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과 아들의 얘기인데, 아버지가 디멘치아(dementia)/치매에 걸리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오빠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내 병원에서 나오면 갈 요양원을 알아보는데, 딸은 보다 나은 곳으로 아버지를 모실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이고, 매우 확률이 높은 상황 설정이었다.
우리 부모님에게 이런 병이 닥치면 어찌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 전부터 부모님들께서는 이런 문제에 대비해서 나중에는 요양원같은 실버하우스에 가시겠다고 하셨고, 이미 작년 겨울에 시험하고 올해 초부터 완전히 이주해가신 실버하우스가 이런 가능한 문제에 대한 대책이 되겠다.
그렇더라도 막상 이런 일이 부모님 중에 한분에게 일어난다면...
이런 것을 보면 나나 우리 형제들은 우리 부모님에게 많이 감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서 직접 이렇게 하지 못하면 자식들이 어떻게든 모시거나 재정적인 부담을 져야 하는데 말이다.
막상 영화를 보면서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였다.
나에게도 저렇게 디멘치아가 올 수가 있을텐데.
그럴 경우 누가 나를 위해 간병해줄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가족은 멀리 떨어져 있고, 형제나 자매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일도 아니고, 친구에게 부탁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건 아마도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다 생각해 봐야 할 문제겠다.
가족이란 이런 경우에 대한 보험일 수도 있는 계약 관계일 수도 있겠다.
자식들도 외국을 돌아다니며 전통적 가족관을 잘 모르고, 멀리 떨어져 살며 소원해져만 가는 가족관계에서도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사랑도 별로 없는 가족관계에서도 할 수 없이 의무처럼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겠지.
내가 지금은 건강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 다니지만, 과연 언제까지나 이럴 수가 있을까?
60대? 70대?
아무래도 80대가 되면 더 이상 건강하게 내가 현재 즐기는 스포츠나 과격한 야외활동들은 즐기기가 어려울테고.
그래도 한 10년 20년 더 살테고.
어떤 취미 생활이 노년기에 적당한 것일까?
이런 질병에 걸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내가 가장 아끼고 신경을 썼던 요트나 바이크나 테니스장 친구들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역시 노후를 위한 투자라면 같이 살아줄 사람뿐이 없지 싶다.^^
이제부터라도 이런 경우에 어떻게 살 지, 어떻게 보다 덜 처량하게 인생의 나머지를 보낼 수 있을 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경제적으로 일상적으로 인간관계적으로 취미적으로 건강적으로 종교적으로....
테레비에서 방영한 이 영화는 거의 즐겁지가 않은 우울한 분위기였지만, 나에게는 이런 생각을 하게된 계기가 되었다.
종교가 없다는 것이 이런 경우에 더욱 혼란과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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