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것들: 모터바이크, 차, 배

또 바뀐 장난감...

cool2848 2006. 7. 6. 00:28

 

 

한 달반 전에 큰 스쿠터를 샀다.

KYMCO(킴코)사에서 작년에 새로 나온 Xciting500 이란 스쿠터로서는 대용량인 500씨씨 배기량에 200키로그램 정도되는 큼직한 등치를 가진 놈이다.

익싸이팅이란 이름이 신나는 이미지를 연상케 하지만, 약간은 젊잖은 쪽에 가까운 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킴코라는 회사를 대만이라고 깔보는 경향이 많지만, 실제 세계 어디 가도 좋은 스쿠터회사로 정평이 나있는 회사이다.

 

 

 

어쨋던 그저께 팔았다.

 

왜냐구, 이유를 말해야겠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1) 차보다는 불편하고,  (2) 바이크 보다는 느리고 무겁고, (3) 스쿠터 보다는 무겁고 조작성이 힘들다.

즉, 내가 큰  스쿠터를 샀을 때의 희망은 (1) 바이크 보다는 편하고, (2) 작은 스쿠터 보다는 빠르고 편하고, (3) 차보다도 다니기 편한 것을 하나에 가진 교통수단과 동시에 즐거운 탈것을 원했음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현재 내가 소유하고 있는 탈 것의 리스트가 상당히 세분해서 전문화 되어 있는 관계로 이 새로운 익사는 그 각각보다는 다 좋은 면도 있지만, 오히려 못한 면이 부각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성능 개선을 위해 드린 시간은 아깝지만, 돈은 잊어먹고 약간의 투자는 손해 보고 팔았다.

부디 새로 사간 분께서는 이제 약간의 길들이기는 되어있는 이 놈의 좋은 점을 봐주시고, 정들이시고, 잘 지내시길 바란다.

비용대비성능 면에서는 아주 좋은 스쿠터/탈것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나의 상황에서는 좀 어울리기 어려웠다: 내가 너무 spoil되어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과분하게도 최고급 커스톰 카오디오가 장착된 풀옵션의 가죽냄새 풀풀 풍기는 ***330i도 있고, 정말 나와 안어룰리지만 쎅씨하고 파워플하고 아름답기까지한 Honda CBR***RR 일명 FireBlade (불로 만든 날!)라는 바이크도 있다.

다만, 싸지만 작으면서도 나름대로 충분히 날쌔고 관리비용이 적게 드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100씨씨 짜리 대림혼다 의 스쿠터인 텔피노는 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직장에 갈 때나, 우체국이나 은행에 잠시 일보러 갈 때나 많지 않은 시장을 볼 때 싸게 쉽게 빠르게 간단하게 나와 작은 짐을 옮겨주는 델피노!

멋있지는 않지만, 운동능력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리고 가끔은 잘 관리를 안해줘서 빠테리가 시원찮아 시동이 잘 안 걸리기도 하지만, 그대는 나의 동반자.

 

그러나, 스포일된 나는 여기서 만족하지 못한다.

바이크와 스쿠터 두개가 들어간 차고가 마냥 비어보이는 거다.

착한 아내를 두고 딴 생각하는 중년남자 마냥...

 

그래서 그저께 팔리자 마자 그냥 있는 거나 타면서 잘 지내야지.

그래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라고 나를 세뇌한지 불과 하루!

다시 지름신의 계시에 인터넷과 동호회를 뒤지기 시작했다.

 

목표: 편하고, 빠르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탈것 찾기.

전술: 익사500보다 더 편하고,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아름다울 것. (고로 비용은 더 들어도 할 수 없음)

 

보통 빅스쿠터라고 불리는 익사500과 비슷한 엔진 크기의 많이 팔리는 스쿠터에는 Honda의 Silverwing (이기통 600c.c.), Suzuki의 Burgman (이기통 650c.c.) 와 Yamaha의 Tmax (이기통 500c.c.)가 있다.

익사500은 단기통 500c.c.이다.

 

이 중에서 Burgman은 스쿠터라기 보다는 거의 작은 touring bike (장거리 여행용 오토바이 클리스)라고 볼 수가 있다.

즉, 내가 좋아하는 작고 날쌘 이미지보다 펑퍼짐하고 큰 장거리 여행에 편한 상대이다.

 

Silverwing은 나이가 40 정도 든 중년이 타기에 편하고 충분히 빠르며 뒤에 사람을 하나 더 편히 태워도 운전을 편하고 안전하게 꽤 오래할 수 있는 스쿠터의 편한 장점과 투어링바이크의 장점도 동시에 가진 잘 만들어진 빅스쿠터이다.

모든 면에서 90점인 모범생.

그러나 쌕씨하지는 않다, 적어도 내눈에는...

 

그런데 야마하의 티맥스는 다르다.

유럽의 고속도로를 차들과 경쟁하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고속도시간커뮤터 (Intercity Fast Commuter)를 기본 개념으로 기존의 스쿠터의 장점과 스포츠바이크의 장점을 잘 섞어서 혁신적인 탈것을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나 소비자 마케팅에 세뇌된거 맞어!)

즉, 편하면서도 빠르고 잽싸며 안전하고 아름답다는 거다.

 

그래서 타봤다.

흠, 역시.

아무래도 스포츠바이크의 가속은 낼 수가 없는데, 그래도 잘 서고, 핸들링이 좋고, 편하고, 나름대로 이쁘네...

그래서 사게 됐다.

2005년도 은색(펄)의 Yamaha Tmax.

 

 

 

아침 회의를 마치고 집에서 점심을 먹고 점심 때 전화했더니 오토바이를 자그마치 9개 가지고 있는 인테리어디자이너인데, 아파드 관리인이 지하차고에 오토바이가 너무 많다고 불평한다고 작년에 사고 거의 타지 않은 새차같은 고물(?)을 판다고 한다.

2727km 정도의 마일리지였다.

아직 길들이기 하느라고 별로 당겨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한달반 나도 새로 rebuilt한 익사500 engine 때문에 신경 쓰면서 길들이기만 했다.

사실 그래서 좋아하기도 전에 지쳤다)

ㅎㅎㅎ내가 그 심정 알지...

어쨋던 내가 찾던 그런 상태의 놈이다.

저녁에 만났다, 봤다, 그리고 삿다.

 

밤에 집을 나섰다.

우선 시내를 한바퀴 나가면서 남산을 한바퀴 돌아왔다.

서울에서 젊은 애들이 바이크 세워두고 바이크 얘기하면서 시간 죽이는 곳.

나는 바이크를 탄다.

얘기가 무슨 필요인가?

 

남산 길의 굴곡을 스포츠 바이크 처럼 잘 뉘여진다.

주욱 달려본다.

마침 포르쉐 911이 달린다.

가속은 상대가 안된다: 물론 포르쉐가 이긴다.

그래도 여기가 어딘가 차들과 신호가 많은 서울....ㅎㅎ

나는 서있는 앞차 사이를 누벼 저 앞에 선다.

그 다름엔 포르쉐를 볼 수 없었다.

 

핸들링이 아주 좋다.

티맥스의 핸들링이 A+라면, 익사500의 핸들링은 B-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것이 내가 타 본 티맥스 차와 익사500 차의 개인차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면 기종의 차이임이 거의 확실하다.

나에게는 두 스쿠터의 제일 큰 차이가 이 핸들링의 차이에 의한 조작성과 안전성의 차이로 다가온다.

익사라면 불안했을 노면의 우들두둘거림이나 평탄하지 못한 전반적인 높낮이에도 티맥스의 앞바퀴는 착 붙어 간다.

이건 나중에 타본 자유로에서 일산 호수공원으로 나가는 엑짓의 우들두들 거림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브레이크가 아주 좋다.

티맥스가 A라면, 익사500은 브레이크 패드를 교환한 후에 B, 교환하기 전의 B--/C.

티맥스는 스포츠바이크처럼 두 손가락을 가지고 앞바퀴를 콱콱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급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약간 풀어주는 ABS!

 

엔진의 차이는 생각처럼 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할 때 익사500의 엔진의 소리와 느낌이 감성적으로 전해온다.

투두두두두두.

마치 할리의 엔진의 울리 듯.

생각해보니 할리의 브이 엔진의 하나의 실린더와 익사의 단기통 실린더는 거의 비슷한 사이즈이다.

티맥스의 엔진소리는 기계미싱의 소리처럼 별 감흥이 없이 기계적으로 들린다.

(아직 정이 안 들어서 그런가?)

그런데 익사의 경우는 정지 상태에서 움직일 때 4,000rpm정도가 되야 차가 움직인다.

티맥스는 2,500-3,000rpm정도이다.

아무래도 그러니 오른손을 감기 시작해서 티맥스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나는 익사500이 더 낫다고 보인다.

그러나 티맥스도 상당히 괜찮다.

그런데 디테일에서는 티맥스가 더 좋다.

작아서 약간 덜 늘씬한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니 피부가 아주 예쁜 북경에서의 북한식당 미녀 여종업원 같은...

 

브레이크 핸들은 익사500은 거리 조정이 4단계로 되어있어 좋다.

그런데 그런 조정이 되지 않지만, 티맥스 핸들은 충분히 짧은 내 손가락에 감겨온다.

계기판도 티맥스가 약간 더 고급스럽고 시인성이 좋다.

다만, 티맥스의 엔진온도 포시나 기름양 표시가 세밀하지 못한 디지탈이라 아날로그인 익사 것보다 변별력이 떨어진다. 

 

그리곤 집 방향으로 오는데, 아무래도 성이 않찬다.

해서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성산대교 쪽으로 향한다.

성산대교 바로 앞에서 오른 쪽으로 잠시 자유로를 탄다.

이거 시험운전이다.

 

시속 100km와 120km 사이에서 rpm은 5,000에서 6,000 이하로.

아직도 좀 더 필요한 길들이기에다 밤이고, 새로 산 바이크기에 조심이 필요.

이미 100키로에서 내가 스쿠터 탈 때 주로 쓰는 앞창이 큰 반모는 시끄럽고 불안정하다.

다음엔 전체모 (full face helmet)을 가지고 와야지.

아무래도 스쿠터는 이정도의 고속에서 아주 가볍게 차들을 따라잡지는 못한다.

충분히 따라잡지만, 스포츠바이크를 타본 사람이라면 그 큰 차이를 느낄 것이다.

 

성산대교에서 일산 호수공원까지 갔다가 왔다.

고속화도로에서는 티맥스가 익사500 보다 별로 낫지 않다.

특히 낮은 윈드스크린 때문에 얼굴에 너무 많은 압력을 받는다.

적어도 다리가 짧지만 앉은키는 작지않은 나같은 동양인에게는.

여행을 많이 한다면 기비사에서 나오는 더 큰 윈드스크린을 생각해 봄직하다.

장거리 여행 모드에서는 익사가 더 편했다.

 

집으로 왔다.

대만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 만족이다.

편하고, 빠르고, 재빠르고, 쌕씨하고.

제일 편하고, 제일 빠르지도 못하고, 제일 재빠르지도 않고, 뿅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보다 엄청 잘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잘난놈.

그래 이제 같이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