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것들: 모터바이크, 차, 배

2013. 7. 7(일): R1200RC를 타고 강화도로 달려보다

cool2848 2013. 7. 8. 01:51

두어번 타봤지만, BMW R1200R classic은 아직 불편하다.

너무 무겁고, 나한테 높다 보니 아무래도 넘어뜨릴 것 같아 불안하다.

특히 차고에서 나갈 때와 들어올 때가 제일 불안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든다.

일단 물건이 명품같이 윤이 자르르르 흐른다.

기계적으로도 잘 만들었고, 기계전자적으로도 사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최신 기술을 이용했다.

게다가 오래된 엔진은 나름 개성이 확실하다.

 

그래서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오늘 집에서 할 일들을 처리한 후에 오후가 거의 다 된 11시45분 정도에 집에서 출발하여 강화도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대선정에 가서 시래기밥을 먹은 지도 오래 됐다. (ㅎㅎ 사실 강화도에서 내가 아는 유일한 식당이다)

 

자유로를 좀 타고, 국도 48번을 타고 강화도를 들어가서 내부와 해안도로를 좀 가서 대선정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출발할 때는 아주 맑았는데, 강화도에 가서 조금 후부터 조금씩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맑을 때 우비를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라 비가 오면 맞아야 한다. (그러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는데..)

 

대선정에 도착해서 조심스럽게 주차장에 주차했다.

 

내가 여름에 즐겨 신는 라이딩슈는 뒤축이 너무 낮아서 이렇게 비가 올 때는 뒷바퀴에서 튀기는 물이 신발에 모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스쿠터가 아닌 본격적인 바이크니 앵클부츠나 좀 더 긴것을 신어야 할 듯.

 

좌석에 앉아서 본건물을 바라보며.

 

몇 가족이나 커플이 나랑 비슷한 시간에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번에 왔을 때와 거의 달라진 점이 없다고 보인다.

아주 깨끗한 채소 중심의 반찬들이 조금씩 낭비를 극소화할 수 있도록 담겨있고.

물론 시래기밥도 된장찌게도 여전히 맛있다.

모든 반찬도 다 비웠다.

순무김치와 호박나물은 다시 시켜 더 먹었고.

집 주변이나 내가 주로 다니는 냉면이나 칼국수 등의 맛집들이 다른 반찬도 거의 없으면서도 최근 몇년 간 계속 음식값을 올렸는데, 여기는 아직도 6,000원이다. 

 

밥을 먹고 나서 비가 더 오기 시작했지만, 그냥 집에 돌아오기는 약간 섭섭해서 대선리인가를 가서 항구(?)에 들렸다.

물이 빠져서 어판장 주차장에서 보니 한참 아래에 펼쳐진 갯벌에 배들이 몇대 얹혀있다.

 

바다는 어디로 갔는 지 보이지를 않고.

 

아직도 비는 내리고 가끔 비가 잦기는 하지만.

오늘은 시원하게 비를 맞을 것이다.

 

서스펜션 세팅은 아직도 comfort로 놨다.

6단에서 자유로나 국도48번처럼 길이 좋을 때, 이 바이크에서 내가 선호하는 속도는 (적어도 오늘처럼 비가 오는 상황에서는) 120km/h 정도이다.

이 정도의 속도에서 엔진회전수는 약 4,000+rpm 정도였던 것 같다.

너무 엔진이 빨리 돌지 않고 소리도 적당하고 차의 안정감도 아주 뛰어나다.

 

기어는 잘 들어간다.

다만 혼다 CBR954RR같은 레플리카보다는 조금 더 기어를 넣을 때 깊이 눌러야 한다.

아직 내가 이 바이크의 클러치 유격에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때로 3,4단 사이의 변속 때 rpm이 내가 좋아하는 정도보다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이차가 토크가 좋던지 (아마도), 내가 스로틀을 너무 급하게 당기나 보다.

타다보면 보다 서로를 잘 알게되고 익숙하게 되겠지.

 

브레이크는 아주 좋다.

게다가 오늘같은 비가 오는 상황에서는 ABS는 마음을 보다 편하게 해줘서 위험할 수 있느 비오는 환경에서도 좀 더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해준다.

앞브레이크의 연동식도 균형이 좋게 느껴지고, 연동이 아닌 뒷브레이크도 레이서의 것처럼 쉽게 록킹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전 주인이 핸들 바로 앞 연료탱크 맨 앞에 붙힌 시가잭은 내 취향이 아니라 떼었다.

엔진 가드 바 위에 붙힌 두번째 검정색의 안개등도 떼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빨간불이 상시 (밤에 내눈에 매우 거슬렸다) 들어오는 핸들바 위에 위치한 스위치도 떼었다.

이들의 연결선들도 제 위치로 만들었다.

내가 언젠가 투어링을 아주 좋아하게 되면 다시 붙이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도 무거워서 불안하지만, 이 바이크는 좋아할 점들이 많은 놈이다.

예쁘고, 잘 만들어졌고, 기본에서 투어러로 변환도 쉽고, 전 주인 덕분에 필요한 선택사양도 다 가지고 있고, 엔진과 스티어링을 비롯한 기계도 오랜 동안의 진화를 통해 거의 최적화 되어있고 최신의 기술들이 너무 튀지않게 안전 운행과 편안함을 제공하며, 선택사양인 아크라포빅 머플러의 소리와 엔진의 반응도 이미 식어진 줄 알았던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굴만큼 나무랄 데가 없다.

 

체인이 아닌 축을 통한 바퀴에의 동력전달은 아직도 가속이나 감속을 할 때 조금이지만 좌우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중립에서 가속을 할 때 그 영향이 제일 크게 느껴졌지만, 실제 주행 중에는 특별히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정도라면 체인을 없애면서 오는 장점들을 향유하는 댓가을 무거워진 무게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다만, 레프리카에 익숙한 나에게는 허리가 펴진 자세가 편하기는 하지만 연료탱크를 안는 자세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바이크와 일체감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하겠다.

대신 엔진이 낮아서 엔진열이 더운 여름날인데도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매우 편했다.

편한 자세에 윈드스크린이 바람을 막아주고.

 

또 하나, BMW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붙어있는 아주 좋은 약간의 각도 조절이 가능한 윈드스크린이 내 앉은 키와 시트에서의 위치에서는 아직도 헬멧에 부딫히면서 풍절음을 심하게 들리게 한다.

전용 투어러가 아닌 바이크에 제삼자 제품에 대해서 이렇게 불평한다는 것이 언페어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아주 두껍고 잘 만들어진 윈드스크린인데 아쉬워서...

내 몸의 디멘젼으로 보면 짧은 팔과 다리의 영향으로 시트의 뒷쪽으로 앉을 수가 없어서 이럴 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