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6/10(일): 883L의 라이드 인상...
11일(수) 아침 광주로 새로 산 883을 타고 가고 싶어서 익히는 목표를 가지고 오늘 점심 전에 아래의 경로로 잠깐 타고 들어왔다: 연희동 -> 수색 -> 화전 사거리(?) 우회전 -> 부대앞 -> 구파발 방면으로 우회전 -> 홍은동 사거리 우회전 -> 연희동.
이 한시간 미만의 라이드에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적고 싶다.
(1) 조그만 범프나 길의 요철에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아니 반응을 못한다는 말이 오히려 정확한 표현일 듯. 현재 이 바이크에 뒷 소바가 아주 소프트하게 세팅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가 안된다. CBR같으면 본체의 요동이 없이 가쁜히 넘으면서 요철의 깊이의 정보를 전달해 줄 대부분의 경우 L모델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매우 큰 충격을 궁뎅이에 준다. 안장에 몸무게가 걸리는 중요한 부위에 스폰지가 거의 없다. 게다가 조금 큰 요철에서는 엔진 부위가 프레임으로 부딪히는 아주 기분나쁜 충격과 소리가 온다. 화물차 타는데 뒤 화물칸에 실은 큰 화물이 들렸다가 떨어지면서 오는 듯한 충격과 소리. 사실 이 충격과 요철 흡수력 미비는 안전한 운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주 위험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2) 전반적인 엔진 회전의 기분 좋은 가속감에도 불구하고, 조금 빠른 회전에서의 떨림이 매우 크다. 좀 타면 곧 익숙해질 엔진 회전수와 기어 변경이겠지만 가끔 기어 변경이 주변 상황에 대한 주의로 늦어질 경우 매우 기분좋지 못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떨림.
(3) 느린 정지력. R차의 앞으로 꽂히는 느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승용차보다는 좋은 정지감각을 원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앞 위 브레이크 둘 다. 아마도 883R 모델의 두개의 앞 브레이크 디스크는 훨씬 나을 듯.
(4) 깜박이등 스위치. 일본제 오토바이의 기능적인 스위치에 젖은 나이긴 하지만, 키고 끄는데 스위치가 감각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아 두어번 씩 다시 확인을 해야했다. 또 좌우를 같이 키면 긴급 점멸등이 되지도 않는다.
(5) 비싼 가격. 바이크 값도 많은 옵션부품 가격도.
사실 위의 (1), (2), (3)은 내가 오래 전에 타던 갤로퍼밴 자동차의 느낌을 나에게 기억하게 해주었다. 나쁜 완충장치, 둔감한 제동장치, 과엔진회전의 느낌 등등.
좀 심하게 말하자면 지난 10년 정도 탄 어떤 차도 나에게 이런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빤짝이는 할리 883L>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 할리 이름에서 오는 이미지. 이것은 나보다도 이 바이크를 보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비싼 뭔가 있는 택배나 짜장면 나르는 것 (죄송!) 뭔가 근본이 다른다는 듯이 취급해 주는 듯.
(2) 두고 보기 좋은 모양세. 많은 알루미늄과 크롬, 쇠등이 주는 뭔가 오래 갈 것 같은 나에게 느껴지는 이미지.
(3) 좋은 리쎄일 가치.
(4) 느리게 갈 때 편한 라이딩 자세.
(5) 많은 옵션 품목들. 이건 동시에 나쁜 점이기도 하겠다...ㅎ
이런 점들로 볼 때 적어도 내가 오늘 느끼는 할리 883의 장점들은 주로 나와 남에게 주는 이미지인 반면, 단점들은 거의 타고 싶어지지 않는 구닥다리 디자인의 오토바이란 점이다.
사실 광주를 이 바이크를 타고 가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테니스백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갈 계획까지 세웠지만, 지금 보니 도저히 이 오토바이는 시내의 스타벅스 커피숖 가는데 이외에는 별로 탈 일이 없는 반-실용적(!)인 바이크인 것 같다. (미국에서는 카페레이서라고 부르는 바이크 카테고리가 있(었)다.)
오히려 CBR954RR이라면 빨리 갈 때 좋고 뒤에 가방을 놓을 뒷자석 자리도 있어서 좋다.
빨리 달리기만 하도록 만들어진 자세가 문제가 되긴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할리 883L이 아닌 스즈키 GSR-125를 타고 가는 방법으로 막히는 교통에서 차사이를 빠지기 좋고, 왠만한 속도까지는 안심하고 편안하게 갈 수가 있고, 달리는 맛을 만끽할 수 있고, 동시에 편한 좌석과 뒷자석의 가방 놓기와 좌석 밑 공간이 짐을 가지고 가는데도 제일 편할 듯 하다...ㅎㅎㅎ
이 스쿠터를 가져올 때 경춘가도를 달려본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장거리 여행에도 전혀 문제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럴 수가!
결국 가장 장거리 여행에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할리가, 비록 883L모델이긴 하지만, 가장 여행 가기에 않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리고 만 화창한 일요일 아침의 라이드가 되고 말았다...
<머플러 교체 전의 순정 상태의 GSR-125>