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오디오와 음악회

2011.3.4: 휴대용 헤드폰, 이어폰, 소니 Z1000, 데논 A100, 데논 CR710

cool2848 2011. 3. 4. 15:07

남미여행 가기 하루 전날 아이폰을 받아서 남미여행 내내 잘 사용할 수 있었다.   로밍은 했지만, 전화해주는 사람이 없고 여행에 필요한 앱/응용프로그램도 별로 못 가져가서 사용했다고는 했지만 거의 휴대용 MP3 플레이어로서 썼다.   그러다 보니 휴대용 음악감상용 헤드폰/이어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행 중 내가 사용했던 것은 작년말 일본에 갔을 때 사온 무크지 <헤드폰 북 2011>에서 공짜로 같이 준 Final Audio Design이라는 일본 이어폰 회사의 이어폰(Piano Forte)과 언제가 디자인이 예뻐서 비행기 안에서 산 B&O의 A8이었다.   그중 비싼 A8이 착용감과 조절형 귀걸이가 있어 편하고 음질도 그나마 나았는데, 칠레 산티아고의 지하철 속에서 배낭을 메고가다가 짧은 바지 바깥주머니에 있던 것을 도난 당했다.   그래서 나머지 여행 내내 피아노 포르테로 들었는데, 이어폰 끝이 내 귀구멍과 맞지않는데다 끝에 스폰지가 없어서 귀에서 자주 흘러내려서 불편했다.   소리는 공짜로는 괜찮았다.   아직 아이폰과 같이 나온 이어폰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 이리 저리 찾아봤더니 헤드폰/이어폰에도 좋은 것이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폰과 스마트폰의 활성화와 함께 헤드폰/이어폰 시장도 화끈 달아오른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며칠 사이에 몇개 구입하기 위해서 들어보고 몇개는 사서 들어봤다.

 

현재 내가 소유하게 된 헤드폰/이어폰은 아래와 같다:

1980대 초에 구입했던 Stax Lambda Pro와 전용 앰프;

아이폰4 구입시 포함되어 있던 이어폰;

Final Audio Design의 Piano Forte 이어폰;

SONY MDR-Z1000 헤드폰;

DENON AH-A100 헤드폰;

DENON AH-C710 이어폰.

 

Stax는 워낙 전문가용의 최고급형 정전기형 헤드폰이지만, 이제 너무 오래되어 볼륨의 저항이 타서 찌직거리고 한번 바꾼 이어패드 속 보호막도 스폰지가 삭아서 지난 십여년간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버리긴 아까운 레퍼런스급의 기계라서 계속 보유하고 언젠가 다시 부품 교체해서 사용하려고 생각 중이다.

 

오늘은 이 중에서 최근에 돈 내고 산 마지막 세개에 대해 얘기해보자.   다음에도 여행을 간다던지 하면 꼭 이중 한두개를 가지고 여행을 하면서 음악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이어폰은 워낙 작고 휴대성도 좋지만 아무래도 음질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는 최고급에서 고급형의 휴대용 헤드폰과 중급에서 고급 성능을 가진 이어폰을 구입하려고 생각했다.

 

참고로 최고급 헤드폰들은 대체로 높은 임피던스를 가져서 보통 헤드폰 전용앰프 등을 통해야만 기대되는 최상의 음질과 음량이 나오고, 그냥 아이폰이나 MP3플레이어 같은 휴대용 기기 자체의 출력으로는 최상의 음질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휴대용 헤드폰 앰프도 있지만, 이런 것들로는 보통 이런 최고급 헤드폰들의 성능을 잘 발휘하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쉽게 일반적으로 말하면 임피던스(impedance)가 수백오옴(Ohm)이 아니고 수십오옴인 것들이 휴대용 기기가 출력하기 좋은 헤드폰이고, 감도(sensitivity)는 보통 휴대용에는 100디비(dB: decibil)정도로 어는 정도는 높은 것이 좋다.

 

 

우선 이어폰은 여러가지 보다가 데논의 이어폰 중에서 제일 비싼 (인터넷가게에서 약 15만원 정도에 살 수 있음) 것이며 동사에서 최근에 새로 나온 모델인 C710을 구입했다.   사기 전에 대학로에 가서 모 헤드폰가게의 시청실에서 잠시 헤드폰들을 시청하면서 들어봤는데 괜찮다고 생각이 됐다.   주문한 물건이 집에 도착해서 들어보니, 저음이 좀 적지만 (보통 리뷰에는 저음이 많다고 되어 있었지만) 크게 불만이지는 않지만, 고음이 너무 많아서 신경이 쓰인다.   사실 물리적으로 작은 이어폰은 저음을 충분히 낼 수 있는 물리적 크기가 되지 않아 이어폰은 태생적으로 저음을 충분히 내줄 수는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데논이라는 100년이 넘은 일본 음향기기 전문회사의 이어폰이라는 특정분야에서 제일 비싼 제품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가격대이지만 다른 회사 (Shure 315) 에서는 오히려 제일 싼 제품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구입했다.   너무 고음이 쎄다고 했지만, 내가 지난 며칠 사이에 들어 본 저음이 좋고 강하다고 알려진 Z1000와 A100와 비교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아쉽게도 여행 중 내내 사용했던 피아노-포르테 이외의 이어폰들은 거의 시청해보지 못했다.   적어도 데논이 이어폰 끝에 제공되는 교체용 스폰지 때문에 귀속에 훨씬 편하게 장착되고, 저음과 중음, 고음 모든 음역에서 고르게 음질이 좋다고 느껴진다.   다만 이미 얘기했듯이 전체적으로 너무 고음역이 강조되었다는 인상이다.

 

보통 이런 전자제품들 중 특히 스피커 계열은 에너지 변환장치들의 특성 상 전기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계적인 스피커 부분이 처음에 어는 정도 사용하면서 좀 더 부드럽고 성능이 나아진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통 <에이징>(aging: 숙성?!)이라고 하고 이런 쪽에서는 음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하는데, 많이는 몰라도 사용 초기에 듣는 데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는 영향을 미친다고 나도 믿는다.   앞으로 차차 사용하면서 이 이어폰이 어떻게 에이징되는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오히려 이 이어폰에 적응되어 갈 지 좋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기대해본다.

 

 

다음은 데논의 헤드폰으로 데논사의 100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나온 AH-A100를 보자.   워낙 이것에 관심있어 대학로의 모 헤드폰가게 시청실에 가서 청취할 때는 이외에도 B&W의 P5, Beyerdynamic의 T1, T50p, Sennheiser의 HP800 등의 인기 모델들도 청취해봤다.   그러나, 그중에서 T1과 HP800 같은 최고급형들은 비싼 값도 문제였지만 고 임피단스로 내가 가져간 아이폰으로는 아주 작은 소리 뿐이 내주질 못했다.   P5는 디자인도 좋고, 잘 알려진 최고급 스피커 생산업체가 최초로 만든 헤드폰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짧은 시간 내가 들어본 바로는 가격에 비하면 별로 나에게 마음에 드는 소리가 아니었다.   T50p는 오래된 독일의 헤드폰 전문업체의 최근 기술을 휴대형 헤드폰에 적용했다고 해서 기대했으나, 역시 별로 내 마음에 맞는 투명하고 디테일이 뛰어난 소리를 들려주지를 못했다.

 

 

그중 주로 시청한 것이 데논의 최고급 모델인 D7000, 얼마 전까지 최고급 모델이었던 D5000과 위에서 언급한 A100이었다.   7000과 5000은 외형상으로는 거의 같고 사실 속도 거의 같다.

그러니 7000은 5000의 개선된 제품이다.   다만 값 차이은 수십만원에 이른다.   휴대용으로 그런 값 차이를 정당화하기는 힘들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7000이 보다 투명하고 고음의 디테일에서 조금씩 나았다는 인상이었다.   5000이나 7000은 무게는 100보다 무거운 데도 불구하고 훨씬 편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외형이 원형으로 크다보니 휴대용으로는 역시 너무 좀 크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도 5000은 100에 비해 약간 비싼 가격에 더 편하고, 더 좋은 저음과 전반적으로 편한 소리의 느낌을 나에게 줬다.

 

 

그래서 집에 와서 5000을 주문했는데, 자세히 보니 국내 인터넷쇼핑업체가 미국의 아마존에서 수입대행을 해주는 것이고 기존 가격에 송료와 세금을 더 내야한다.   그래서 주문을 취소하고, 헤드폰 관련 동호회에서 두어달이지만 많이 사용되지 않은 신품과 비슷한 A100를 구입했다.   이렇게 100을 구입하게 된 데에는 영어와 한글로 된 5000의 리뷰들과 100의 리뷰들을 읽으면서 5000의 상대적으로 넘치는 저음을 100이 적게 가져서 전체 음역대를 통해 보다 균형이 잡힌 소리를 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와서 100을 이틀 간 열심히 들었지만 역시 약간 착용감이 불편하고 예쁘지만 소리가 전체적으로 맑지 못하다는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고 예쁜 디자인, 편한 착용감 (5000에 비해 불편하다는 것임), 그리고 아이폰으로 울려도 충분히 예쁘고 풍요로운 음질이라서 이런 것을 가지고 여행을 다니면 충분히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러다 어제 저녁에 다시 소니의 Z1000을 구매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소니에서 만든 플래그쉽 전문가용 헤드폰이고 만든 부품들과 구조 등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어제 밤 내내 들어모니 과연 1000의 소리가 100의 소리보다 보다 적은 저음이지만 보다 잘 디파인된 저음이라서 마음에 들었고, 고역에서도 보다 디테일이 100보다 낫다고 느꼈다.   중역은 그다지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쨋던 전체적으로 소니 1000이 데논 100보다 내가 집에서 듣는 스피커 소리와 좀 다 가까운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집의 스테레오가 잘못 되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오랜 시간 내가 사용하고 조정한 그리고 본질적으로 헤드폰보다 스피커 소리가 좀 더 자연음에 가깝다는 점에서 보면 내 스테레오와 스피커를 통한 소리에 보다 가까운 헤드폰 소리가 좀 더 원음에 가까우리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나에게는 편한 소리이다.   만든 재료나 부품의 질이나 사용감도 소니의 1000이 데논의 100보다 예쁘지는 않지만 더 잘 만들어졌다고 나에게는 느껴졌다.

 

아이폰에 넣은 몇개 자주 듣는 노래들을 가지고 데논 100과 소니 1000을 비교했다.   여자가수의 노래는 둘 다 좋게 들린다.   그런데 피아노 소리에서 소니의 소리가 더 자연스러운데 비해 데논의 소리가 약간 가볍게 들린다.   마치 전자피아노 소리같이 들린다고 할까, 아니면 소니의 피아노 소리가 좀 더 무게가 실린다고 해야 할까.   드럼의 소리에서도 소니의 소리가 약간 더 무게가 있어서 박력있게 들렸다.   데논의 소리가 예쁘고 약간 여리고 더 울리는 것 같은 반면에 소니의 소리가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잘 디파인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또 데논의 저음이 약간 더 풍부한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니 이제 소니는 유지하고, 데논을 다시 팔아야 할 듯...

 

이렇게 나의 다음 여행에 대한 적어도 음악감상 준비는 착착 수순을 밟고 있다.   지금도 남미여행 전에 급하게 녹음했던 PC와 아이폰의 음악을 다 지우고 Apple Lossless 방식으로 다시 CD들을 리핑하고 있다.   아마도 조금은 더 좋은 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글을 쓰면서 동시에 같은 PC에서는 CD들을 리핑하면서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며칠 전에 사온 <칠레의 밤>이라는 소설을 읽는다.   아~ 다이어트할 때는 밥 먹을 때 밥만 집중해서 먹으라고 했는데...

 

 

다음  단계는 아마도 PCFI와 헤드폰 앰프일텐데...   현재 집에 음악을 듣고 싶으면 스피커를 통해서 듣게 되니 이런 것까지 별로 사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국내업체가 만든 Svetlana라는 진공관식 헤드폰 전용앰프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다들 아주 좋다고 하는데, 간단한 프리앰프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집 스피커에도 연결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여튼 오랫만에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참 듣기 좋다.

 

왜 사람은 음악을 좋아하는지???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음악을 통한 즐거움이 있어 인간의 생은 얼마나 풍요로움을 더하는지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