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것들: 모터바이크, 차, 배

델피노 스쿠터

cool2848 2006. 12. 2. 03:41

 

 

델피노는 대림자동차에서 나오는 100씨씨 짜리 2행정의 스쿠터이다.

워낙 90씨씨 짜리 혼다에서 나오는 슈퍼리드의 엔진을 기본으로 해서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아마 그전에는 80씨씨 짜리 리드의 엔진이었나?

(이건 확실하지 않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델피노는 내가 수년 간 갖고 있던 혼다의 CBR600F4를 잘 안탄다고 팔아 버리고 두어달 있다가는 너무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할 때 당시에 가끔 들리던 모래내 혼다서비스의 유사장이 추천해서 사게 됐다.

이때 안사람이 오토바이를 다시 살텐데 괜히 팔지 말라는 얘기를 했던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ㅎㅎ

이 스쿠터를 구입한 날이 확인해보니 2000년도 8월 29일이었다.

당시에 이 스쿠터가 새로 나온지 얼마 안되는 새 모델이었다고 기억한다.

 

 

 

 

그 이후 이 델피노는 나에게 매우 오랫동안 즐거움을 줬다.

사실 여태까지 내가 소유했던 오토바이 중에 가장 오랫동안 나와 같이 하고, 동시에 가장 많이 튜닝을 한 오토바이였다.

조그만 몸체에 약간 달리기 시작하면 계속 악셀을 잡아 당기게 만드는 신나게 달리는 놈.

 

그전까지 대형 오토바이를 주로 타던 나는 아주 가끔을 빼고는 악셀을 완전히 당겨보는 즐거움을 별로 맛보지 못했는데, 이 조그만 스쿠터는 나로 하여금 이 기계가 가진 100%의 힘을 자주 뽑아 내보도록 유혹한다.

그래서 큰 길에서도, 정지신호에서 출발 할 때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골목 안에서도 신나게 달리는 스쿠터였다.

 

그전에도 나에겐 50씨씨 짜리 택트와 슈퍼캡의 두 대의 스쿠터가 있었는데, 이들은 너무나 힘이 약해 이렇게 신나지가 않았다.

오히려 큰길에서는 항상 뒤에 바짝 따라오는 차들 때문에 긴장을 해야했다.

 

대림에서는 이 스쿠터의 모양을 돌고래의 형상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광고했는데,

과연 전체적인 모양이 상당히 유선형이며 보기에 좋다.

안장도 기하학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 매우 부드럽게 만들어져서 앉기가 편하다.

한국인으로서 약간 작은 내 몸에 잘 맞는다.

 

핸들도 적당히 넓고, 백밀러도 의외로 잘 조절이 되어 뒤의 상황을 잘 볼 수 있고,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스쿠터의 바닥은 넓고 평평하며 핸들 아래쪽에 접히는 고리가 있어서 시장 보고난 후에 쇼핑 봉투 몇개는 이 고리에 낀 후에 바닥에 놓고 오면 간단한 쇼핑의 경우 매우 편리하다.

특히, 내가 소유하고 타본 다른 타이완제나 중국제의 50~125씨씨 스쿠터에 비해 바닥이 길고 넓어서 편하며 좀 과격하게 탈 경우에도 바닥과 앞면 사이에 발을 댈 수 있는 45도 정도의 기운 발받이 공간이 있어서 매우 안정되게 탈 수 있다.

 

또한, 안장을 들면 상당히 큰 공간이 있어서 주차 시에는 사용하던 헬멧과 장갑 등 소소한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물론 맘에 않드는 점도 있다.

첫째, 전조등이 매우 흐리다.

이건 어두운 정도가 아니다.

이건 차량의 전조등이라고 할 수가 없다.

엔진을 가속할 때 아니면 불이 전혀 밝지 않다.

여러 군데에 물어서 전조등을 개조하려고 해봤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엔진을 키우면서 발전기는 키우지를 않아서 기본적인 전기 용량이 모자라는 데에다가 빠테리가 들어가는 장소가 더 큰 빠테리를 넣을 수가 없도록 작은 현재의 빠테리 싸이즈에 딱 맞게 작다.

전구를 교체해 봤지만, 조금 나아질 뿐 근본적으로 어.둡.다.

 

둘째, 앞뒤 서스펜션이 너무 한계가 쉽게 온다.

이 부분은 뒷 서스펜션의 스프링과 댐퍼 어셈블리를 일제로 1년 전에 바꾸고 나서는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앞 포크를 다 바꾼다는 것은 커스톰 작업을 요구하고 전혀 싸게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래서 우리 동네처럼 언덕길과 내리막길이 있고 길에 홈이 좀 있는 곳에서 신나게 타다가는 앞 포크가 바텀아웃되는 튀는 현상을 가끔 경험하게 된다.

 

셋째, 머플러의 소리가 재미없다.

이건 좀 돈을 들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일제 챔버와 머플러를 샀다가  너무 소리가 커서 사용하기에 주저될 것이라는 오토바이 가게 사장님의 말에 장착하지 않고 다시 팔았다.

 

넷째, 타이어가 접촉성이 떨어진다.

이것도 1년 전에 던롭 타이어로 바꾸었더니 많이 개선되었다.

교체 전에는 라이드의 질도 좀 않좋고, 내리막길 같은 곳에서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바퀴가 미끄러지고 스쿠터가 정지를 하지 못했다.

교체 후에는 승차감의 면에서도 좀 나아졌고, 급브레이크 시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스쿠터가 정지를 하게 된다.

 

그 외에도 앞 디스크 브레이크의 패드와 스파크플러그와 이그니션코일 등을 옵션 품목으로 교체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순정품보다 못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이 스쿠터가 지난 몇년 간 나의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최근에는 둘째 딸과 막내 아들이 이 스쿠터로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웠고,

그전에는 큰 딸 등이 이 스쿠터를 타고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웠다.

그외에도 한두 사람이 이 스쿠터를 통해서 오토바이를 처음 타봤다.

 

 

 

 

얼마 전에 막내가 이 스쿠터를 타고 밤에 가다가 캠퍼스에 쇠말뚝에 걸려진 체인을 못보고 넘어진 사건이 있은 후, 망가진 앞카울과 앞바퀴 흙받이를 고쳤다.

아직도 전체적으로 매우 좋은 스쿠터이지만, 아무래도 어두운 전조등과 가느다란 앞포크의 한계는 더 이상 내가 이 스쿠터를 좋아하게 만들지를 않는다.

 

수고했다, 델피노야.

이제 섭섭하지만, 너를 떠나 보내야겠다.

미안하다...

지난 6년여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