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19(화): 왼쪽 눈에 레이져 치료.
어제 못한 레이져 치료를 위해 아침 8시에 병원에 갔다.
아침 일찍이니 조용할 줄 알았는데 이게 왠일.
안과 망막센터는 처음엔 조금 조용한가 했지만, 이내 소란스러워졌다.
동공이 벌어지는 산동제를 넣고 기다리라고 해서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아침 일찍부터 많은 환자들이 내 주치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사를 맞으려고 기다린다고 한다.
이제 안과에 온 지 3개월이 되어 가니, 나도 꽤 여유가 생겼다.
처음에는 짜증나고 소란스러웠지만, 이제는 재미있다.
처음에 번호표를 빼고 센터 밖에서 대기하는 환자들.
자기 번호를 부르면, 들어와서 안압검사를 하는 환자들.
이어 센터 내에서 앉아서 기다리다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 시력검사를 한다.
이때 산동제를 넣어주기도 한다.
이렇게 한 30분내지 1시간을 보내야 비로소 주치의 방 앞으로 간다.
방앞에서도 자기 이름이 모니터 스크린에 예약된 환자로 나나나는가를 보다가,
몇십분은 기다려야 그제서야 주치의 방 옆으로 가서 수련의나 다른 의사가 그간의 경과와 오늘 할 일을 얘기한다.
이런 다음에야 보통 주치의랑 잠시 얘기하게 되는데, 보통 1시간반에서 2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주치의랑의 얘기도 대부분 조용한 톤으로 몇마디 정도.
아무래도 답답한 환자가 한두마디를 묻게 되지만, 이렇게 기다리며 신경을 쓰다보면 나같은 경우 그냥 빨리 끝나고 집에 가고 싶을 뿐.
어제같이 어떤 때는 시력검사 후 주치의 방에 오기 전에 다른 방에 가서 보다 정밀 검사를 할 때도 있다.
당연히 시간이 더 간다.
어제는 병원에서 3시간 가까이를 있었다.
앉아서 기다리면서 오늘은 두 사람과 얘기를 했다.
한 여자분은 내가 물으니 처음에는 대답을 그냥 주사 맞으러 왓어요.라고 좀 불분명하게 하더니,
조금 있다 나에 대해 물어본다.
내가 망막박리 수술 받고 첵업하러 왔다니까, 그때부터 계속 자기 얘기를 해준다.
"황반변성"이라는 병이라고, 그래서 눈에 주사를 맞는다고 한다.
한번 주사맞으러 온 날은 그 말만이 아니라 그 주가 다 그냥 지나 가버린다고 말한다.
나중에 보니 남편이랑 같이 왔다.
조금 후, 또 한 중년 남자는 물어보니 어머님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시간을 많이 뺏기시죠?하고 물었더니 그렇다면서 기운없이 웃는다.
이 많은 환자들이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볶아대니 의사들도 못해 먹을 짓일 것 같다.
정말 월급이라도 많이 받아야 될 것 같다.
나는 월급 많이 줘도 이렇게 못할 것 같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면 다 늙고 힘없고 찡그리고 어리버리하고 꾸질꾸질하게 보인다.
ㅎㅎ 나두 포함해서.
여기서 보면 몇몇 간호원은 정말 예쁘게 보인다.
젊고 예쁘고 화장도 했고 말투도 일부는 쌀쌀맞지만, 대체로 상냥하게 보인다.
왜 그런지 여의사들한테서는 젊은데도 그런 여자다움을 못 느끼겠다.
어쨋던 오늘은 그래도 이런 여러가지를 사전 검사를 하지 않고, 산동제만 넣고 한시간반 정도를 기다렸다.
드디어 의사가 와서 예정했던 레이져 치료를 했다.
나보러 겁나냐고 묻더니, 레이져를 쏘아본다고 한다.
어때요?
눈에 녹색빛이 확 비추었다가 꺼지는게 아무렇지도 않다.
괜찮다고 했다.
그때부터 강도와 지속시간을 약간 바꾸면서 180번인가 270번을 쏘아댔다.
무슨 단위인지 모르지만, 100에서 200, 그리고 250까지.
20에서 10밀리쎄칸드(msec) 단위로 쏜다.
몇번 째부터는 눈이 얼얼해지기 시작한다.
자꾸 눈이 감긴다.
그렇지만 머리도 눈꺼풀도 고정이 되어있어 움직일 수가 없다.
무력감!
현재 있는 망막이 잘 붙어 있기는 하지만, 확실치 않아서 보강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력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망막이 찢어진 부위를 세둘레로 둥그렇게 꼬매듯이 쐈다고 한다.
나중에 봐서 효과가 없으면, 다시 더 쏜다고 한다.
집으로 오는데 눈이 얼얼하고 잘 않보인다.
집에 와서 커피를 끓여먹고 늦은 아침을 본격적으로 먹고 과일을 먹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집이 좋아~
내일은 정밀 시력검사를 하기 위해 오후에 다시 안과에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