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으나 비가 오고 있다.
그래서 하루 쉬고 날이 맑으면 떠나기로 하고 힘든 어제에 대한 보상인양 아침에 일직부터 빈들거렸다.
그런데 10시반이 되니 거의 개었다.
그래서 선원과 의논 후 원래 목적하였던 죽변항보다 가까운 강구항으로 떠나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출항신고를 마치고 11시에 출발.
3시간반 엔진을 키고 기주를 하여 호미곶을 지나니 북동풍이 15노트에서 20노트 정도 분다.
돛을 다 올리고 신나게 40도 정도의 풍상으로 closed hauled 범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각도가 강구항보다 약간 밑으로 떨어진다.
선원이 가까운 곳에 아무데나 입항하자고 제안햇지만, 나는 그래도 들어본 적이 있는 강구항으로 가자고 설득한다.
어제와 오늘 배터리 전압을 가끔 확인하는데, 이상한 게 엔진을 켜면 전압이 0.2볼트 정도 더 내려가고 엔진을 끄면 오히려 전압이 약간 올라간다.
여수에서 돌아올 때의 계속된 전압강하에 이어 이해하지 못할 현상이다.
그래도 바람이 좋으니 기분이 좋다.
워낙 해안에서 약 5마일 정도 떨어져 가야 하나 날이 지고 가야할 곳이 가까이 보이자 눈은 불빛을 향하고 어느덧 배는 해안에 가깝다.
그런데 어두스레 한 앞바다에 어망들이 보인다.
전자해도에도 Fish Haven이라고 어망들이 많다는 표시가 부근에 그려져 있다.
아무래도 연안에서 벗어나던지 좀 더 가까이 붙어 어망을 피해야겠다.
이러던 중 아직 다음 정도의 항구 불빛이 강구항일텐데 해안가 비치와 함께 바위와 암초가 보인다.
나는 무의식 중 연안에서 좀 멀어지고 있었다.
조금 있자 두번째로 강구항에서 해경이 전화를 한다.
그래서 전화를 받으며 둘 다 약간 주의가 전화로 간 사이에 갑자기 툭하는 소리가 나며 엔진이 꺼진다.
본능적으로 나는 스크루가 어구 로프에 걸린 것을 깨닫는다.
선원에게 주위를 살피라고 보니, 선미 부근에 더러워서 꺼매서 잘 안보이는 부이와 함께 로프가 희미하게 배 밑에 걸려서 가까웄다 멀어지는게 보인다.
에구구 거의 다 왔는데...
러더를 움직여보지만 러더에도 로프가 끼엿는지 전혀 미동도 않는다.
바로 지나온 해안가의 바위까지는 약 1/4마일 (잠시 후의 레이다로 확인), 바람은 해안을 향해서 꽤 강하게 약 20노트가지의 속도로 불어대고 파도도 매우 높다.
게다가 선미가 걸려서 바람과 물결이 선미를 펴서 매우 흔들거려서 하나 뿐인 선원이 죽을 상이다.
너무 해안에 가까워서 일단 닻을 내렷다.
그런데 이제 닻과 로프에 걸려서 배가 더욱 흔들거린다.
강구항 해경에 연락하여 구조요청을 하였지만, 해경 출장소의 작은 배로는 바다가 너무 거칠어서 오지를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잠시후 요청한 다이버의 배가 왔다.
세사람이 타고는 와서 한사람이 잠수를 하고, 한사람은 배를 너무 가깝지 않고 멀지도 않게 조정하고 사장은 배에 서서 전체를 지휘한다.
그런데 파도가 너무 치니 배에 다칠까봐 다이버도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
결국 왔다 갔다 몇번 하더니 스크루에 걸린 줄을 풀지는 못하고 그냥 로프의 한쪽만을 잘르고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간다.
가기 전에 선원만이라도 좀 데려가서 쉬게 하라고 했으나 배가 접근할 수가 없어 그냥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레이다를 켜고 1/4마일 간격으로 켜서 레이다로 육지가 가까워지는 지와 함께 정기적으로 지상의 불켜진 큰집과 배의 위치를 확인하고 배가 밀려가지 않는가를 확인하였다.
그러던 중에 한시간이나 됐을까 배가 스르르 돈다.
하도 바람과 물이 쳐대니 잘린 체 스크루에 감겨잇던 로프가 그 힘에 풀린 것이다.
이제는 앞 앵커의 힘으로만 버티는 것이다.
잠시 뒤 앵커를 하나 더 던질까도 고민했으니 그냥 버티기로 했다.
그로부터 반시간이 못되어 선원은 졸리다고 배 아래 선실로 들어가고.
나는 점점 추워지는 한기를 견디며 콕핏에서 보초를 선다.
군대시절 보초 서던 생각이 났다.
짧은 바지 티셔츠 차림에서 나중에는 쟈켓, 작업복 오버올, 담요 등으로 점점 더 감싸게 추워왔다.
그래도 이렇게 추워서 제대로 잠이 안드니 다행이었다.
계속 도는 레이다에 거리는좁혀지지 않고 육지의 상대적인 위치만 바람의 변화에 따라 도는 배 방향 때문에 변하고 있다.
이렇게 10시, 11시, 12시, 1시, 2시, 3시, 4시, 5시.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그때마다 옷이나 담요나 모자를 덮어쓰며 불빛건물과 레이다를 통해 배와 육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다행히 앵커는 단단히 해저를 물었다.
어제 해경이 아침 대여섯 시에 온다고 했는데, 5시반 정도 되어 해가 뜨는데 멀리서 해경 작은배가 온다.
밤새 바람과 파도를 이기고 배를 육지로 가지않게 보호해준 고마운 앵커 (다음날 강구항에서 찍음).
선원을 불러 깨우고.
선원에게 배를 앞으로 전진시켜서 앵커에서 배무게를 제거하면서 승선한 해경과 같이 앵커를 올린다.
배터리가 힘이 없어지거나 뭔가 걸려서 앵커를 잘 안올라가면 좀 잡아서 당겨주기도 하고 다시 조금 풀어주기도 하면서.
이래저래 거의 올라온 것 같은데, 마지막에 다른 작은 어망을 걸고 올라오다 선다.
아무래도 어망을 잘라줘야 한다기에 배에서 항상 소지하는 접이칼로 어망을 자르고.
이제야 제대로 올라온다.
이렇게 어렵게 앵커를 올리고, 드디어 강구항으로 향한다.
어제 저녁에 들어갔어야 했을 강구항으로.
해경이 안내해 준 곳은 강구항 강입구에 다리가 있는 곳 바로 아래에 새로 마련된 요트면허시험장의 플라스틱 폰툰.
다행히 한자리가 있어 그곳에 댄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까이 잡아당겨도 배가 옴짝도 않한다.
수심계를 보니 1.2미터이다.
배의 킬이 바닦에 닿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 후진해서 옆에 자리에 다시 댄다.
이제는 됐다.
해경이 푹 쉬라고 말하면서 입항신고는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고는 간다.
고맙다.
정말 우리나라 해경은 친절하다.
뭔가 해경은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것 같다.
조금 정리하니 아침 8시도 넘은 것 같다.
20시간 넘어 바다에서 지낸 것이다.
그것도 험한 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면서 졸음과 싸우면서...
나름 꿋꿋히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러웠다.
작년 코리아컵 경기 중 조난 때와 비교하면, 당시에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얼마나 큰 변화인가!
<레슨> 목적지에 가까이 가거나 어두워지면, 또 해무 등으로 육지가 잘 않보이면 사람 심리가 자연히 육지를 찾아보고 그러면 배는 육지로 가까워진다.
(1) 때문에 특히 더 출발과 도착에 전후해서는 원 항해선 방위각에 따라 철저히 육지로부터의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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