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것들: 모터바이크, 차, 배

예전의 꿈...

cool2848 2005. 4. 9. 16:17


 

[ 2000년 미국 오하이오주 이리호(오대호 중 하나)로 통하는 정박장에서 ]

 

 

 

한 때 나의 꿈은 조기 정년퇴직한 후에 근사한 돛단배-SAILING YACHT-를 타고 정처없이 남태평양에서 유럽으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맘에 들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석달이고 한 곳에서 머물면서 생활을 즐기고.

어떻게 즐기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마 그게 큰 문제일 것 같다.

 

어쨋던 그게 내꿈이었다.

그래서 며칠 전 바이크 카페에 가서 젊은 사람이 며칠 후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여행을 간다고 걱정하는 글을 봤을 때 부러웠다.

나보다도 어린 사람은 내가 오래 전 꾸었던 꿈과 비슷한 꿈을 꾸면서 계획까지 세워서 드디어는 실천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나는 뭔가?

물론 지금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거는 아니다.

다만, 아쉬다는 것이다.

 

위의 배는 Catalina27 이다.

디젤 엔진과 접히는 붙박이 스쿠루가 있다.

방은 배 앞에 하나 있고, 화장실과 샤워가 같이 붙어있고, 프로판까스 그릴과 조리대가 접이식 테이블과 같이 배 중앙의 선실에 있다.

나침판은 물론이고 GPS 자동 항해장치도 있었다.

전 주인은 주로 레이싱을 위해 썼지만, 나는 성능좋은 쿠루저로 생각했었다.

 

몇번 타지도 못하고 정박료도 내보고, 세금도 물론 내보고, 겨울에 배를 물에서 올리기도 하고, 배밑을 페인트칠 해 보기도 했다.

원래 정박하던 옆마을에서 우리 마을 정박소로 혼자서 몰고 와서는 좁아진 우리 마을 정박소 입구에서 모래위에 걸리기도 하고...

 

이런 배를 조작하고 혼자 항해하기 위해서 오래 전에 영국에 가서 RYC (Royal Yacht Club) 에서발행하는 Yacht Masters License와 Marine Radio Operator's Permit을 따기위해 Sailing School에서 일주일 내내 합숙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소수 강의를 받기도 했다.

 

또, 꿈을 키우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솔로항해일지라던지 크루징 책들도 열심히 모으고 읽었다.

 

아~

그게 불과 몇년 전이데.

지금은 아득한 옛날 얘기같다.

 

지금은 혼자 정처없이 모르는 데를 돌아 다닌다는 것도 내키지 않고, 그것도 바람과 풍랑 속에서의 사투라면 춥고 배고플 것 같은 느낌이며, 재정적으로도 쉬게 이루어질 것 같지도 않다.

 

꿈이란 이렇게 사람을 붙잡았다가는 홀연히 연기처럼 사라저 가는 것인가?

이런 꿈들로 이루어진 인생도 지나보면 허무하지 않은가?

 

 

 



[ 중앙선실의 왼쪽과 조리대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