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와 어제는 제주도에 갔다.
이유는 제주도에서 진도로 가는 국제요트대회에 선원으로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내가 이번 겨울에 미국에 가서 내 요트를 가져오길 원한다면 뭔가 그전에 다시 겨울바다에 내 자신을 던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금요일 오후에 내려가 하룻밤 배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제주항 근처에서 열리는 제주요트대회(?)에 참가하여 팀워크를 맞춰보고, 오후 늦게 출발하는 목포/진도행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기 전에 여름에 한번 제주도에 가서 만나고 싶었던 더스틴교수님과 이메일하고 통화했다.
다행히 간 첫날 저녁에 제리 카터 신부님과도 시간이 되어 같이 저녁을 하기로 했다.
장소는 봄에 더스틴교수님이 좋은 곳 아셨다며 의미를 물으셨던 <닐모리동동>.
이날 택시기사와 음식점에서 물어본 닐모리동동의 의미는 닐=내일, 모리=모래, 동동=의태어로서 기사님은 젊었을 때까지 츤히 쓰던 제주말이라고 한다.
굳이 해석하자면, "내일모래 동동(구루며) ..."
그런데 서술어가 없어서 분명하게 어떤 의미인지가 아직도 불분명하다.
택시를 타고 찾아간 제주시와 도두항 사이에 해안도로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작지만 범상치 않아보였다.
들어가니 작은 모던한 분위기의 양식당인데 아주 깨끗하고 전면창으로 외부가 훤하게 보인다.
음악은 스피커 옆자리만 빼면 너무 크기않아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였고, 몇 않되는 종업원들은 너무 친절하지않고도 아주 친철했다.
장소를 몰라서 너무 일찍 가게되어 혼자서 먼저 맥주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내가 좋아하는 그로쉬.
좀 비쌌지만, 서비스챠지나 세금이 따로 부과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분위기와는 달리 선불제.
다섯개를 시켜 다섯 사람이 나눠먹었다.
피자도 맛있었고, 사진에 나온 해물빠따야(?)도 맛있었다.
사진 오른뒤에 약간 보이는 한치먹물레조토도 색다르고 맛있었다.
디저트로 커피와 함께 먹은 부라우니(?)도 더스틴교수의 추천에 걸맞게 아주 맛있었다.
참가한 사람에게서 들으니 게임소프트웨어 회사인 Nexen이 제주도로 본사를 옮겨와서 지역사회 봉사차원에서 이 레스토랑을 만들어 운영하고 수익금은 전액(?) 지역사회에 환원한다고 한다.
오랫만에 만난 더스틴교수와 제리신부님 둘 다 여전히 건강해보여 기뻤다.
새로 만난 유리와 한국분도 인상이 좋았다.
우리는 모두 즐겁게 저녁 한때 맛있는 식사와 맥주, 디저트와 커피, 그리고 그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얘기들과 아는이들에 대한 얘기와 내일과 모래의 요트경기 등을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식사 후에 도두항으로 돌아가 배에서 짐을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춥지않아서 가져간 슬리핑백을 열고 몸의 일부를 내놓으면 애앵~ 하면서 모기가 달려든다.
이렇게 두어시간 하다보니 게다가 늦은 커피와 오랫만의 선상의 흥분 때문인지 잠이 않온다.
그러다가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 4시에 한병이상 마신 맥주 떄문에 일어나서 배을 나아가 밖에서 별을 보며 오랫만에 바다에 쉬를 했다.
들어와서 다시 조금 뒤척거리니 조선장님도 5시 정도에 일어나서 커피를 끓이신다.
그래서 나도 일어나서 같이 커피를 마시고 같이 미리 구워간 군고구마를 하나 먹어 아침식사를 했다.
나중에 하나 더 먹었는데, 이게 나쁜 아이디어였던 듯.
도두항에 묶어져 있는 <이루리>호.
엔지니어였던 소유자가 설계하고 직접 만들었다는 FRP선체의 이배는 잘 알려진 디자인이 전혀 아니어서 약간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43피트의 슬루프이고 뒷부분이 현대적 디자인보다 많이 좁아지는 형상이어서 거센 파도에 잘 넘어간다는 조선장님의 말이었다.
한두사람이 선체에서 생활하기에 적당한 충분한 공간이 있는 배였고, 조선장님의 관리로 나름 잘 돌아가는 듯 했다.
조선장님은 배에 대해 별로 경험이 없는 5년 전에 퇴직을 하시고 그 전에 계획하여 미국 서해안에 가셔서 이배를 구입하고 약 3개월간의 준비 후에 얘기됐던 선원들이 오지 않자 혼자서 화와이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이배를 타고 오셨다.
아침 9시에 시작한다는 재주경기는 제주항 앞바다에서 있다고 해서 우리는 아침 7시반 정도에 도두항에서 한국에 와서 요트를 처음 타는 어제밤에 만난 미국인 영어교사인 유리를 태우고 조선장과 나와 또 다른 신참 선원을 태우고 출항했다.
아침에는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를 지나가는 작은 태풍의 영향으로 아직도 도두항 근처에는 바람도 약하지않고 파도도 작지 않았다.
그래서 돛을 올리지 않고 엔진으로 도두항 방파제를 지나 바다로 나가자 배가 심하게 파도에 치이면서 두 초보들은 상당히 당황해 하였다.
이윽고 메인쎄일을 올리고 나니 배의 흔들림이 많이 적어지고 계속 엔진을 킨 상태로 제주항 쪽 바다로 향했다.
우리는 너무 일찍 8시 정도에 이미 경기가 있을 장소에 가서 왔다갔다 하면 자이빙과 택킹을 해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기다렸다.
이윽고 9시가 지나고 9시반인가 되어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고, 우리는 시합주관배와 흰브이 사이의 가상출발선을 지나 바람을 받으며 돌아와야 할 노란브이를 향했다.
그런데 출발은 잘 했는데, 생각보다 이루리는 무지 느렸다.
이 배가 크루져 (cruiser) 이니까 경기정 (racer) 이나 퍼포먼스크루져 (preformance cruiser) 보다 느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일반적인 크루져보다도 꽤 많이 느린 것 같았다.
한가지 이유는 초보 항해자를 둘이나 데리고 나도 이배에는 처음인데다 특히 느긋한 선장님이 제노아를 90% 정도만 펴고 항해하자고 제안했고, 아침 출항 시의 배와 다른 선원들을 고려해서 나도 그렇게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이 방향전환 때 어려움을 적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하고 150%짜리 제노아를 90% 정도만 펴고 운행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쨋던 우리는 순위에 관계없이 그저 완주하기만을 희망했고, 두바퀴의 완주가 어렵다면 한바퀴의 노란브이를 돌기를 원했다.
하다보니 어찌어찌 그것도 하지 못한 체,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도두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감기가 완전히 낫지않은 상태에서 부작용 때문에 감기약을 먹지않고 배를 탓던 내가 경기 후반부에는 아침 일찍부터 쒜었던 바람으로 열을 많이 빼았겨서 인지 속이 미슥거리더니 드디어 구토를 시작한다.
아주 좋지않다.
도두항에 배를 대고는 나는 몸이 너무 않좋아 배를 정박시킨 후에는 배의 정리는 신경도 못쓰고 마리나의 데크에 그대로 쓰러져서 한시간여를 잤다.
계속 미슥거리고 속이 좋지않았다.
혹시나 점심을 간단히 먹으면 속이 좀 나아질까 하여 근처에서 전복죽을 먹었는데도 속이 아주 거북하였다.
위가 좋은 내가 먹는 것을 그것도 죽을 먹고 이렇게 속이 얹힌 듯 하는 것은 처음이다.
나중에 내가 생각하니 오랫만의 제주 앞바다의 약간 거친 파도와 바람으로 겨울에 미국 동쪽의 대서양의 항해를 계획하는 나에게 작년 겨울바다의 나쁜 기억이 나를 억누르는 것 같았다.
그런 스트레스가 나의 머리와 속을 짓누르고, 나는 두시까지 다시 출항준비를 하다가 드디어 생각을 다시 하고 진도/목포행 항해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전날밤의 잠의 부족으로 인하고 감기에서의 미회복으로 인한 몸관리의 실패로 멀미와 구토를 하게되었고, 멀게는 과거의 경험과 실패와 함께 다가올 도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하룻밤의 항해에 대한 의지도 꺽여진 것이다.
흠흠...
전혀 기대하지 못햇지만, 악간은 쇼크였고 약간은 현실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어쨋던 항해를 하지 않기로 한 이후, 다행히도 이루리호는 조선장님의 인품 덕에 옆 배에서 유경험 선원을 한분 빌릴 수 잇어서 다행히 세사람이 밤세워서 오토파이롯이 되지않는 이루리호를 진도와 목포까지 운항할 수 있게 되었다.
소개는 받았지만 기억이 않나는 이루리호에 승선하게 된 제주도분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또 같이 못 가게되어 조선장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 다시 한번 드린다.
아마도 이글을 쓰는 지금은 진도에서 목포로 엔진의 힘으로 힘차게 목포에서의 한정식을 생각하며 다가오겠지.
2011년 10월 22일 오후 3시반 내가 풀어준 정박줄들을 정리하고 도두항 내에서 메인쎄일을 올리고 도두항을 벗어나기 직전의 이우리호.
내년 봄에 조선장님은 이배를 타고 한두면쯤의 선원을 같이 하고 세계 항해를 떠날 예정이라고 들었다.
오래된 배, 오래된 사람, 그러나 느긋하고 강인한 사람과 배.
안전과 건강, 그리고 운이 따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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