 오봉의 이틀 전이라 (추석의 한달 전?) 달은 완전 밝았다.


대마도 가까이 오니 멀리 오징어배가 보였다.


그래 한밤중에 이렇게 밝은 오징어배를 보면 이렇게 반가웠지.


바람이 여름 계절풍과는 달라서 일단 대마도의 북쪽으로 돛으로 간 후에 거기부터는 바람 방향이 않좋으면 기주를 하기로 했다.

하여튼 처음에는 문제없이 돛을 펴고 위의 사진과 같은 방향과 속도로 순조롭게 순항을 하였다.


아직 새벽이 어두운 때에도 계속 돛을 펴고 잘 나갔다.


새벽이 오면서 대마도 북단에서 배의 방향을 꺽으니, 맞바람이 되어 우리는 쉽게 단추를 눌러서 (이배에는 유압식 펄링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처음에는 앞돛 그리고 조금 더 있다가는 주돛을 감고 기주를 계속했다.


대마도를 지나 일본의 근해(?)로 들어오니 배가 많아졌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렸던 해가 뜨고, 날씨도 몸도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엔진은 1800~2000 rpm 정도였던 기억이고 맞바람에서 속도는 8노트 정도.


우측으로는 대마도가 희미하게 그러나 커다랗게 보인다.


챠트플로터에서는 우리의 위치를 대마도의 북단으로 표시해준다.


날이 밝고 이제는 배의 우현에 대마도가 계속 이어진다.


얼마 후 이끼섬 근처를 지나고 후쿠오카항에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돛을 다시 올렸다.


항구에 가까워지면서 하이드로포일선들을 자주 만나게 되어 반가웠지만 워낙 빠른 그들이기에 보다 신경을 쓰게 되었다.


후쿠오카만의 입구에 있던 섬.


드디어 반가운 우리의 목표인 후쿠오카항과 후쿠오카타워가 보인다.

아직은 우리가 가는 마리나는 눈으로는 확인하지 못해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지만.


이윽고 미리 이틀 정박을 예약한 <마리노아 마리나>의 입구를 발견하고 어렵지않게 항내로 들어와서 나는 배의 위치와 피어사이의 거리를 소리치고 배선장은 배를 조정하여 게스트석에 배를 무사히 안착시켰다.

8월 13일 같은 날, 오후 5시반 약간 넘은 시간이었다.

이미 우리는 배 선미에는 태극기, 배 사이드스테이 안쪽에는 일본기, 그리고 노란 검역기를 달고 있었다.


무전과 전화로 연락해보니, 배선장이 보낸 검역소로의 팩스가 번호가 달라서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래서 마리나에서 전화해주고, 우리는 한시간여를 배안에서 검역소 직원이 오기를 기다렸다.

의외로 이곳 마리나에는 100볼트이외에도 220볼트 전원도 제공해서 배를 정박하고는 샤워도 하고 시원하게 에어컨바람도 쐴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출입국사무소에는 다음날 가기로 하고 대신 마리나 내부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다음날 아침 택시로 국제여객선터미날에 있는 출입국사무소에 들려서 어렵게 입국수속을 마치고, 이어서 옆 건물에 위치한 세관에 들려서 세관수속도 쉽게 마쳤다.

이 두곳에는 이미 배선장이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보낸 팩스를 제대로 받아서 별 문제가 없이 수속을 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