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키도 작지만, 손도 발도 짧다.
게다가 몸도 굵지만, 손도 넓고 발도 넓다.
그래서 가끔 문제들이 생긴다.
길이와 넓이가 동시에 맞는 신발이 거의 없다.
테니스화도 바이크화도 그냥 신발도.
오직 골프화가 그래도 같은 길이에서 다른 폭의 신발들이 잘 나온다.
역시 비싼 운동을 해야 신발이라도 제대로 신을 수 있나?
신발만이 문제가 아니다.
테니스라켓도 문제가 된다.
나는 라케의 그맆부분의 1 혹은 2와1/8인치가 좋다.
예전에 오버그맆을 사용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2 혹은 2와1/4인치가 괜찮았는데, 지금은 아무리 앏은 오버그맆을 쓰더라도 2와1/8인치를 써야 손에 잘 들어온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그맆이 너무 굵어서 손에서 라켓이 튀겨져 나가지 않도록 항상 무리하게 긴장을 하여야 하여 편하게 쥐었다가 필요한 임팩트 순간 전후에 힘을 주게 되지 못한다.
그래서 작년에는 현재 사용하는 라켓을 산 체육사와 바볼라 수입사에 혹시 손잡이/핸들부분을 좀 가늘게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었으나 부정적인 답을 얻었다.
그래서 그동안 쓰던 1/4인치와 같은 모델로 미국에서 2와 1/8인치 모델을 주문해서 썼다.
그런데 다시 비슷한 신형 모델로 교체해 보니 체육사에서 수입상에 연락해봤지만 이것도 1/8인치 모델이 없다.
그래서 드디어 며칠 전에 시험삼아 지난 3~4년 써오던 <바볼라>사의 <퓨어스톰팀> 손잡이의 그맆을 풀고 사포(샌드페이퍼)로 갈아낸 후에 다시 그맆을 감고 쳐봤다.
와우!
원래의 2와1/8인치짜리 보다 더 좋다.
(무게: 280그램, 해드싸이즈: 103스퀘어인치, 밸런스: 330 미리미터.)
그래서 오늘 신형 라켓인 <드라이브Z투어>모델도 그렇게 해봤다.
(무게: 285그램, 헤드사이즈: 100스퀘어인치, 밸런스: 335 밀리미터.)
아래의 사진의 순서대로.
(1) 우선 라켓과 함께 작업용장갑과 굵은 사포(AA-120: 아마도 모래굴기와 관계있는 숫자일 듯, 철물점에서 500원) 준비.
(2) 오버그맆과 원 그맆을 푼다.
흥미롭게도 이 라켓의 손잡이 벗(butt) 부분 가까이에 이렇게 납판이 무게 조절을 위해 붙어있음을 발견.
(비슷한 퓨어스톰팀 모델에는 없었다)
(3) 사포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라켓 손잡이의 넓은 면부터 갈아나간다.
마음에 들 때까지 안 갈은 곳과 비교하면서 갈아나간다.
손잡이의 팔각형에서 갈면서 너무 각을 없애지 않도록 주의.
자연스레 갈려나가는 각부위의 부드러움은 오히려 바람직할 듯.
(4) 만족스럽게 갈았으면 먼지를 털고 물로 씼고 말린다.
플라스틱 가루가 매우 많이 나므로 작업은 당연히 집밖이 좋다.
갈린 손잡이 부분이 보인다.
(5) 이 경우에는 손잡이 부분에 원래의 납판을 다시 붙인다.
이외에는 나는 없애버렸지만 손잡이 속에 붙어있는 제조사의 모델 제조 일련번호를 재부착할 수도 있다.
(6) 원 그맆을 부착한다.
(7) 오버그맆을 부착한다.
물론 새거가 좋겠지만, 얇은 오버그맆도 비싸서 이렇게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재사용한다.
한가로운 날을 골라서 이렇게 손잡이를 커스토마이즈하다보니 옛날에 검객들도 나름 자기에게 편하게 칼의 손잡이를 이런 식으로 수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과 같은 평균적인 몸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정도의 노력이 없이 주어진대로만 해서 잘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고수가 칼을 구분하지 않고 대목이 망치를 탓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우리들은 나름 몸의 일부인 도구에도 정성을 다해서 내몸의 일부처럼 다룰 수 있도록 수리하고 조정해 나가면서 몸에 마추어야 보다 나은 결과를 희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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